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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윈도7 "여러분의 아이디어로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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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7이 어제 오전 11시에 열린 제품발표회와 저녁 7시에 개최된 블로거 파티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섰다. 오전과 저녁, 관심의 크기는 같았지만 분위기는 달랐다. 오전은 ‘진지’하고 ‘차분’했다면, 저녁은 ‘재미’와 ‘열기’로 채워졌다. 윈도7 출시 제품발표회와 블로거 파티가 열렸던 광장동 멜론악스 홀의 현장 이야기다. 

윈도7이 10월 22일 전 세계에서 동시에 선보였다. 우리나라는 광장동에 자리 잡은 멜론악스에서 윈도7의 탄생과 출발을 알리는 행사가 열렸다. 다소 쌀쌀한 초가을 날씨와 강변에 자리 잡은 지리적 위치 때문에, 제법 한기를 느껴야 했던 행사장은 블로거 파티가 시작되면서 뜨겁게 달아올랐다.

오전의 제품발표회에도 많은 기자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지만 멜론악스의 넒은 공간을 전부 채우지는 못했다. 하지만 저녁의 블로거 파티에는 초대 받은 블로거, 이를 취재하기 위해 참석한 기자, 업계 관계자들로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관심어린 눈길들이 가득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가 2009년 10월 22일 저녁 7시 광장동에 자리 잡은 멜론악스에서 777명의 블로거를 초청해 윈도7 제품 발표회와 시연회를 개최했다. 행사장에 도착한 블로거들이 블로그와 자신이 이름이 인쇄된 이름표와 도시락을 받고 있다.

제품 발표회는 여느 기자간담회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전형적인 프레젠테이션 형태로 진행됐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의 김 제임스 우 사장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임직원들이 나와 윈도7 개발 배경, 특징, 제품 시연이 제법 매끄럽게 진행됐다. 윈도7에 거는 기대, 우려 등이 반영된 질문과 답변들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블로거 파티는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말 그대로 파티와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서 보였다. 기본적인 진행 순서나 내용은 비슷했지만, 단상에 올라온 사람이 달랐다. 인사와 개발 배경 소개는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사장과 임원이 맡았지만 특징 소개와 시연은 눈에 익은 파워 블로거들이 담당했다.

자칫 지루하거나 어색할 수 있는 분위기를 웃음으로 바꿔 놓는 데는, 사회를 맡은 개그맨 변기수의 입담이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우리말에 서툰 김 제우스 우 사장의 인사말에서 터져 나온 웃음은,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수시로 등장하며 분위기를 고조 시키는 양념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의 김 제임스 우 사장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블로거 파티가 시작됐다. 윈도7 개발 배경에 대한 간단한 소개에 이어 개그맨 변기수의 사회와 파워 블로거가 진행하는 제품 특징 소개와 시연 행사 등이 이어졌다.

행사장 1층과 2층이 참석한 블로거, 취재 기자, 업계 관계자들로 빈자리가 거의 보이지 않을 만큼 가득 찼다. 한기가 느껴지던 초가을 저녁 날씨가 참석자들의 체온에서 나오는 열기로 후끈 달라 올랐다.

윈도7을 선보이면서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사용자들에 의한 사용자들을 위한 사용자들의 운영체제’라는 화두를 꺼내 들었다. 윈도 비스타에서 맛본 쓰라림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고객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했다는 것이다. 새로운 기술에 집착하기 보다는 사용자들이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혁신 보다는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는 얘기다. 고객들의 입장에서는 어렵고 이해하기 힘든 혁신이 아닌, 가려운 부분을 제대로 긁어주는 개선이 진정한 ‘혁신’이라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8백만 명의 베타테스터, 1만 6,000회의 온라인 인터뷰, 4만 시간의 사용사례 분석을 통해 사용자들의 아이디어에 귀를 기울였다고 밝혔다.

777명이나 되는 블로거를 초청한 것도 이러한 점을 좀 더 적극적으로 알리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이날 행사에 참석한 블로거의 발길을 움직이게 만드는 데는, 윈도7 얼티밋 버전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는 매력적인 선물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테스트 버전을 사용해본 사용자, 블로거, 각종 언론매체가 내 놓은 긍정적인 평가들이 없었다면, 아마도 공짜가 주는 매력만으로 어제와 같은 사용자들의 관심과 호응을 이끌어 내기는 힘들었을 지도 모른다. 바꾸어 말하면 윈도 비스타에 대한 실망이 그 만큼 컸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윈도7 발표 행사장에는 삼성전자, 엘지전자, 엔비디아 등의 미니 부스를 마련해, 윈도7이 탑재된 PC와 노트북과 그래픽 카드 등의 주변기기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러한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의 행보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윈도 비스타 제품 발표회 장면이 떠올랐다. 그 때는 강남에 자리 잡은 멀티플렉스 극장이 윈도 비스타의 국내 데뷔 무대였다. 그 무대에 블로거는 없었고, 좀 과장하면 거만하다고 여겨질 수 있을 정도로 자신감에 차 있던 한국마이크로소프트가 있었다.

비스타가 세상에 나온 지 약 3년. 그 동안 마이크로소프트의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고, 예전과는 고객들 대하는 마음가짐이 조금은 달라진 것으로 보였다. ‘자랑’ 일색이 아니라, ‘겸손’이 느껴졌다고나 할까. 윈도7이 진정 그런 변화를 통해 태어난 자식이라면, 적어도 윈도 비스타의 아픈 과거를 따라가지는 않을게다.

물론 윈도7에 담아낸 사용자들의 생각과 기대가 얼마나 고객들의 눈높이를 맞춰줄 수 있을지는 이제부터 지켜보아야 한다. 가려운 부분이 있다면 계속해서 긁어주어야 하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겸허한 마음으로 귀를 열고 들어야 한다.

블로거를 초청한 것이 홍보와 마케팅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진정으로 고객들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평가를 받기 위한 자리였다면 일회성으로 끝나지 말아야 한다. 이제부터 777명의 블로거가 그들의 블로그에 쏟아낼 윈도7의 이야기들이, 정말로 행운을 상징하는 ‘러키세븐’의 향연이 될지는 두고 지켜볼 일이다.

윈도7이 윈도 비스타에서 맛본 쓰라린 기억에서 탈출할 수 있는 비상구가 될 수 있을까? 비상구 알림판 뒤로 1층에 마련된 업체들의 미니 부스에서 윈도7이 탑재된 PC와 노트북을 관람하는 참석자들이 모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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