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팀의 ‘안전한 현금’은 옛말, 이제는 ‘수익률’과의 전쟁..변동성이라는 칼날 위에서 재무 전략을 재정의하는 DAT
→ 잠자는 현금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 가치 하락이라는 소리 없는 침식
→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도발, ‘위험’이라 불렸던 금단의 문을 열다
→ 이것은 투기가 아닌 생존 전략, 미래 재무의 문법이 다시 쓰인다
디지털 자산 재무(DAT·Digital Asset Treasury)는 기업이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디지털 자산을 직접 취득하고 관리하며 재무 활동에 통합하는 전략이다. 이는 단순 투자를 넘어, 기업의 유동성 관리, 자본 배분, 위험 관리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한다. 기업이 보유한 디지털 자산을 활용해 추가 수익을 창출하거나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모든 활동이 여기에 포함된다.
제로금리 시대의 장기화와 인플레이션 압박 속에서, 전통적인 기업 재무팀은 현금성 자산의 가치 하락이라는 문제를 마주했다. 은행 예금이나 단기 채권만으로는 자산 가치를 방어하기 어려워졌고, 보다 적극적인 수익 창출 전략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기업의 성장과 혁신을 위한 새로운 금융 동력을 찾아야 하는 과제가 재무 담당자들의 갈수록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 관성적인 재무 전략의 균열
기업의 금고는 수십 년간 큰 변화 없이 법정화폐와 전통 금융상품으로 채워져 있었다.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이 방식은 예측 가능한 경제 환경에서는 유효했다. 하지만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금융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상황 속에서, 이러한 보수적인 자금 운용은 오히려 기회비용을 증가시키는 족쇄가 되기 시작했다. 현금은 더 이상 가장 안전한 자산이 아니라는 인식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 미지의 영역으로의 첫걸음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 혁신적인 기업들은 디지털 자산을 대안으로 주목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회의적인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가격 변동성은 감당하기 어려운 위험으로 여겨졌고, 규제의 불확실성은 섣불리 발을 들이기 어렵게 만드는 장벽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선구자들은 디지털 자산이 가진 잠재력, 즉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이자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서의 가능성을 포착하고 탐색에 나섰다.
| 금기를 깬 재무적 결단
마이크로스트래티지(MicroStrategy), 테슬라(Tesla)와 같은 기업들이 대차대조표에 비트코인을 포함시키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이는 단순한 투자를 넘어, 기업 재무 전략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시장은 충격과 기대로 술렁였다. 이들의 결정은 다른 기업들에게 디지털 자산이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자산 클래스임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고, DAT라는 새로운 분야의 문을 활짝 열었다.
| 예측 불허의 파도를 넘어서
디지털 자산 시장의 극심한 변동성은 DAT를 도입한 기업들에게 가장 큰 시련이었다. 자산 가격의 급등락은 기업의 재무제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고, 주주들과 시장의 우려를 낳았다. 또한, 명확한 회계 기준이나 규제 가이드라인의 부재는 실무적인 혼란을 가중시켰다. 기업들은 자체적인 위험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전문 인력을 확보하며 이 낯선 파도를 넘기 위해 고군분투해야만 했다.
| 혼돈 속에서 질서를 세우다
초기의 시행착오를 겪으며 기업들은 점차 정교한 DAT 관리 체계를 갖추어 나갔다. 안전한 자산 보관을 위한 커스터디(Custody) 솔루션을 도입하고, 파생상품을 활용해 가격 변동의 위험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디파이(DeFi, 탈중앙화 금융) 프로토콜을 활용하여 보유 자산으로 추가 수익을 창출하는 등, 단순 보유를 넘어 적극적으로 자산을 운용하는 단계로 발전했다. 이는 DAT가 단순한 모험이 아닌, 체계적인 재무 전략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음을 증명했다.
| 혁신의 증거, 재무 성과로 나타나다
성공적으로 DAT 전략을 안착시킨 기업들은 상당한 재무적 성과를 거두었다. 보유한 디지털 자산의 가치 상승은 기업의 전체 자산 규모를 키웠고, 이는 다시 새로운 투자와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시장은 이들을 단순한 '암호화폐 투자 기업'이 아닌, 미래 금융 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혁신 기업'으로 재평가하기 시작했다. DAT는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핵심 동력 중 하나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 새로운 금융 생태계를 향한 비전
이제 DAT는 단순히 유휴 자금을 운용하는 수단을 넘어 기업의 핵심 금융 인프라로 진화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디지털 자산을 활용해 국경 간 결제를 간소화하거나, 대체 불가능 토큰(NFT)을 발행하여 고객과의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는 DAT가 기업의 재무적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을 넘어,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혁신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 미래 재무의 표준이 될 전략
디지털 자산 재무는 더 이상 일부 혁신 기업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이 가속화될수록, 더 많은 기업들이 DAT를 핵심 재무 전략으로 채택하게 될 것이다. 이는 기업이 불확실성의 시대에 생존하고,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포착하기 위한 필수적인 여정이 될 것이다. DAT는 미래 기업 재무의 '뉴노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