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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팩과 함께한 추사고택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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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발길을 돌리기에는 허전했다. 출장길에 들렀던 대천에서 바다를 등지고 횅하니 뚫린 고속도로를 달려 서울로 돌아오자니 못내 아쉬웠다. 번잡한 서울을 모처럼 벗어날 수 있었던 이 기회를 허무하게 버릴 수는 없었다.

어느 곳을 가든, 갈 때와 올 때 택하는 길을 달리한다는 나름대로의 ‘원칙’을 지키는 데도 무리가 없었다. 그것은 또 다른 길을 알게 되고, 여행의 즐거움을 얻는 방법인 까닭이다. 그 원칙이 예외가 되는 경우는 두 가지. 급하게 돌아와야 할 때이거나, 다른 길을 선택할 여지가 없을 때가 그렇다.

어디로 갈까? 지도를 펴 놓고 여기저기를 눈으로 훑어본다. 생각지 못한 여유가 생긴 탓에 미리 점찍어 둔 곳이 없으니 마땅히 눈길을 줄 곳이 들어오지 않는다. 부여 낙화암, 서산 해미읍성이 눈에 밟히지만 마음은 내키지를 않는다.

이리저리 지도 위를 맴돌던 눈에 추사고택(秋史故宅)이 쏙 들어온다.주머니에서 아이팩(iPAQ) RX5965을 꺼냈다. 내장된 네비게이션(아이나비)을 실행하고, 추사고택을 검색했다. 경로 탐색, 안내 시작 버튼을 차례로 누른다. 추사고택까지의 거리, 예상 소요 시간을 알려준다. 멀지도 않고, 서울로 가는 길목이다.

거치대 위에 올려놓고 출발! GPS 수신기(SiRFstar Ⅲ)와 안테나를 내장하고 있으니 거치대에 얹고 떼어낼 때 마다 선을 연결할 필요가 없어 참으로 편하다. 사무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기존의 아이팩 시리즈와는 다른 부드럽고 깔끔한 디자인이 자동차 위의 대시 보드 위에서도 전혀 어색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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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하고 소박한 풍경을 즐기기 위해 고속도로는 제외하고, 국도만을 이용하도록 경로를 선택했다. 교차로가 나오면 음성으로 미리부터 알려주고, 작은 화면으로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표시되는 방향이나 경로 정보가 참으로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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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속 방지턱의 위치까지 알려주니 덜컹하면서 온몸으로 전해지는 유쾌하지 않은 충격에 놀랄 일도 없다. 나침반과 지도만 있으면 어렵지 않게 길을 찾아갈 수 있을 만큼 길눈이 밝다는 소리를 들어왔지만, RX5965이를 길잡이로 삼아 동행해 보니 길을 찾는데 두어야 하는 관심대신 주변 풍경을 음미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RX5965를 사용한지 약 일주일. 쓰면 쓸수록 보면 볼수록 깜찍한 크기의 몸뚱이에 담겨 있는 재주들이 제법이라는 생각이 차 창 밖으로 스치는 풍경과 내내 함께 한다. 여행 친구(Travel Companion)라는 별명을 가지고 세상에 나왔다는 것도 수긍이 간다.

직접 운전을 하든 천천히 걸어서 움직이든, 길을 찾아야할 때 버튼만 누르면 빠릿빠릿하게 움직이는 것이 길잡이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GPS 위성으로부터 신호를 받아 위치를 잡아내는 속도도 굼뜨지 않고, 손안에 쏙 들어가는 부담스럽지 않은 크기도 마음을 끌리게 한다.

하늘은 짙은 회색으로 잔뜩 인상을 쓰고 있었지만 겨울답지 않게 날씨는 따뜻했다. 나지막하게 창문을 열고 존 덴버(John Denver)의 Take me home country roads를 듣고 또 듣는다. 음악을 뚫고 간간히 들려오는 네비게이션의 안내 음성이 별로 거슬리지 않는다. 별명 그대로 여행 친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 탓이다.

