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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 삼악산, 시원한 강줄기를 보며 즐기는 암릉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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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을 갖지 않으면 바로 곁에 두고도 보이지 않는 것들이 지천이다. 그것의 존재를 깨닫게 만든 것이 관심이면 좋겠지만 때로는 우연이 그것의 발견에 일조할 때가 있다. 그럴 때 야릇한 감동과 흥분을 느끼게 된다. 만약 그것의 발견이 전에는 가보지 않았던 낯설고 생경한 곳에서 이루어진다면, 마음속에 찾아드는 감정의 파고는 좀 더 높아진다.

서울에서 춘천까지 국도를 따라 달리다 춘천의 문턱에 이를 즈음이면, 국도 오른쪽으로 물길을 이어가고 있는 북한강 건너편으로 작은 기차역이 눈에 들어온다. 혹시 가보지 못했다 하더라도, 한번쯤은 이름을 들어봤을 강촌역이다. 강촌역이 그렇게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면, 왼쪽에 솟아있는 산자락 하나가 국도를 따라 한 동안 이어진다.

바로 삼악산이다. 삼악산은 작고 아담한 산이다. 그저 지나치기만 한다면 존재 자체를 느끼지 못할 만큼 평범해 보이는 그런 산이다. 그래서 관심 없는 나그네들에게는 그저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여느 산처럼 여겨지기 십상이다. 하지만 그 속에 발을 딛고 들어서서 속살을 보고 나면, 제법 맛깔스러운 숨겨진 매력이 적지 않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


큰 지도에서 삼악산-코스가이드 보기

▲[코스가이드]  구글지도에 추천코스를 따라 이동한 GPS 트랙을 매핑했다. 지도를 확대하면 자세한 코스를, ‘지형’을 선택하면 지형도에 매핑된 트랙을 볼 수 있다. 트랙의 색상이 진한 빨강에 가까울수록 난이도가 높은 코스다. [GPS 수신기: 마젤란 익스플로리스트 500, 가민 포런너 305]

삼악산은 규모는 크지 않지만 산행하면서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 쏠쏠한 산이다.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을 기준으로 하면 너무 멀지도 그렇다고 너무 가깝지도 않는 적당한 거리에 있다. 일상에서 벗어난 여유로움을 느끼는데 부족함이 없을 정도의 거리에 있고,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 고즈넉한 자연이 주는 한가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서울에서 약 80km 춘천에서는 서쪽으로 약 10km 떨어진 삼악산은, 암릉구간을 오르며 시원하게 펼쳐진 북한강, 의암댐, 춘천시내를 내려다보는 맛이 일품이다. 또한 남쪽을 들머리로 삼아 몇 분만 올라가면 만나게 되는 등선폭포를 보는 즐거움도 빼 놓을 수 없다.

삼악산이라는 이름은 용화봉(654m), 청운봉(546m), 등선봉(632m) 세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다고  붙여졌다. 주봉은 용화봉으로 흔히 삼악산 정상이라고 하면 용화봉을 말한다. 용화봉은 등선폭포 입구가 있는 남쪽 들머리와 의암댐 쪽에 있는 동쪽 매표소를 통해 오를 수 있다.

등선폭포 입구나 의암매표소에서 산행을 시작해 용화봉 정상에 선 후, 올라갔던 길을 그대로 내려오는 원점회귀 산행도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삼악산의 매력을 제대로 맛보기 위해서는 등선폭포-의암매표소 구간을 온전하게 밟아 볼 것을 권한다. 등선폭포 입구에서 산행을 시작했다면 의암매표소로 내려오고, 의암매표소를 들머리로 잡았다면 등선폭포 입구를 날머리로 잡는다.

