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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부 스타일러스가 찾아준 감성과 편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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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마음이 원하는 펜을 골라 손에 쥐고, 생각을 옮겨놓고 싶은 노트로 옮겨 적는 것을. 만년필을 깨끗하게 목욕시켜 진한 잉크로 배를 채우고 하얀 종이 위를 마음 놓고 움직이게 할 때의 즐거움. 사색의 단편들을 그렇게 쏟아낼 때의 손맛은 참으로 맛깔스럽다. 그것을 포기할 수도 멀리할 수도 없는 이유다.

밥벌이를 위한 도구로 PC가 필수품이 되었어도, 펜과 노트는 영원히 함께 갈 소중한 친구다. 톡톡톡 키보드를 두드리며 프레스토(presto)로 글을 생산해 내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사각사각하는 작은 소리를 내며 화음을 맞추는 만년필과 종이로 빚어내는 라르고(largo)의 글이 아직은 더욱 사랑스럽다.

십년을 넘게 PDA를 사용하면서도 펜을 사용할 수 있는 녀석을 고집했고, 다른 이들이 노트북을 찾을 때 태블릿PC에 흠뻑 빠져 지낼 수밖에 없던 것도 그런 까닭이다. 어쩔 수 없이 사용해야만 하는 것들 속에서 가능하면 버리고 싶지 않은 손으로 쓰는 글씨의 맛을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아이패드의 주인이 되고 나서도 달라진 것은 없다.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다양한 재주를 담고 태어난 물건이지만 노트처럼 손으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도우미가 되어야 한다는 점은 양보할 수 없었다. 한 동안 아이패드와 궁합을 맞출 수 있는 스타일러스 펜을 찾아 여기저기 기웃거려야만 했다.

만만치 않은 몸값을 주고 장만한 펜들이 몇 개 있지만 영 마뜩하지가 않았다. 스타일리시한 아이패드와 어울리지 않는 초라한 디자인이 영 못마땅한 녀석, 손으로 잡았을 때 마다 어색하고 거북함을 주는 펜으로서의 기본적인 기능을 무시한 녀석, 그럴 듯한 외모와 나쁘지 않은 기능을 가졌어도 어딘가 부족한 느낌을 주는 녀석.

서론이 너무 길었다. 그 만큼 아쉬움이 컸다는 뜻이다. 적어도 개인적인 느낌으로 그 동안 만났던 아이패드용 스타일러스들은 그랬다. 뱀부 스타일러스(Bamboo Stylus)는 그래서 더욱 특별하다. 허전하던 마음속을 채우기에 부족함이 없고, 아이패드의 멋진 스타일과 잘 어울리는 패션 스타일이 마음에 든다.

깔끔하고 세련된 맵시가 아이패드와 찰떡궁합

좀 과장하면 아이패드를 위해 태어난 몽블랑 만년필 같다는 느낌이라고 할까. 글로 밥벌이를 하는 사람이라면 하나쯤 가지고 있거나 갖고 싶어지는 몽블랑. 그것은 어떤 이들에게 일종의 로망 같은 것. 뱀부 스타일러스는 그렇게 글쓰기를 좋아하고 그렇게 그리기를 사랑하는 사람이, 아이패드의 주인이 되는 순간 가장 먼저 눈여겨 볼만한 스타일러스다.

뱀부 스타일러스를 보는 순간부터 첫눈에 반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아이패드 옆에 언제든 꺼내 놓아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은 깔끔하고 세련된 몸매, 메탈 바디에 고급스러움과 소박함을 함께 담아낸 색상의 조합. 무엇보다 가장 마음을 사로잡은 점은 단단하고 실용적으로 만들어진 펜 클립이다.


디지털 디바이스를 위한 스타일러스를 고를 때, 개인적으로 가장 깐깐하게 보는 부분은 클립부분이다. 적당한 탄성을 가지고 있어서 주머니나 노트에 꽂거나 빼낼 때 불편하지 않아야 하고, 아무리 오래 사용해도 간격이 벌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항상 들이대는 개인적인 잣대다.

뱀부 스타일러스의 클립 부분은 합격점을 받기에 충분하다. 일단 야무지고 단단한 클립은 주머니나 다이어리에 고정 시키기에 적당한 탄력을 가지고 있다. 오래 사용하다 보면 클립이 바깥쪽으로 벌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는 클립을 분리해서 안쪽으로 구부리고 사용하면 된다.

두 번째는 손으로 잡았을 때의 편안함이다. 보통 그립감이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이것 역시 뱀부 스타일러스는 디자이너가 많은 고민을 했다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손으로 잡았을 때 편안함을 주는 적당한 굵기와 길이(길이 약 12cm, 굵기 약 9mm), 글을 쓸 때 어색함을 최소화한 무게감이 손과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제법 맛깔스런 손맛을 느낄 수 있는 스타일러스

실제 글을 쓰게 되는 끝부분도 물론 중요하다. 만년필에 비유하자면 펜촉에 해당하는 부분을 말함이다. 뱀부 스타일러스와 같은 정전식 터치펜은 끝부분은 탄력을 지닌 팁(펜촉)이 달려있다. 이 부분이 아이패드의 디스플레이에 직접 닿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해주는 부분이다.

