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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아이폰 빠진 '강력한' 스마트폰 출시 일정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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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들이 원하는 제품이 있다면, 어떻게 해서라도 그것을 구해주는 것이 장사의 기본 상식이고 도리다. 물론 그것이 위험하거나 미풍양속을 해치는 등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킬 수 있다면 정중하게 또는 완곡하게 거절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고객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알아야 하는 것은 장사의 기본이다.

비즈니스나 마케팅 같은 단어를 사용하는 것을 즐기는 기업이나 사람들 중에는 간혹 장사라는 말 앞에서 얼굴을 붉히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자신감 있고 고객을 생각하는 마음이 있다면 무엇으로 불리든 무슨 상관인가. 기업이나 자영업자는 돈을 벌기 위해 사업 활동을 한다. 그리고 그 대상은 그들이 입에 달고 사는 바로 '고객'이다.

4월 26일 국내 최대의 이동통신서비스 업체인 SK텔레콤에서 2분기에 출시 예정인 스마트폰 10종을 공개했다. SK텔레콤이 배포한 보도자료를 보면 ‘강력한 스마트폰 라인업 구축’과 ‘스마트폰 대중화를 통한 무선인터넷 활성화’를 위해 ‘전격’으로 이들 제품을 공개한다고 말머리를 시작한다.

10개 단말기 중에서 9개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탑재한 모델이고, 그 중에 9개는 SK텔레콤을 통해서만 단독으로 공급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SK텔레콤의 스마트폰 단말기 라인업이 확실한 우위에 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그 예상은 과연 현실이 될 수 있을까?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전 세계 시장에서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스마트폰을 꼽으라면 애플의 아이폰을 빼 놓을 수 없다.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지만 SK텔레콤 고객들 중에도 분명 아이폰의 주인이 되고 싶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이번 소식은 희망 보다는 절망을 안겨줄지도 모르겠다.

아직은 소문에 불과하지만 애플이 차기 아이폰을 내놓을 준비를 한다는 소식이 돌고 있다. 국내의 많은 사용자 그 중에서도 SK텔레콤 고객들 중에는 이번에는 SK텔레콤이 그것의 도입을 추진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걸고 있는 경우가 분명 있을 게다. 그런데 이번 SK텔레콤의 스마트폰 라인업에는 아이폰은 찾아볼 수 없다.

물론 신형 아이폰의 출시가 언제일지 모르는 만큼 시와 때가 맞지 않아 빠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SK텔레콤이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폰을 대거 선보일 예정인 것으로 보면, 추측컨대 아이폰 도입은 고사하고 안드로이드폰으로 아이폰과 전면전을 펼칠 기세다. 어떤 사람에게는 반가운 소식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안타가운 소식인 셈이다.

아이폰을 사용하고 싶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SK텔레콤을 떠날 수 없는 고객들은, 본의 아니게 SK텔레콤의 ‘강력한 스마트폰 라인업’의 지원군이 되어 아이폰 사용자와 대결구도를 벌일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기업의 정책을 놓고 왈가왈부할 수 있는 노릇은 아니지만, 안타까운 것은 트렌드를 무시하는 기업은 그 대가를 치른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이번 발표가 아이폰 출시만을 고대하던 SK텔레콤에게는 절망적일지 모른다. 하지만 굳이 아이폰을 고집하지 않으면서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싶은 고객들에게는 반갑고 다행스럽다고 여길 지도 모르겠다. 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모델들이 일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HTC의 디자이어(desire)와 HD2, 모토로라의 드로이드(Droid), 소니에릭슨의 엑스페리아 X10은 개인적인 취향이나 용도에 따라 제법 인기가 높은 제품들이다. 아울러 삼성전자의 갤럭시 A와 갤럭시 S, 리서치인모션의 블랙베리 볼드 9700, 팬택의 시리우스, LG 전자의 SU950이 2분기 안에 SK텔레콤을 통해 시장에 선보인다.

대만 기업인 HTC는 최근 몇 년 사이 풀터치폰과 스마트폰 시장에서 돌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단말기 제조업체다. 구글의 넥서스원을 HTC가 만들었고,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자체 브랜드 스마트폰인 디자이어 등을 북미, 유럽, 한국에서 5월쯤에 선보일 예정이다.

HD2는 SK텔레콤이 공개한 2분기 출시 예정 스마트폰 중에서 유일하게 안드로이드를 운영체제로 채용하지 않은 모델이다. HD2는 운영체제로 윈도 모바일 6.5를 탑재했으며, 높은 하드웨어 사양 덕분에 윈도 모바일을 운영체제로 사용하던 스마트폰이나 PDA 사용자들에게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모토로라에서 출시한 드로이드(Droid)는 북미 시장에서 1주일 동안 25만대가 팔리면 안드로이드 진영의 견인차 역할을 한 제품이다. 국내 출시 모델의 이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며, 6월 중으로 해외에서 판매되고 있는 사양 그대로 국내에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XT800W 모델 역시 드로이드와 함께 6월에 선보일 계획이다.

소니에릭슨의 엑스페리아 X10 역시 6월에 출시 될 것으로 보인다. 엑스페리아 X1에 비해 향상된 프로세서 성능과 카메라 사양 때문에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모델이다. 해외에서는 몬스터폰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며, 1GHz의 프로세서와 810만 화소의 디지털 카메라 기능을 갖췄다.

블랙베리 볼드 9700은 이미 지난 4월 21일 국내에서 제품 발표회를 개최했고, 조만간 예약 판매에 들어갈 예정이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사용하면서 더욱 유명해진 블랙베리 시리즈는, 이메일 사용에 최적화되어 있는 스마트폰으로 쿼티 키패드를 내장한 것이 특징이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A는 4월말, 갤럭시 S는 6월에 출시가 예정되어 있다. 갤럭시A는 영상통화가 가능하고, 안드로이드 마켓과 T스토어에서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 할 수 있다고 한다. 갤럭시S는 4인치 슈퍼아몰레드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것이 특징이다.

4월 말부터 구입이 가능한 팬택의 시리우스는 역시 안드로이드 2.1을 운영체제로 사용하는 스마트폰이다. 1GHz의 속도로 동작하는 퀄컴의 스냅드래곤 프로세서와 3.7인치 크기의 아몰레드 디스플레이를 채용했다. 지상파DMB 수신, 500MB의 내장 메모리와 8GB 용량의 마이크로 SD 플래시 카드가 기본으로 제공된다.

SK텔레콤이 향후 출시될 제품에 대한 출시 계획을 밝힌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스마트폰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그에 대한 고객들의 수요가 적지 않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는 증거이기도 하다. 아울러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아이폰 출시를 내심 고대하는 고객들의 불만을 대하는 SK텔레콤의 고민 또는 자만이 보이기도 한다.

앞으로 지켜보면 알겠되겠지만 SK텔레콤을 비롯한 국내 이동통신서비스 업체가 이것 하나만은 잊지 말았으면 한다. 고객들이 진정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가 무엇인지 모른다면 살아남을 수 없다. 그것을 알면서도 외면하고 무시한다면 등 돌린 고객은 돌아오지 않는다. 과연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주도권은 누구의 손에 쥐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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