다만 좀 더 안전하고 여유로운 산행을 즐기고 싶다면 가파른 암릉구간으로 이루어진 의암매표소에서 산행을 시작해 정상을 밟은 후 등선폭포 방향으로 하산하는 것이 좋다. 특히 산행 초보자들이라면 이 코스가 적당하다. 산은 오르는 것보다 내려가는 것이 더 위험하고 힘들다는 것을 모르는 초보자들이라면, 정상인 용화봉에서 의암매표소로 이어지는 암릉구간은 하산코스로 선택하지 않는 것이 좋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서울 청량리역에서 강촌까지 기차를 탄다. 강촌역에서 내리면 경춘국도와 연결된 다리를 건넌 후 강변을 따라 등선폭포 입구나 의암매표소까지 걷거나 버스로 이동할 수 있다. 강촌역에서 등선폭포 입구까지는 약 3km 등선폭포 입구에서 의암매표소까지는 약 2.4km로, 걸어서 약 한 시간 정도 소요된다.

걷는 것이 싫다면 다리를 건넌 후 버스정류장에서 춘천행 시내버스를 탄다. 버스를 직접 타보지 않았지만 삼악산 주차관리소에 문의해 보니 20-30분 간격으로 다니는 버스가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 버스를 타고 약 3-4분 정도 가면 의암댐을 지나자마자 있는 신연교 앞 정류장에서 내린다. 이곳에서 약 5~10분 정도 화천 방면으로 걸어가면 국도 바로 옆에 의암매표소가 있다.


▲[코스가이드] 삼악산 추천 코스를 기록한 GPS 트랙을 지형도에 매핑했다. 오른쪽에 창에서 이동거리와 고도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아래 동영상은 참조하면 실제 이동경로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등선폭포 주자창에 차를 세워두고, 경춘국도를 따라 의암매표소로 도보로 이동한 후 산행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주자창에서 의암매표소까지는 약 2.4km 걸어서 30분 정도 걸린다. 아래 동영상을 클릭하면 이동 경로를 볼 수 있다.



자동차를 직접 운전해서 간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의암매표소 앞에 주차를 하고 산행을 마친 후 등선폭포 입구 쪽에서 버스나 도보로 의암매표소까지 돌아오는 방법이다. 두 번째는 아예 처음부터 하산 지점인 등선폭포 입구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버스나 도보로 의암매표소로 이동해서 산행을 시작한다.

개인적으로는 두 번째 방법을 추천한다. 의암매표소 앞에는 주차공간이 협소하기 때문에 주차가 수월하지 않고, 등선폭포 입구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의암매표소로 30분 정도 걸어서 이동하면서 몸을 풀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의암매표소 방면을 등산 기점으로 선택하는 것이 조금은 더 안전한 산행을 할 수 있다.

의암매표소 관리원에 따르면 등선폭포 입구에 자리 잡은 일부 식당에서 식사를 하면 의암매표소까지 업소주인이 차로 태워다 주기도 한다고 한다. 따라서 하산을 한 후 등선폭포에서 간단한 식사를 할 생각이고 의암매표소 주차장에 주차공간이 있다면 이 방법을 선택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등선폭포 주차장은 주차공간이 넉넉해 차를 세워 두는데 무리가 없다. 주차요금은 소형 기준 하루 2,000원(왼쪽 위). 주차장에서 국도를 따라 의암매표소로 이동할 수 있다. 주차장을 출발할 때는 인도가 있지만 곧 사라지고 국도를 따라 걷다보면, 의암댐이 나온다.

삼악산에 오르려면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사양한다. 어른은 1,600원 초중고생은 1,000원이다. 주차요금은 소형을  기준으로 하루 2,000원이다. 등선폭포 입구 주차장은 제법 공간이 넓기 때문에 차를 세워 두는 데 어려움이 없다. 등선폭포 주차장에 차를 놓아 두고, 국도를 따라 춘천 방면으로 30분 정도 걸어가면 의암매표소에 도착한다. 오른쪽에 북한강을 끼고 계속 국도를 따라가면 된다. 다만 인도가 없는 국도를 계속 걸어야 하므로 오가는 자동차에 주의한다.

의암매표소에서 본격적으로 산을 오르기 시작하면 시작부터 제법 가파른 길이 기다리고 있다. 숨을 몰아쉬며 약 200m를 올라가면 흰색 건물하나가 나타나는데 삼악산장이다. 이 곳부터 상원사라는 암자까지는 약 400m, 삼악산장을 지나면서부터는 조금은 완만하게 산길이 이어진다. 의암매표소에서 상원사까지는 20-30분 정도 소요된다.


