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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프(Skype) 알고 쓰면, 쓸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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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프(Skype) 알고 쓰면, 쓸만 합니다
전화 같은 스카이프 단말기

이야기 1.

내가 아는 [그 사람] 전화 통화 한번 하려면 정말 힘들다. 휴대전화로 전화하면 식상한 컬러링 음악만 듣다가 종료 버튼을 눌러야 하는 일이 열 번 중 다섯 번은 된다. 나머지 다섯 번 중에 세 번은 전화기가 꺼져 있다는 메시지를 들어야 한다.

그를 아는 [어떤 사람 1]은 속된 말로 그렇게 씹히면서 왜 전화 하냐고 핀잔을 준다. 그러면서 자기 전화는 결코 씹는 법이 없다면서 은근히 자랑을 한다. 그에게 볼멘소리를 하면 되레 큰 소리다. 왜 전화 받을 수 없는 상황일 때, 집에다 휴대전화를 두고 나왔을 때만 전화를 하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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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가 얼마 전 미국 출장을 다녀왔다. 출장가기 이틀 전에 그를 만났다. 사무실에 전화할 일이 있거나 집에 안부전화를 해야할 테니 인터넷 전화를 써보라고 했다. 마침 선물로 받은 스카이프(www.skype.com) 전화기가 있단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가방 안에 있던 스카이프 단말기를 꺼냈다.

완전 비디오 스타일로 생긴 그의 얼굴이 호기심 모드로 빠르게 바뀐다. 그의 스카이프 지원 인터넷 전화기는 PC의 USB 포트에 연결하는 유선 단말기. 가방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휴대전화처럼 생긴 무선랜 지원 스카이프 단말기. 어깨에 힘 한번 주고, 통화 버튼 살짝 눌러 [어떤 사람 2]와 간단하게 맛보기 통화를 시켜줬다.

그가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떠나는 날. 월드 타임을 지원하는 손목시계의 시간을 그가 날아간 곳의 시간으로 맞췄다. 스카이프 전화기는 항상 켜놓기로 했다. 그가 호텔에 도착했을 것이라고 예상 했던 시간에 전화를 연결해 보려는데, 벨이 울린다.

국내에서는 휴대전화로 통화 한번 하기 너무 힘들었던 그가, 머나먼 미국에서 먼저 스카이프로 전화를 걸어왔다. 드디어 완전 공짜, 24시간 365일 수다를 떨어도 돈 한 푼 내지 않아도 되는 인.터.넷.전.화를 바다 건너 있는 사람하고 써 볼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시시콜콜한 얘기, 안 해도 되는 말들을 그가 쏟아내기 시작한다. 영어를 디코딩할 수 있는 귀가 아니니 그는 TV를 볼 수가 없을 게다. 게다가 인터넷 전화로 연결할 수 있는 사람도 별로 없으니 줄줄이 사탕처럼 엮은 무용담과 수다 패키지가 인터넷을 타고 배달된다.

그는 일주일을 미국에 있었다. 그 일주일 동안 그와 스카이프로 통화한 시간은, 지난 6개월 동안 국내에서 휴대전화로 통화한 시간 보다 훨씬 많다. 가끔 목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개의 경우는 휴대전화로 통화하는 것만큼 맑고 깨끗했다.

샌프란시스코에 있다며 속을 긁던 날에는 그의 열정에 고무되어 아무나 이름을 올려주지 않는 MSN 메신저에 그를 등록해 주는 영광을 선물로 줬다. 그는 그 보답으로 태평양 맞은편 어느 호텔방에서 MSN 메신저의 화상채팅 기능을 이용해 비디오형 얼굴과 거북이 손을 흔들어 대며 원격 쇼를 보여주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야기 2.

인터넷 전화는 불편하고, 답답하고, 음질도 좋지 않다. PC와 PC 끼리 통화할 때는 공짜지만 일반전화나 휴대전화로 거는 통화요금은 그렇게 싼 것만은 아니다. 그 동안 인터넷 전화에 대한 생각은 비관적이었고, 그것에 대한 평가는 F 학점에 가까웠다.

온갖 호들갑을 떨면서 인터넷 전화가 세상에 등장했을 때 처음 접했던 인터넷 전화의 기억이 너무나 강하게 각인되어 있었던 탓이다. 그래서 관심도 멀어졌고, 아예 눈길을 주고 싶은 마음조차 생기지 않았었다. 인터넷 전화에 대한 얘기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일이 적어지면서 그 존재 자체를 잊었었다.