이리저리 길을 돌고 돌아 약 40분 뒤, 충남 예산군 용궁리 343-1번지에 도착했다. 그곳에 조선후기의 학문과 예술 이야기할 때 빼 놓을 수 없는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 선생의 고택(故宅)이 있다. 선생이 나고 자란 곳이고, 바로 곁에 선생의 묘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김정희 선생은 추사체(秋史體)와 세한도(歲寒圖) 때문에 요즘 사람들에게는 서예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학자이면서 금석학, 경학, 사학, 지리학, 천문학에 이르기까지 박학다식했던 그는 완당집(阮堂集), 실사구시설(實事求是說), 담연재시고(覃?齋詩藁)와 같은 다양한 저서를 남긴 조선후기를 대표하는 학자이기도 하다. 학문뿐만 아니라 시(詩), 글씨(書), 그림(畵) 등의 예술 분야에도 뛰어난 업적을 남기기도 했다.

가는 길 내내 여기저기 고택(古宅)을 찾아 나섰던 기억들이 문득문득 떠올랐다. 규모만 컸지 초라한 모습이면 어찌하나, 이번에도 시멘트로 어설프게 군데군데 메워놓은 볼 상 사나운 모습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은 아닐까. 기대 반 걱정 반인 마음을 안고 막연하게 언젠가 한번 가보고 싶다고 생각하던 그곳에 발길이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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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한 걱정이었다. 초라하지도 위압감을 주는 것도 아닌 아담하고 단아한 모습. 낮은 산자락을 뒤로 하고, 한적한 들판을 앞으로 둔 편안하고 아늑한 자리. 볼거리만을 찾아 떼로 몰려다니는 관광객들도 다행히 눈에 띄지 않는다.

참으로 오랜만에 바람에 삐걱거리는 대문 소리를 듣는다. 소음이 아니라 자연의 소리다. 집안으로 들어서면 제일먼저 사랑채가 객을 맞이한다. 그 뒤편에는 안채가 있고, 그 뒤로 사당채가 있다. 대문 옆에 딸린 문간채도 정겹지만 추사 선생의 흔적을 찾아 먼 길을 온 나그네에게 사랑채와 안채는 더 없이 아늑해 보인다.

기역자 형태로 된 사랑채에는 곳곳에 선생의 글씨가 걸려있다. 추사고택을 복원하며 달았을 것으로 추측되는데, 유일하게 어색한 부분이다. 자연그대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더욱 나았을 듯 하다. 사랑채 바로 앞에는 석년(石年)이라는 작은 돌기둥이 있다. 일종의 해시계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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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랑채를 돌아 뒤로 가면 미음자 형태의 안채다. 참으로 따뜻하고, 아늑하고, 포근함을 느끼게 한다. 처마에서는 눈 녹은 물이 떨어지고, 누군가 살고 있을 듯한 방의 모습들이 생경하지 않다. 규모만 컸지 여기저기서 썰렁함이 베어 나오다 못해 을씨년스런 고택(古宅)의 모습과는 눈에 가득차오는 소박한 감동이 다르다.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라는 말이 생각난다. 자식 교육을 위해서 세 번이나 이사를 했다는 맹자의 어머니. 추사고택을 보고 있노라니 그의 학문적, 예술적 업적이 단순히 좋은 가문과 천부적으로 타고난 재능 때문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스친다.

발길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설렁설렁 둘러보고 자리를 뜨고 싶게 만들던 어느 옛집과는 다르다. 그냥 눌러 앉아 살고 싶다는 마음이 은근히 마음 한편에 자리를 잡기도 한다. 세월 탓에 여기저기 낡은 것들이 눈에 들어오지만 그런 것들이 오히려 정겹다.

추사고택은 선생의 증조부인 월성위(月城尉) 김한신(金漢藎) 선생이 1700년대 중반에 지었다고 한다. 약 250년의 세월이 고스란히 머금고 아직도 그 자리에 있는 셈이다. 조선시대 양반님 네들의 집들이 그러하듯이 추사고택 역시 사랑채, 안채가 엄격하게 구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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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득 사랑채 앞에서 한참을 서 있자니 참여, 공유, 개방을 표방하는 웹 2.0과 블로그가 떠오른다. 손님이 찾아오면 부담 없이 내어주던 곳, 바깥주인이 손님들과 자유롭게 학문, 예술, 풍류를 나누던 곳. 모든 이에게 개방된 것은 아니지만 사랑채는 그 옛날 나눔과 참여의 중심지로 개방되어 있던 곳이다. 누군가는 억지라고 할지 모르지만, 블로거인 탓에 자연스럽게 생각이 그렇게 흘러가게 되는 것을 어찌하랴.

