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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0. 2. 05:05

가진 것이 없으면, 하늘만 보게 된다. 가진 것이 너무 없으면, 세상에 하늘만 있는 것 같다. 애원하려고 하늘을 본다. 원망하려고 하늘을 본다. 체념하려고 하늘을 본다. 살아 있다는 것을 잊지 않으려 하늘을 본다.  그렇게 하늘만 보며 살다 보면, 어느 날 알게 되는 순간이 온다. 아무것도 없는 빈 곳, 고즈넉하게 구름이 흘러가는, 해와 달이 솟고 지는 곳. 그것뿐인 줄 알았던 하늘이, 수많은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때가 온다. 

 

하늘의 존재는 하나인데, 하늘의 의미는 무한이다. 하늘이 마음을 흔드는 것인지, 마음이 하늘 때문에 흔들리는 것인지, 어쨌거나 하늘은 마음을 흔든다. 마음이 흔들리면, 눈동자가 떨리고, 그 떨림 사이로, 눈물이 스민다. 그래서 눈은 마음의 샘이다. 눈이 촉촉하게 항상 젖어 있는 사람은, 하늘 때문에 항상 마음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하늘 때문에 마음이 흔들린다는 것은, 여전히 가진 것이 너무 없는 까닭이다. 

 

나의 하늘이 그럴 때, 너는 하늘에서 왔다. 내가 바라보던 하늘, 내가 애원 하던 하늘, 내가 원망하던 하늘. 그 하늘로부터 왔다. 가진 것이 없던 나와는 다르게, 너는 가진 것이 정말 많았다. 그래서 너의 눈에는, 물이 고이지 않았다. 미소가 날리고 웃음이 흘렀다. 바람이 지날 때마다, 네가 보는 하늘이 담긴 눈동자 속에는, 고운 빛이 가득했다. 네가 내 곁에 있을 때, 하늘 보는 것을 잊어 버리고, 네 눈동자 속에 빠져 살았던 이유다.

 

이제 하늘을 보며 너의 눈동자를 기억한다. 하늘의 색이 변할 때, 네 눈 속에서 빛나던 미소를 기억한다. 하늘의 빛이 바뀔 때, 네 눈 속에서 꽃피던 웃음을 회상한다.  그렇게 보는 하늘은 하루의 시작이 되고, 그렇게 만나는 하늘은 하루의 끝이 된다. 어느 날, 어느 때. 다시는 이 하늘을 볼 수 없을 때, 네가 있는 그 하늘에 구름 한 조각 띄울 테다. 세상을 떠가냐며 보았던 마지막 하늘을 알리기 위함이다. 

 

여전히 나는 가진 것이 없고, 여전히 나는 가진 것이 너무 없다. 그래서 여전히 하늘을 보아야 하지만, 고개를 숙이고 하늘을 볼 때가 있다. 마음속에 있는 너의 하늘을 그리워할 때, 숙인 고개는 심장이 있는 가슴을 향한다. 비록 나의 눈빛은 심장에 다다르지 못하지만 보지 않아도 알 수는 있다. 그 심장 옆에 지금도 네 눈동자 속의 하늘이 있다는 것을.

 

여름도 아니고, 가을도 아니다.  아침이면 가을인데, 낮이 되면 여름이고, 밤이 되면 이도 저도 아닌 때다. 해마다 뜨겁고 차갑고 서늘한 바람이 밉상을 떨 때 마다, 네 눈동자 속에서 메꽃 향기처럼 번지던 사랑스러움을 그리워한다. 이제 낙엽 같지 않은 나뭇잎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성미 급한 마음은 함박눈을 떠올릴 것이 틀림없다. 네가 떠나던 그 하늘이 그렇게 차가웠던 까닭이고, 내가 꼼짝할 수 없었던 그 하늘이 그렇게 쓰라렸던 까닭이다.

 

혹시라도 살아 있어 살아가는 동안, 그 어느 날에. 내게도 가진 것이 있게 되면, 내게도 가진 것이 너무 많게 되는 날이 오면, 세상에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 날이 온다면. 나는 따스한 바람이 지나가던 하늘이었다는, 너에게 알려주고 싶다. 아이슬란드에 가면 가장 따뜻한 노천 온천이 있듯이, 가장 가난한 자의 마음속에 가장 뜨거운 애틋함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다.



 

하늘

 

나에게 하늘은,

그냥 파아란 그런 하늘이 아니다

 

사랑하는 네가,

고운 눈동자에 담은 하늘이다

 

하루 종일 밤낮으로,

눈동자를 마음에 품고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