인터넷 전화가 사람들 속에서 멀어지는 동안 인스턴트 메신저는 나날이 발전했다. 그리고 인스턴트 메신저에서 제공하는 음성이나 화상 채팅 서비스를 이용해 회의를 하거나 일 얘기를 나누어야 하는 일이 가끔씩 생기기 시작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벨킨 와이파이(WiFi) 폰

인터넷으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 불편하기는 해도 음질은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 것이 이때부터다. 어느 순간부터는 인터넷 전화가 모두 불편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스카이프 서비스를 지원하는 각종 단말기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새로 소개할 제품을 찾기 위해 인터넷 구석구석을 누비는 일은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아이디어가 신선하거나 능력이 뛰어난 물건을 찾아야 한다. 한눈에 보기에도 어설픈 제품은 모두 제외 대상이다. 당연히 온오프라인에서 훑고 지나가야 하는 신제품들이 [어떤 사람 3]은 상상도 못할 만큼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스카이프 지원’이라는 머리표를 단 제품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무시했고, 한 동안은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별 볼일 없어 보이는 평범한 제품들 속에서 신선한 아이디어, 독특한 기능, 깔끔한 맵시가 돋보이는 스카이프 단말기들이 속속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다.

스카이프 역시 평범한 인터넷 전화일 뿐이라는 편견이 아주 조금씩 머리에서 크기를 줄여가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이다. 무선 전화기처럼 사용할 수 있는 무선랜 스카이프 단말기, 일반전화와 스카이프를 동시에 지원하는 듀얼 모드 전화기, 스카이프용 스피커폰, 스카이프 지원 전화 어댑터 등 다양한 종류의 제품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링크 시스 CIT400

그 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잡은 제품들은 일반적인 무선전화기처럼 사용할 수 있거나, PC가 없어도 사용이 가능한 진짜 전화기다운 스카이프 지원 단말기들이다. 이런 제품들의 등장은 인터넷 전화는 너무 불편하다는 굳은 생각을 좀 더 말랑말랑하게 바꿔주기에 충분하다.

예를 들어 넷기어의 SPH200D나 링크시스의 CIT400과 같은 모델은 일반전화와 스카이프 전화를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듀얼 모드 전화기다. 마치 인터넷 공유기나 외장형 하드디스크처럼 생긴 베이스스테이션과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무선전화기와 같은 휴대장치로 구성되어 있다.

베이스스테이션에는 일반전화(PSTN)와 공유기에서 나온 랜 케이블을 연결할 수 있는 단자가 탑재되어 있다. 또한 휴대장치에는 스카이프 프로그램이 내장되어 있다. 그래서 스카이프로 통화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인터넷 전화가 되고, 그렇지 않을 때는 평범한 일반 전화기처럼 사용할 수 있다.

외국이나 지방에 있는 가족과 이런 단말기를 하나씩 구입해 두고 사용한다면 통화료 부담을 적지 않게 덜 수 있다는 얘기다. SPH200D의 가격은 199.99달러(약 19만원), CIT400은 179.95달러(약 17만원). 보급형 일반 무선전화기와 비슷하거나 조금 비싼 수준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넷기어 SPH200D

물론 단말기를 두 대 이상 구입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인터넷 공유기가 없다면 공유기도 구입해야 한다. 하지만 일단 구입하고 나면 스카이프 서비스를 이용해 무료로 통화를 할 수 있으니, 외국과의 통화량이 많은 경우에는 몇 달 안에 본전을 뽑고도 남는다.

개인적으로는 두 제품 중 어느 한 가지라도 국내에서 구입할 수 있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아버님 댁에 보일러 놔 드려야겠어요’라고 말하던 광고가 자꾸 생각나기 때문이다. 이런 것이 있다면 통화 요금 완전 공짜라는 핑계를 대고 안부 전화를 자주할 수 있지 않을까?

요즘은 스카이프에 등록되어 있는 친구나 동료들과 연락할 일이 생기면 휴대전화를 들기 전에 먼저 스카이프 단말기부터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별로 할말이 없더라도 통화 버튼을 누르는 일이 종종 있다. 통화 요금이 공짜라는 것도 매력이고, 그 매력을 즐기는 재미가 의외로 쏠쏠하다.

[어떤 사람 4]는 너무 오버하지 말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어떤 사람 5]는 정말 좋다고 하기도 한다. [어떤 사람 6]은 수다 떨기로 스트레스를 푸는 전 세계의 모든 아줌마, 아저씨들에게 공짜 통화가 가능한 인터넷 전화기를 보급해야한다는 우수개 소리를 하기도 한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맛을 안다고 했다. 당연한 말이다. 먹어 보지도 않고 어떻게 맛을 알겠는가? 많이 먹어보면 먹어 볼수록 맛을 가늠할 수 있는 능력은 깊고 넓어진다. 백번 듣는 것 보다 한번 보는 게 낫다는 말도 있다. 아무리 들어도 짐작하기 힘든 것은 그저 직접 눈으로 보는 게 제일이다.

매달 만만치 않은 국제 전화 요금이 인쇄된 고지서를 받으면서도 아직 인터넷 전화를 멀리하고 있다면 이제는 맛을 한번 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인터넷으로 목소리를 주고받을 수 있는 서비스는 많다. 어떤 것을 선택하든 중요한 것은 공짜로 할 수 있는 일에 돈을 내고 있는 당신의 모습을 [다른 사람 1]의 모습으로 바꿔보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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