짙은 구름 뒤로 해가졌다. 떠나야할 시간이다. 다시 친절한 여행 친구 자리로 돌아온 아이팩에 집으로 가자고 알려준다. 땅거미가 내려앉은 한적한 시골길을 요리조리 잘도 알려준다. 가다가 눈이 끌리는 곳으로 엉뚱하게 방향을 틀면, 스스로 다시 길을 찾아 들려주고 보여준다.

다시 한번 신통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동안 손때를 묻혀가며 사용해본 PDA가 약 6개. 아직도 쓸만한 그것들과 비교해도 세월 따라 진화한 아이팩(iPAQ) RX5965를 보노라면 마음을 기울게 만든다. 네비게이션을 내장한 PDA는 많지만 아이팩(iPAQ) RX5965의 재주와 능력은 주인의 마음을 흡족하게 해주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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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러 가지 종류의 네비게이션을 테스트한다는 명목으로 사용해보았지만 주인을 실망시키는 일이 거의 없는 것도 이 ‘물건’의 매력이다. 2GB에 달하는 롬(ROM)에는 운영체제를 비롯해 제법 용량이 많은 아이나비 네비게이션 데이터가 올라가고도 공간이 넉넉하다.

운영체제로 마이크로소프트 윈도 모바일 5.0 프리미엄을 담고 있는 만큼 같은 운영체제를 탑재한 포켓PC가 갖는 기능은 모두 사용할 수 있다. PDA의 기본 기능인 일정관리부터, 모바일 오피스(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각종 응용프로그램을 원하는 대로 설치해서 주머니속의 컴퓨터로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무선랜과 블루투스를 지원하니 선 없이 인터넷과 연결하고 다른 장치와 소통하는 데도 지장이 없다. 가로로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에 3.5인치 컬러 액정을 얹은 것도 편리함과 유용함을 돋보이게 하는 부분이다. 위쪽에 있는 SD 메모리 카드 슬롯을 활용하면 메모리를 더 늘이거나,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을 바로 재생해서 볼 수도 있다.

자리를 잘 찾아 잡은 각종 단축 버튼은 주인의 번거로움을 덜어주고, 1700mAh 용량의 리튬이온 전용 충전지도 역할을 부족함 없이 해낸다. PDA 기능만을 사용하면 어느 정도 가는 지 가늠해 보지 못했지만, 네비게이션 모드에서는 약 6시간 정도 사용하니 배터리 부족을 알리는 경고 메시지가 얼굴을 내민다.

포켓PC로 사용하다 복잡한 시내에서 잠깐씩 길을 찾을 데도 별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자동차에서는 시거잭에 USB 단자가 달린 된 전원 케이블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전지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복잡한 도심에서 네비게이션으로 많이 활용할 사람이라면, 교통정보를 수신할 수 있는 아이디오(idio) 단말기를 별도로 구입해 연결하는 것도 가능하다.

‘만능’ 제품을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지상파 DMB를 볼 수 없는 아이팩(iPAQ) RX5965가 영 못마땅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트래블 컴패니언이라는 이름과 TV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 여행을 참맛을 즐기는 사람들이라면 TV는 멀리해야할 친구라는 생각이 드는 까닭이다.

어느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 지갑을 열게 될 지를 선택하는 것은 스스로가 판단해야할 몫이다. 그렇지만 주머니 속에서 언제나 함께하며 일과 여행을 수월하고 즐겁게 해줄 수 있는 똑똑한 도우미 정도로 만족할 수 있다면 아이팩(iPAQ) RX5965를 기억해 두는 것도 좋을 듯 하다.

겨울인지 봄인지 헛갈리게 하는 날씨가 연일 계속이다. 겨울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겨울은 달갑지 않겠지만 봄날 같은 겨울을 즐겨보는 것도 좀처럼 만나기 힘든 일이다. 혹시라도 고즈넉한 옛집의 정취를 맛보고 싶다면 주말을 이용해 추사고택에 들러 볼 것을 권한다.

여행 안내 : 추사고택 관리사무소(041-332-9111)
제품 정보 : iPAQ 5965(Travel Compan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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