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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0 00:47

충청남도 서산시 대산읍에서 강원도 동해시를 이어주는 38번국도. 서쪽에서 동쪽, 동쪽에서 서쪽을 이어주는 그 길이 지나는 곳에 영월이 있다. 이쪽을 보면 산, 저쪽을 보아도 산. 산을 돌면 물길이 나타나고, 물길을 따라 가노라며 산이 이어지는 곳.

 

영월에서 그 길을 따라 서쪽으로 가면 제천이고, 동쪽으로 가면 정선이나 태백이다. 하늘을 머리에 이고, 산과 물을 이리저리 돌아가는 그 길을 따라 마을이 있고 사람이 산다. 여기저기 산자락과 물가를 따라 많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 그곳을 38번 국도가 지나간다.

 

2006년 여름, 그 길을 따라 두 남자가 서울에서 내려온다. 3개월 뒤면 원주 방송국에 통폐합 될 MBS 방송국 영월지국이 그들의 목적지다. 88년도 가수왕 최곤과 그의 매니저 박민수. 사람들 속에서 잊혀진 가수왕, 그를 재기시켜보려 안간힘을 쓰는 매니저.

 

스스로를 아직도 스타라고 착각하고 살아가고 있는 현실 감각 전혀 없는 최곤. 그를 스타라고 인정해 주는 유일한 사람인 박민수. 그런 최곤에게 초라한 라디오 방송국 DJ는 영 못 마땅하다.

 

이들의 등장이 탐탁치 않는 것은 영월지국장도 마찬가지다. 3개월만 조용히 소일하면 원주로 가게 되어 있던 그에게 이들은 꼴사나운 불청객일 뿐이다. 원주 방송국의 라디오 PD를 맡고 있던 강석영은 이 절묘한 시기에 방송 사고를 내고, 영월지국으로 좌천되어 이들과 합류한다.

 

10년 넘게 먼지 쌓인 채 방치되어 있던 스튜디오에 사람들이 들어온다. PD와 DJ, 방송 경험이라고는 전혀 없을 것 같은 박기사. 방송을 내 보낼 최소한의 인원이 갖춰지고, 최곤의 오후의 희망곡은 우여곡절 끝에 첫 전파를 내보낸다.

 

PD도 대본도 무시하는 최곤의 진행 모습은 방송이 아니라 그 자체가 방송 사고다. 성의 없는 멘트와 불만 가득한 그의 표정. 사사건건 불협화음으로 마찰을 빚는 강PD와의 불편한 파트너 관계. 중간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매니저. 이런 한심한 모습을 지켜보고 있어야 한다는 것에 울화통이 터지는 지국장.

 

벌레 씹은 듯한 최곤의 표정. 그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비굴할 만큼 정성을 다하는 박민수. 까칠하고 깐깐한 강PD. 어느 것 하나 마음에 드는 것이 없는 지국장. 영화가 중반을 넘어설 때 까지 이들의 얼굴과 말 한마디 한마디가 보는 사람의 심기를 영 어색하고 불편하게 만든다.

 

라디오 DJ로서 자질도 책임감도 찾아볼 수 없는 최곤의 이런 행태는 갈수록 가관이다. 커피를 배달하러 온 청록다방 김양을 스튜디오 안으로 불러들이고, 결국 그녀에게 마이크까지 넘겨주는 엉뚱한 진행 실력을 발휘(?) 한다.

 

밖에는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그 빗속을 뚫고 터미널 앞 청록다방 김양의 목소리가 전파를 탄다. 세탁소 김사장, 철물점 박사장에게 외상값을 독촉하는 김양의 말을 듣고 있던 최곤이 한 마디 던진다. “커피 값 얼마나 한다고 외상들을 하고 그래요…….”