▲의암매표소에는 주차공간이 협소하기 때문에 차를 세워 두기가 쉽지 않다. 이곳에서 입장료를 내고 산행을 시작하면 된다. 일단 등산로에 접어들면 화장실이 없기 때문에 용변은 이곳 화장실에서 꼭 해결한다.


▲의암매표소부터 제법 가파른 길이 시작된다. 200m 정도 오르면 삼악산장이 나타난다. 삼악산장에서 바라보는 북한강과 건너편 조망도 제법 볼만하다

소나무가 우거진 숲길을 따라가다 완만한 길이 끝날 즈음 나타나는 계단을 올라서면 상원사다. 상원사는 작고 아담한 암자다. 상원사에 도착하면 처음부터 된비알을 만나 몰아쉬었던 한 번 고르며, 샘물을 한잔 마시고 식수를 준비하지 못했다면 이곳에서 수통에 물을 채운다.

이곳부터 등선폭포 입구까지는 중간에 물이 없기 때문에 미처 마실 물을 준비하지 못했다면 이 곳에서 준비해야 한다. 아울러 화장실도 등선폭포 입구와 의암매표소 주창에만 있기 때문에 용변도 미리 해결하고 올라가야 한다. 상원사에는 등산객이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없다.


▲ 의암매표소에서 20-30분 정도 올라가면 상원사다. 물을 준비하지 못했다면 이 곳에서 샘물을 수통에 담아 준비하면 된다.

상원사를 지나 정상으로 다시 출발하면 머지않아 가쁜 숨을 몰아쉬게 만드는 급경사가 시작된다. 상원사부터 깔딱 고개까지 이어지는 급경사 구간은 거리가 약 350m 정도된다. 깔딱 고개라고는 하지만 산행경험이 많은 사람들이라면 큰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는 구간으로, 설악산이나 지리산 구간에서 만나게 되는 깔딱 고개를 떠올릴 필요는 없다.

깔딱 고개를 올라서면 북서방향으로 이어지는 본격적인 능선에 올라서고, 삼악산 등산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암릉구간이 기다리고 있다. 암릉구간에는 등산객의 안전을 위해 쳐 놓은 철제 발받침과 로프 등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어서, 서두르지 않고 느긋하게 오르면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암릉을 따라 올라가는 중간 중간 뒤를 돌아보면, 발아래 펼쳐진 북한강과 의암호 춘천시내 모습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춘천을 왜 호반의 도시라고 하는지 이곳에 발자국을 남겨보면 어렵지 않게 가늠할 수 있다. 다만 암릉구간을 오를 때는 앞사람과의 거리를 충분히 두어야 한다. 낙석이 생길 수도 있고, 앞 사람이 미끄러질 경우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등선폭포 입구에서 올라와 정상을 밟고 의암매표소 방향으로 하산하는 사람이 많은 오후에는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 하산하는 사람과 마주칠 경우 알아서 안전한 곳에 자리를 잡고 피해야 한다. 상원사부터 정상인 용화봉까지 쉬지 않고 오른다면 넉넉잡고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면 오를 수 있다.

만약 암릉길 오르는 것이 버겁고 허기가 져 휴식이나 식사를 해야 한다면 중간에서 넉넉하게 휴식을 취하거나 점심을 해결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다만, 정상까지 오르는 구간에는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의자가 없기 때문에 적당한 곳에 자리를 찾아 앉으면 된다. 의암매표소에서 용화봉 정상까지는 초보자를 기준으로 2시간에서 2시간 30분이면 오를 수 있다.



▲ 깔딱고개를 지나 능선 위를 올라서면 머지않아 본격적인 암릉구간이 나타난다. 서두르지 말고 뒤를 돌아보며 서서히 오르다 보면 춘천시와 북한강의 멋진 풍광을 즐길 수 있다.

상원사에서 오르는 동쪽 등산로는 암릉구간이 많고 경사가 비교적 가파르기 때문에 비가 오거나 눈이 쌓였을 때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는 반드시 하산이 아닌 등산 코스로 선택하고, 겨울철에는 아이젠을 비롯해 겨울산행 준비를 철저하게 해야한다.

