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쉬운 친절한 글은 오래 머물며 열심히 읽는다
·처음 나올 때 ‘한글(외국어)’로 쓰고, 이후는 한글만
·프롬프트에 한 줄만 추가하면 글의 품격이 달라진다

글을 쓴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쓰는 사람의 불편함으로 읽는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작업이다. 단어 하나, 문장 한 줄, 문단 한 자락에 쏟아부은 노력과 시간에 비례해, 읽는 사람의 이해와 지식과 감동이 깊어진다. 글을 쓰며 자료를 찾고 사전을 뒤적이며 보낸 10분은, 독자 한 사람의 시간을 그만큼 절약하게 만든다. 그래서 글쓰기는 배워야 하는 익힘의 영역이지만, 읽는 사람을 헤아리는 배려의 영역이기도 하다.
내키는 대로 성의 없이 써나간 글은 읽는 사람에게 계속 읽어야 할 이유를 사라지게 한다. 어쩔 수 없이 다 읽어야 한다면 고통이고, 끝까지 읽어야 할 이유가 없다면 결국 글을 떠나게 된다. 내용과 마음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형식과 태도가 그것보다 더 중요할 때가 있다.마치 맑고 시원한 물을 마실 수 있다면, 그릇은 아무 상관이 없다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한글로 된 문서에서 노력의 기본은 ‘한글 표기’라는 원칙이다. 국립국어원의 ‘한국어 어문 규범’이 존재하는 이유다. 글에는 표정이나 제스처를 담을 수 없다, 그래서 그 약속이 더 중요하다. 그중에서도 한글 문장 속에 묻어가는 ‘외국어’에 대해 짚어볼 필요가 있다.

| 한글 문장 속 ‘외국어 원문’은 길에 박힌 돌부리
한글로 작성한 글 속에 영어 원문을 아무렇지도 않게 섞어 쓰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최근 몇 년 사이 그런 글이 부쩍 늘었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 글쓰기에 동참한 사람이 증가하고, AI가 생성한 글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유라고 추측한다. 사람이 직접 썼다면 자신의 전문성을 보여주려는 의도거나, 관련 분야의 사람을 대상으로 작성했기 때문에 한글 사용의 필요를 못 느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뇌는 서로 다른 두 가지 언어를 번갈아 읽을 때마다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쓰게 된다. 인지과학(Cognitive Science) 분야에서 외국어가 무분별하게 섞인 글이 독자의 집중력을 얼마나 방해하는지를 연구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 뇌를 지치게 하는 인지적 부하, 다른 언어 마주하기
한글로 된 문장을 읽는 도중에 갑자기 외국어 단어나 문장이 나타나면 뇌는 번역 모드로 기어를 바꿔야 한다. 이때 뇌에서 소비되는 에너지를 인지적 부하라고 한다. 물론 모국어 수준으로 해당 외국어를 구사하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인지적 부하의 영향이 거의 없겠지만, 해당 언어에 익숙하지 않다면 인지적 부하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일이 문장, 문단 속에서 너무 자주 발생해 읽기 힘들어지면, 읽고 싶은 마음도 사라진다. 불쑥불쑥 등장하는 외국어뿐만 아니라 남발하는 이모티콘, 이모지, 의미 없는 기호도 읽기를 방해하기는 마찬가지다. 한글로 작성한 문서에서, 눈이 자연스럽게 달려가야 할 문장 위에 놓여 있는, 한글이 아닌 ‘불필요한 모든 것'들은 불청객이다.


| 머릿속에는 작업 기억을 잠시 보관하는 작은 책상이 있다
사람의 머릿속에는 작업 기억(Working Memory)이라는 공간이 존재한다. 이 공간은 마치 공부방에 놓인 작은 책상과 같아서 한 번에 올려둘 수 있는 정보의 양이 매우 적다. 인지과학 연구에 따르면 보통 사람의 작업 기억은 동시에 4개에서 7개 정도의 정보 단위만을 처리할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문장 속에 어려운 외국어가 반복해서 등장하면, 뇌는 그 단어의 뜻을 해석하느라 책상 위를 다 써버리는 셈이다.
글 쓰는 사람이 2~3개의 언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자유자재로 구사한다면, 그가 한글로 작성한 ‘글’은 한글만 아는 사람을 고려해서 더욱 친절하게 작성해야 한다. 읽는 사람을 배려한 편하고 친절한 글은 눈에 잘 들어와서, 글을 깊이 있게 끝까지 읽으며, 오래도록 머물며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한다. 이를 가독성(Readability), 열독률(Read Rate), 체류율(Retention)이라고 한다.


| 처음 나올 때 ‘한글(외국어)’ 이후는 한글만
한글 작성 중에 외국어를 표기해야 할 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외국어가 처음 등장할 때만 '한글(외국어 원문)' 형식으로 적어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Prefrontal Cortex’라는 영어 단어가 처음 등장할 때, ‘전두엽(Prefrontal Cortex)’이라고 한글과 영어를 함께 표기하고, 이후부터는 ‘전두엽’이라고 표기하면 된다. 이러한 원칙과 규칙은 일상적인 글쓰기부터 보고서, 계약서, 보도자료 등 한글로 작성한 모든 글에 적용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특히 사람 이름은 이러한 원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외국 사람 이름은 영어처럼 보여도, 영어가 아닌 생소하거나 처음 보는 언어인 경우가 적지 않다. 아무 생각 없이 본문 속에 원문 이름을 그대로 넣어두면, 읽는 사람은 당황스럽고 멈칫할 수 없다. 아디다스 CEO인 Bjørn Gulden, 미쉐린 CEO인 Florent Menegaux라고 적어두면 읽을 수 있겠는가? 비에른 굴덴 (Bjørn Gulden), 플로랑 메네고(Florent Menegaux)라고 표기해야 하는 이유다.

| 친절한 글로 만들어주는 AI 프롬프트
AI가 작성한 수많은 글들이 떠돈다. 그렇게 작성한 글 일부분(이라고 쓰고 대부분이라고 읽는다)에는 앞에서 이야기한 읽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거의 없다. 한 문장의 삼분의 일 이상이 영어나 외국어로 채워진 경우도 종종 본다. 단어 수만큼이나 많은 온갖 종류의 기호, 아이콘, 도형, 이모지로 도배를 한 글도 많다. 그것이 유행이라도 그것은 따르면 안 되는 유행이다. 이제 프롬프트에 이 한 줄만 넣어주길 바란다.
’한글이 아닌 외국어가 나올 때는 처음에 한번 ‘한글(외국어 원문)’으로 표기하고, 두 번째 이후부터는 ‘한글’로 표기. 기업, 기관, 이름, 도서명, 논문 제목 등에도 같은 원칙 적용. 본문에 한글이 아닌 아이콘, 이모티콘, 이모지, 특수 기호 등 불필요한 요소 삽입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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