 

이때부터 스크린을 통해 튀어나오던 불편함은 작은 감동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청록다방 김양이 아니라, 집 나온 선옥이가 엄마에게 보내는 회한, 참회, 그리움이 듣는 이들의 마음을 촉촉하게 적신다. 한심한 방송이 따뜻하고 소박한 방송으로 옷을 갈아입는 순간이다.

 

이제 최곤의 오후의 희망곡은 소소한 일상과 재미를 나눌 수 있는 기다려지는 방송이 된다. 사람들은 심심할 때, 답답할 때, 고민이 있을 때 마다 오후의 희망곡을 찾기 시작한다. 최곤을 우상처럼 섬기는 추종자들, 영월의 유일한 락밴드인 이스트 리버 멤버들은 자발적으로 인터넷에 팬 사이트도 개설한다.

 

인터넷 덕분에 최곤의 오후의 희망곡은 영월을 벗어나 전국적인 인기를 얻게 되고, 결국에는 전국으로 전파를 내보는 전국 방송으로까지 성장하게 된다. 잊혀졌던 가수왕은 라디오스타로 다시 태어나지만, 이 때문에 매니저 박민수는 최곤의 곁을 잠시 떠났다가 돌아오게 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한다.

 

고스톱을 치다가 다툼이 생긴 할머니들. 일자리 좀 구해달라는 백수 청년. 사랑하는 그녀를 보며 냉가슴만 앓고 있는 꽃집 아저씨. 그리고 집 나간 아빠를 찾는 순대국 집 할머니의 손자. 라디오스타에 등장하며 잔잔하게 마음을 흔들어 놓는 사람들은 우리의 이웃들이다.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최곤의 라디오 방송은 그들을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오도록 문을 열어준다, 개방이다. 기존의 라디오에서라면 받아들일 수 없는 이야기들이 전파에 실릴 수 있도록 해준다, 참여다. 그리고 얘깃거리도 될 수 없는 작은 생활의 단편들을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다, 공유다.

 

웹 2.0 시대가 표방하는 개방, 참여, 공유가 최곤의 오후의 희망곡 속에 그렇게 고스란히 녹아있다. 당신이 블로거이고 웹 2.0에 대해 들었던 풍월이 있다면, 이런 생각은 스크린을 지나 전혀 억지스럽지 않게 머리와 마음속으로 잔잔한 물결처럼 전해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지난 한 해 웹 2.0 얘기가 나오는 곳이면 부지런히 찾아다녔다. 컨퍼런스도 갔었고, 인터넷 속을 수 없이 누볐었다. 그 속에서 찾아낸 몇 가지 공통점은 이런 것들이다. 사람들은 웹 2.0을 정의하고 싶어 했고, 웹 2.0이 녹아든 웹사이트 서비스를 소개하기 위해 부지런히 정보를 담아 날랐다.

 

그들은 한결 같이 ‘기술’의 변화, 달라지는 ‘웹’을 이야기 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하지만 오랜 고민 끝에 잠정적으로 내린 결론은 전혀 다르다. 웹 2.0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더 편리하고, 더 재미있고, 더 유익하게 사람들이 인터넷을 즐길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웹 2.0, 3.0, 4.0이 지향해야 하는 꼭짓점이다.

 

그것을 이루어내는 기술은 방법일 뿐 핵심이 아니다. 배추 잎을 벗기듯 한 겹 한 겹 벗겨보면, 그 속에는 사람이라는 고갱이가 숨어 있다. 억지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 철저하게 상업적일지라도 그 것들을 유별나게 드러내지 않는 배려.

 

웹 2.0은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개방, 참여, 공유는 마케팅 전략과 최첨단 기술이 있어야만 이루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눈높이를 지극히 낮추고, 양쪽 귀를 모두 열어야 비로소 그 입구를 찾을 수 있는 것이 웹 2.0이 가져야할 가장 기본적인 속성이다.

