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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2. 28. 06:48

dY•"눈이 언제 그치려나…” 나이를 어림잡을 수 없는,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생뚱맞게 시작된 한 마디, 뜬금없이 나오던 한 마디, 그리고 나중에는 기다려지는 한 마디. 하나 마나 한 그 한마디를 들을 때마다, 마음에 동굴이 생기고, 심장에 꽃이 피는 것 같은 느낌. “인생 뭐 있겠어” 같은 식상한 말속에 담긴, 물리적인 시간이 몸에 쌓여야 느낄 수 있는 그것. 그것의 존재와 무게감을, 밑바닥 저기부터 단숨에 끌어내는 한 마디. “눈이 언제 그치려나…”

 

영화 ‘윤희에게’를 보다 보면. 사람보다 말이, 말보다 배경이, 배경보다 느낌이, 그리고 하나하나의 빛과 음들이, 강물처럼 구름처럼 잠잠하게 흘러간다. 20년 전 헤어진 윤희에게 한 통의  편지가 배달된다. 쓴 사람은, 부칠 용기가 없었던 편지, 그래서 그의 고모가 몰래 부친 편지. 받는 사람은, 낯설었던 편지, 그래서 그의 딸이 먼저 읽었던 편지. 어쩌면 이 영화 속의 진짜 주인공은 사람이 아니라 편지다. 

 

편지를 쓴 준(나카무라 유코)은 일본 오타루에 산다. 편지를 받은 윤희(김희애)는 한국의 소도시에 산다. 부치지 못하는 편지를 20년 동안 써온, 준.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내는, 윤희. 사연은 있겠지만 그다지 궁금하지는 않다. 본래 우리의 사는 모습이, 사연을 만드는 행위 아니던가. 그러다가 눈 쌓인 오타루가 등장한다. 편지, 눈, 오타루 그리고 그것들이 존재하는 겨울. 삶에 지쳐가던 심장이, 갑자기 뜨거워지기 시작한다.

 

자동차가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시간, 제로백. 영화가 영화라는 것을 잊어버리는 시간, 모레(Movie to Reality). 모레는 마음대로 지어낸 말이지만, 아직 이만한 말을 찾아내지 못했다. ‘윤희에게’는 오랜만에 만난, 모레가 광속처럼 빠른 영화다. 누군가에게 영화를 잘 추천하지 않지만, 꼭 추천하고 싶은 영화. 영화 같지도 않은 영화가 세계적인 상을 받는, 이상한 세상에서 의미없는 상장과는 거리를 두고 빛나는 영화. 

 

‘윤희에게’는 양념을 치지 않은 날 것 같은 영화다. 날 것이지만 싱싱함 대신 곰삭은 맛이 나고, 날 것이지만 상하지 않고 숙성된 맛을 내는. 그런 영화다. 그래서 좋고, 그래서 반갑다. 양념이 없는 영화 속에서는, 한 마디 한 마디가 깊은 맛을 낸다. 양념을 치지 않은 영화라면, 눈물이 없어도 마음을 적신다. 누구나 몇 번씩 마주하게 되는 인생의 된비알 앞에서, 절망을 던져 버리고 싶을 때 만나면 좋을 그런 영화다.


dL•“잘 지내나요…?” 나이를 짐작할 수 있는, 그녀는 그렇게 소리쳤다. 갑작스레 시작된 한 마디, 세상의 모든 감정을 담아낸 한 마디, 그리고 메아리가 되어 돌아오는 눈 쌓인 겨울 산속의 한마디. 그 한마디를 들을 때마다, 마음에 고드름이 달리고, 얼었던 심장이 깨지는 느낌. “오겡끼데쓰까(お元気ですか)라고 해야, 비로소 의미 있는 무엇이 되는 것 같은 그것. ‘사랑’을 이야기하고, ‘아픈’ 사랑을 기억하던, 우리 또는 그들에게 아름다운 아픔이었던. "잘 지내나요…?"

 

영화 ‘러브레터’를 보는 내내. 사람보다 눈, 대화보다 눈, 그 모든 것보다 ‘눈(雪)’에, 온통 눈과 마음을 빼앗겼다. 나중에 알았다. 러브레터를 스무 번 이상 본 이후 그날에, 왜 ‘눈’에 마음이 눈밭이 되어야 했는지. 러브레터는 그렇게 특별하면서 유일무이한 영화가 됐다. 여간해서는 한번 본 영화를 두 번 이상 보지 않는다. 가끔 기억을 못 하고 보는 경우도 있지만, 기억하면서 두 번 이상 다시 보는 영화는, 손에 꼽을 정도다. 

 

러브레터는 기억하는 한 스무 번을 넘게 봤다. 매번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매번 다른 마음의 사람으로, 매번 다른 상황의 시간으로. 혼자만의 여행을 떠날 때, 그때 마다 매번 새로운 사실을 알고, 그때 마다 매번 변하지 않는 마음을 확인했다. 삶이라는 것이 얼마나 깊은 우물 같은지, 인생이라는 것이 얼마나 밝은 햇살 같은지, 만나고 살고 헤어지는 것이 얼마나 바람 같은 일인지.

