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크드인?!] 사전 속에서 침묵하던 단어가 이젠 일상의 용어…‘맥락’을 다루는 깊이와 정교함이 뉴노멀 시대 ’능력‘의 척도
·맥락, 모호한 눈치와 침묵을 걷어내고 명료한 언어로 구조화하는 힘
·진화, 정답을 찾는 검색 능력에서 해답을 설계하는 기획 능력으로의 이동
·전환, 기술적 해법보다 우선하는 '문제 정의' 능력의 재발견
사전 속에 갇혀있던 ‘맥락’이라는 단어가 세상 속을 누비며 지경을 넓히고 있다. 한때 언어학자들의 전유물이거나 문학 비평에서나 등장하던 '맥락(Context)'이, 챗GPT(ChatGPT)와 같은 생성형 AI(Generative AI) 덕분에 추상적인 개념에서 일상적인 도구로 급부상한 것이다.
AI 등장 이전의 사람들은 눈치와 직관이라는 비언어적 합의에 기대어 소통하는 일이 잦았다. 하지만 연산으로 생각을 흉내내는 AI를 상대하면서 그것으로부터 기대하는 수준 이상의 생성 결과를 얻으려면, 배경, 의도, 상황을 제대로 입력해야 한다는 것을 AI를 사용하는 많은 사람들은 알게 됐다.
단순히 새로운 소프트웨어 사용법을 익히는 차원을 넘어, 인간의 사고 회로 자체가 맥락 지향적으로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그 전에는 공기처럼 희미했던 맥락의 존재 가치가, 이제는 이 생존을 위한 필수 문법이면서 성공 도구로 자리잡으며, 다음과 같은 5가지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 모호함의 제거, 명확한 방향 제시가 일상화
그 동안 한국 사회를 지배하던 소통 방식은 이심전심, 즉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고맥락 문화(High-Context Culture)였다. 상사가 "이거 잘 좀 정리해봐"라고 던지면 부하 직원은 숨겨진 의도를 파악하려 애썼고, 이것이 일종의 사회적 지능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AI는 이러한 불분명한 지시를 전혀 해석하지 못하며, 입력된 정보의 빈약함은 곧 결과물의 조악함으로 이어진다.
사람들은 이제 ‘두루뭉술’한 요청이 권위가 아닌 비효율의 원인임을 인지하고,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추상적인 기대를 언어라는 명확한 픽셀로 변환하여 전달하는 훈련을 하게 되었다. 업무 지시를 내리거나 협업을 요청할 때도 목표와 제약 조건, 예상 독자 등을 낱낱이 명시하는 저맥락(Low-Context) 소통 방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모호함을 걷어내고 정보의 밀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언어 습관을 교정하며, 결과적으로 조직 전체의 소통 비용을 낮추는 긍정적인 부수 효과를 낳는다.

| 정답의 수집가에서 질문의 설계자로
검색 엔진이 지배하던 시절의 핵심 역량은 흩어진 정보 속에서 정확한 답을 찾아내는 '수집'에 있었다. 반면 생성형 AI 시대의 핵심 역량은 원하는 답이 도출될 수 있도록 질문의 구조를 짜는 '설계'에 있다. 단편적인 지식을 묻는 행위는 더 이상 경쟁력이 없으며, 지식이 놓여야 할 상황과 조건을 입체적으로 구성하는 기획력이 강력한 무기가 된 것이다.
동일한 AI 모델을 사용하더라도 사용자가 어떤 배경 상황을 부여하느냐에 따라 산출되는 결과의 수준은 천차만별이다. 따라서 이미 존재하는 정답을 찾는 수동적 태도에서 벗어나, 질문의 각도와 깊이를 조절하여 최적의 해답을 스스로 창조해내는 능동적 연출가로 진화해야 한다.

| 문제 해결자에서 문제 정의자로의 권력 이동
AI는 주어진 문제에 대한 답을 내놓는 데 있어서는 이미 인간을 능가했다. 이러한 기술적 환경 변화는 인간의 역할을 '문제를 푸는 사람(Solver)'에서 '문제를 정의하는 사람(Definer)'으로 이동시켰다. 맥락을 입력한다는 것은 곧 문제의 범위와 성격을 규정하는 행위다.
단순히 ‘매출을 올리는 법’을 묻는 것이 아니라 ‘1,000만원으로 예산이 제한된 상황에서 20대 여성을 타겟으로 하는 신규 브랜드의 초기 진입 전략‘이라고 맥락을 좁혀주는 것이 인간의 몫이다. 기술적 솔루션은 AI가 제공하지만, 그 솔루션이 적용될 판을 짜고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 과업을 구체화하는 '정의(Definition)' 능력이 진정한 지적 능력으로 대우받게 되었다.

| 파편화된 언어의 조립, 논리적 문해력의 부활
디지털 기기의 발달로 인한 짧은 영상과 단문 위주의 소통은 긴 호흡의 글쓰기 능력을 퇴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AI에게 복잡한 과업을 수행시키기 위해서는 인과관계가 명확하고 논리적으로 완결된 형태의 서술이 필수적이다. 파스칼이 규정한 ’생각하는 갈대’로서 잊혀졌던 인간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렇게 자신의 생각을 글로 구조화하여 입력하는 '맥락을 담은 프롬프트'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논리적 글쓰기 능력은 더욱 중요한 핵심 역량으로 부상했다. 단절된 단어의 나열이 아니라 문장과 문장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상황을 설명하는 능력, 즉 문해력(Literacy)이 곧 AI 활용 능력이자 업무 능력이 되는 시대로 이동한 것이다.

| 보편성의 함정 탈출, '나'라는 맥락의 자산화
누구나 수준급의 보고서와 이미지를 순식간에 만들어낼 수 있는 기술의 평준화는 역설적으로 '개인 고유의 맥락'을 가장 희소한 자원으로 격상시켰다. 인터넷에 떠도는 일반적인 지식의 조합은 AI가 흉내 낼 수 있지만, 개인이 겪은 구체적인 시행착오와 현장의 냄새, 그리고 그 과정에서 축적된 독창적인 관점은 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매끄럽지만 영혼 없는 텍스트보다, 다소 미숙하더라도 글쓴이의 삶의 궤적과 철학이 묻어나는 콘텐츠에 반응한다. 결국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의 고유한 서사와 맥락은 대체 불가능한 브랜드가 되며, 이것이 곧 AI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유일한 무기가 된다.

💡의사결정을 위한 인사이트 포커스
이제 지적 위계 또는 서열은 지식의 양이 아니라 지식을 엮어내는 맥락의 깊이와 정교함에 의해 재편될 것이다. 지혜로운 인간, 분별력 있는 인간을 의미하는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의 진정한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링크드인은 아메바 수준의 알고리즘을 가진 AI이고, 우리는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인간이 된 존재’로서의 가치를, ‘나만의 맥락’을 통해 일깨워 주어야 한다. 열심히 쓰는 것은 부족하다, 이제는 제대로 써야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