 

사람과 사람, 마음과 마음, 생각과 생각을 이어주는 끈이 되고 다리 역할을 할 수 없다면 기술은 의미가 없다. 감각적이고 자극적인 것들로 말초신경을 자극하려고만 한다면 현재는 있지만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 사람들을 흥분 시키는 것 보다 더욱 힘들고 가치 있는 것은 그들의 마음에 잔잔한 감동을 주는 일이다.

 

처음부터 길(路)이었던 곳은 없다. 애초에 길이라는 것을 만들려고 했던 사람도 없다. 다만, 걷기 편하고 빨리 갈 수 있는 곳을 따라 사람들은 다녔을 뿐이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지나갔다. 계절이 지나고, 해가 바뀌기를 반복하며 조금씩 그 흔적들이 길이라는 이름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웹 2.0이 가야할 길이란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는다. 원래부터 없었던 길이니 이쪽저쪽 어느 쪽이 옳은 길인지를 말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웹 2.0으로 새로운 길을 내고 싶다면, 사람들이 어느 쪽으로 가고 있는 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눈물이 쏙 빠지도록 매운 불닭과 낚지복음. 입안 가득히 퍼지는 해물의 풍미가 느껴지는 해물 스파게티. 수 십 가지 찬이 상을 가득채운 한정식. 형형색색의 온갖 재료로 치장된 맛깔스런 초밥. 잃어버린 입맛을 찾고 싶을 때 저절로 발길이 가게 만드는 음식들은 넘쳐난다.

 

하지만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은 한 끼의 요리가 아니라, 세끼의 소박하고 편안한 밥상이다. 화학조미료를 넣지 않은 자연의 맛, 산해진미 보다 정갈함이 묻어나는 소반이 주는 작은 만족감이 행복 호르몬을 만들어내는 영양소다.

 

블로그에는 그런 소소한 일상과 편안함이 넘쳐난다. 그것으로 라디오스타가 만들어졌듯이, 인터넷 속에서는 블로그스타가 만들어지고 있다. 웹 2.0이 스스로 스타가 되려고 한다면 미래는 없다. 웹 2.0에겐 수많은 사람들이 블로그스타, 인터넷스타가 될 수 있는 매니저 역할이 어울린다.

 

영화 라디오스타는 양념을 치지 않은 영화다. 볼거리도 없고, 눈이 돌아가게 만드는 특수효과도 없다. 식은땀이 나게 만드는 스릴, 주먹을 꼭 쥐고 몰입하게 만드는 액션도 없다. 영화라면 기본적으로 가져야할 속성인 복선이나 극적인 반전을 기대하면 실망한다.

 

영화는 이래야 한다는 편견, 감독과 배우들에 대한 선입견. 무엇인가 진한 감동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라디오스타를 보려면 모든 것을 버리고 마음을 비워야 한다. 그렇게 다 비우고 스크린을 마주하면 마음 한편에 함박눈처럼 포근하고 따뜻한 인생의 알갱이들이 쌓인 마음을 담고 현실로 돌아올 수 있다.

 

당신이 블로거라면 라디오스타를 보듯 마음을 비워야 한다. 웹 2.0이라는 말이 계속해서 머리를 파고들어도 자신의 색깔을 바꾸지 말아야 한다. 인기를 얻으려 하지 말고, 낚시질로 사람을 모으려 하지 말아야 한다. 당신이 진솔한 마음을 열면, 사람들은 찾아오고, 서로의 삶을 공유하는 즐거움과 기쁨을 맛보게 되리라 믿는다.

 

이번 겨울에는 38번 국도를 따라 여행을 떠나려 한다. 여름, 가을에 지났던 길 위에 펼쳐진 겨울을 만나려 한다. 산이 있으면 올라 보고, 물이 있으면 건너보려 한다. 라디오스타가 없어도 고달프고 치열한 삶 속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이웃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보려 한다.

 

 

2007.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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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되려고 태어난 글입니다. 가져가지 마시고, 여기에 머물게 지켜주세요.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