필기감은 너무나 주관적인 부분이라 한 마디로 단정을 지을 수 없는 부분이다. 뱀부 스타일러스의 팁 부분은 일반적인 정전식 터치펜에 비해 좀 더 두꺼운 재질을 사용한 듯 하고, 그래서 평소에 펜에 약간을 힘을 주고 눌러 쓰는 필기 습관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더욱 편리할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뱀부 스타일러스의 팁 부분이 매우 마음에 드는데, 볼펜이나 만년필로 글을 쓸 때처럼 비슷한 힘을 주어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그렇다. 팁 부분이 너무 얇은 소재로 되어 있으면 아무래도 디스플레이에 대고 누를 때 팁으로 가야할 힘을 조절해야 하는 것이 거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펜촉 부분은 별도로 구입해 교체가 가능하다고 한다.


정전식 터치패널을 채용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은 모두 이런 형태의 터치펜을 사용할 수 있다. 바꾸어 말하면 뱀부 스타일러스는 아이패드뿐만 아니라 정전식 터치패널을 채용한 스마트폰과 함께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아이패드와 함께 터치패널 방식의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면 더욱 관심을 가져볼만 하다.

정전식 터치패널을 몸에 담고 있는 아이패드는 사실 손맛을 느끼면서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기에는 2% 부족하다. 그런 깊은 맛을 디지털 DNA를 가진 물건에서 느끼려면, 전자기유도 방식을 사용하는 태블릿PC가 제격이다. 하지만 이전 세대의 태블릿PC는 너무 무겁고 부담스럽다.

아이패드는 태블릿PC처럼 정밀한 쓰기나 그리기 작업이 힘들지만 부담 없이 가지고 다니면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무엇 보다 매력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쓰고 그리는 작업을 아이패드에서 제법 많이 하려 한다면, 스타일러스를 까다롭고 신중하게 고를 필요가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뱀부 스타일러스는 쇼핑 리스트에 올려볼 만한 제품이다.

뱀부 스타일러스를 돋보이게 하는 뱀부 페이퍼

뱀부 스타일러스를 장만하면 그것과 궁합이 잘 맞는 앱이 있어야 한다. 필기 기능을 지원하는 노트나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해주는 그래픽 앱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앱스토어를 뒤져보면 이런 응용프로그램들은 지천이다. 쓸 만한 무료 앱도 적지 않다.

하지만 뱀부 스타일러스와 가장 궁합이 잘 맞는 앱은 뱀부 페이퍼(Baboo Paper)가 아닐까 한다. 뱀부 태블릿이나 뱀부 페이퍼는 모두 태블릿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와콤(www.wacomkorea.com)에서 만들었다. 그래픽 전문가용 태블릿부터 다양한 제품군을 보유하고, 관련 기술에 대한 노하우도 많이 가진 와콤인 만큼 모두 완성도가 높다.




뱀부 페이퍼는 아직까지(2011년 7월 기준)는 무료다. 뱀부 페이퍼를 설치하고 실행하면 심플하고 깔끔한 화면이 나타난다. 노트 제목은 마이 노트(My Note)로 되어 있는데, 노트 제목에 손가락을 대고 있으면 이름을 바꿀 수 있는 편집 화면이 열린다.

화면 아래쪽에 있는 톱니바퀴 모양의 설정 아이콘을 누르면, 노트 색상과 종류를 선택할 수 있다. 처음 뱀부 페이퍼를 실행하면 상단과 하단에 있는 아이콘에 대한 설명을 보여주는 페이지가 맞이한다. 기능은 단순하지만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데 꼭 필요한 것들은 대부분 들어가 있다.



사용방법을 눈으로 익혔으면 뱀부 스타일러스를 뱀부 페이퍼가 열린 아이패드에 놓고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면 된다. 너무 간단해서 누구나 일분 안에 사용할 수 있는 앱이고, 뱀부 페이퍼가 가진 장점이다. 특히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굵기와 색상 선택을 편리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타일러스 펜을 화면에 대고 가만히 누르고 있으면, 화면에 선의 굵기와 색깔을 선택할 수 있는 창이 바로 열린다. 뱀부 페이퍼에 적어 놓은 내용을 지우고 싶다면, 화면 위쪽에 있는 지우개 아이콘을 선택한 후 슥슥 문지르면 된다.

이렇게 뱀부 페이퍼에 작성한 메모, 노트, 그림은 그대로 저장해 두고 사용해도 되지만 내 보내기 기능을 활용하면 더욱 멋지게 활용할 수 있다. 왼쪽 상단에 있는 내보내기 아이콘을 선택하면, 이메일로 보내거나 사진으로 캡처해서 보관할 수 있다. 아이패드로 프린트할 수 있는 앱이 설치되어 있다면 프린트도 가능하다.

손으로 직접 글씨를 써서 편지를 보내거나 블로그에 올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미지 저장 기능이 아주 요긴하다. 뱀부 페이퍼에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린 후, 이를 사진으로 변환해서 메일로 보내거나 블로그에 올리는 용도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그럴 필요가 있을 때는 지금까지 종이에 글씨를 쓴 후 스캐너로 스캔하거나, 태블릿PC에서 같은 작업을 한 후 이를 캡처해 보내는 방법을 사용해 왔었다. 하지만 아이패드가 생기고 뱀부 스타일러스의 주인이 되면서, 번거로움 대신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작업이 되어 버렸다.

모든 사람들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뱀부 스타일러스가 참으로 멋진 도우미가 될 듯하다. 손으로 쓰는 글의 맛을 아는 당신, 감성의 샘에서 솟아나는 느낌을 그림으로 그려내고 싶은 그, 아이디어 스케치가 가진 매력에 흠뻑 빠져 있는 그녀 같은 사람들이 그렇다. 물론 아이패드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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