깔딱 고개부터 정상인 용화봉까지는 약 960m를 올라야 한다. 용화봉에 서면 의암호, 춘천호, 춘천시가지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춘천시민산악회가 세운 정상석이 세워져 있는 용화봉에서 서쪽으로는 등선봉, 북으로는 석파령을 거쳐 이어지는 계관산이 눈에 들어온다. 정상부근은 바위로 이루어져 있고, 공간이 협소하기 때문에 넉넉하게 시간을 잡고 머무르기는 힘들다.


▲삼악산 정상이라면 주봉인 용화봉을 말한다. 용화봉에 오르면 정상석이 맞이한다. 정상 부근은 바위로 되어 있고 마땅히 쉴 곳이 없기 때문에 잠깐 숨을 돌리고 바로 등선폭포 방향으로 하산한다.

정상에서의 시원함을 만끽했다면 남쪽 사면을 따라 이어지는 하산 코스로 발길을 돌린다. 흥국사를 거쳐 등선폭포 입구로 이어지는 하산로는 올라온 길과는 얼굴이 전혀 딴판이다. 암릉구간이 아닌 전형적인 육산이 가진 흙길이고, 경사도 완만한 것이 별 어려움 없이 가볍게 발걸음을 옮길 수 있다.

정상에서 800m 정도를 내려오면 큰초원이라고 이름붙인 넓은 공터 같은 분지를 만난다. 만약 점심을 해결하지 못했다면 이곳에 자리를 잡고 식사를 하거나 가져온 간식을 풀어놓고 여유롭게 쉬어가기에 안성맞춤이다. 큰초원을 지나 부드러운 산길을 걷다보면 이어서 333계단이 나타나고, 이를 지나면 나무 사이로 고즈넉하게 자리 잡은 흥국사가 보이기 시작한다.



▲용화봉에서 등선폭포에 이르는 구간은 대부분 완만한 흙길이라 어려움 없이 내려올 수 있다. 정상에서 800m 내려오면 큰초원이라는 작은 분지가 나오는데 이곳에서 식사를 하거나 휴식을 취하면 좋다.


▲산행이 끝날 때 쯤 가파른 계단을 내려오면 등선폭포다. 식당들이 즐비한 입구를 나오면 산행 안내도와 춘천관광안내도가 있다.

흥국사부터 등선폭포까지는 약 1.8km로 서두르지 않고 내려와도 20~30분 정도면, 양쪽으로 갈라진 바위협곡 사이에 자리 잡은 등선폭포를 만날 수 있다. 등선폭포가 가까워지면 흙길 대신 바위 절벽 사이로 놓아진 계단들이 하나 둘 꼬리를 물며 이어진다.

경사가 상당히 가파르기 때문에 조심해야 하는 마지막 계단을 내려서면, 양쪽으로 칼로 자른 듯한 절벽 사이로 작은 폭포를 만나게 된다. 삼악산의 명물이라고 할 수 있는 등선폭포다. 크기는 않지만 절벽 사이에서 떨어지는 물길의 자태가 제법 볼만하다. 여름 피서 철이면 등선폭포 입구에서 이곳까지 올라왔다 돌아가는 관광객들이 넘쳐나는 곳이기도 하다.

등선폭포를 지나면 바로 산행 날머리인 입구가 나온다. 이곳부터 입구까지 양편으로는 계곡을 따라 식당들이 줄을 잇고 있다. 식당 사이를 지나 입구로 나오면 바로 경춘국도가 나타나고, 왼편으로 200m 정도 걸어가면 주차장이다. 이 곳에 차를 세우고 산행을 시작했다면 바로 주차장에서 차를 몰고, 경춘국도를 따라 집으로 향하거나 강촌으로 향해 식사를 할 수 있다.

[산행길잡이]
O 의암매표소-상원사-용화봉-흥국사-등선폭포 : 거리 약 5.5km, 3~4시간
O 청량리->강촌 : 청량리역에서 경춘선 열차를 타고 강촌에서 하차, 소요시간 약 1시간 30분
        첫차 06:15 열차 운행간격 약 50분. 문의 www.korail.com
O 승용차 : 춘천고속도로-강촌IC-등선폭포 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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