 

알아야 할 것을 모르고 살아가는 것이, 알려고 애써야 할 때 외면하는 것이, 말해야 할 때 말하지 않는 것이. 사소하다고 말할 수조차 없을, 그런 사소한 것 하나라도, 삶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러브레터’는 말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러브레터는 사랑을 이야기하면서, 사랑을 알아보지 못했고, 사랑을 잡으려 하지 않았던, 떠나간 자와 남겨진 이들의 삶을 투영한다. 

 

‘러브레터’는 양념이 가미된 영화다. 꾸밈을 위한 양념이 아니라, 본질을 돋보이게 하는 양념을, 티가 나지 않게 듬뿍 담아낸 영화다. 그 양념 덕분에 감성 없는 사내도 한번은 끝까지 보게 만드는 영화의 힘을 발휘한다. 그 양념에 눈과 마음을 빼앗겨, 감성 메마른 여인도 눈물 대신 한숨을 토로하게 만드는 영향력을 행사한다. 살아 있어 살아가다 보면, 어쩌다 마주하게 되는 이별 앞에서, 담담함하고 싶을 때 배처럼 타보면 좋을 그런 영화다.


dO•20년은 긴 것 같지만 참으로 짧은 세월이다. 20년의 시작 앞에서는 길고, 20년의 끝자락에 서면 짧다. 준과 윤희가 무서리처럼 헤어지던 20년 전 그때. 러브레터 속 와타나베 히로코와 후지이 이츠키는 편지를 주고받았다. 그 겨울 끝 없이 눈이 내렸고, 오타루는 여느 해처럼 눈에 갇힌 도시가 됐다. 그 눈길을 뚫고 매번 달려오는 우체부는, 잔잔하게 주고 받는 그들의 추억 위의 마음에, 눈길을 뚫고 오가며 노동이라는 현실의 힘겨움을 얹는다. 

 

20년 전 그들은 열심히 편지를 주고받았었다. 20년 후 그들은 사이에는 딱 한 통의 편지가 전해졌을 뿐이다. 앞의 그들은 나카야마 미호가 일인이역을 했던 와타나베 히로코와 후지이 이츠키, 뒤에 그들은 준과 윤희다. 후지이 이츠키와 준은 오타루에 산다. 눈 많이 내리기로 유명한 홋카이도의 오타루, 이른 여름이 되어야 그나마 눈에 짓눌린 겨울에서 깨어나는 곳.

 

‘러브레터' 속에서는 ‘눈’이 속절없이 대책 없이 끝도 없이 퍼붓는데, 누구도 “눈이 언제 그치려나…”하고, 지나가는 말로 속삭이지 않는다. ‘윤희에게’ 속에서는 ‘눈’이 감질나게 드문드문 간혹가다 흩날리는데, 준의 고모는 “눈이 언제 그치려나…”하고, 입버릇처럼 내뱉는다. 눈, 오타루, 그리고 편지와 친구. 그 속에 존재하고 녹아있고 붙어 있던 사랑, 같은 인생의 오브제가 만들어내는 삶의 모습이, 같으면서 다르고 다르면서 비슷하다.

 

 

 

러브테러는 1999년 11월 20일 국내에서 처음 개봉했다. 윤희에게는 2019년 11월 14일 상영에 들어갔다. 20년, 두 영화 사이의 시간 터널이 꼭 20년이다. 준과 윤희가 헤어져 보낸 시간 20년. 러브레터가 절절하고 담담하고 아득했던, 그들의 사랑을 이야기했던 20대. 그 모든 것들이 눈 쌓인 오타루를 떠나는 편지 속에 담겨 있다. 

 

기약 없는 투병 속에서 가끔 희망이 필요할 때, 오타루를 그리고 오타루에 내리는 눈을 그리워했다. 가야겠다는 희망과 가야 한다는 욕망으로, 숨소리가 가늘어지는 것을 버텨냈다. 그래서 이 겨울에 오기 전에, 꼭 한번 오타루에 다녀오려고 했었다. 하루에도 몇 번 비행기 삵을 알아보고, 이제는 머릿속에 지도가 필요 없는 오타루의 모습을 담아놨었다. 결국 가려던 마음은, 가지 못한 과거로 남았다.


dE•살아 있다면, 살아만 있다면. 만날 수 없을 것 같았던 사람을 만날 수 있다. 갈 수 없을 것 같았던 곳을 갈 수 있다. 할 수 없을 것 같았던 것을 해낼 수 있다. 살아있다는 그것 하나가 그렇게 중요하다. 살아 있어서 준과 윤희는 어쩌면 웃으면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살아 있어서 와타나베 히로코와 후지이 이츠키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 만났을지도 모른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 살아 있다면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雪国)의 첫 문장처럼, 긴 터널을 지나 눈의 고장으로 갈 수 있을 것이다. 가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겨울이면 내리는 ‘눈’이 아니라. 그곳에 가야 만날 수 있는 ‘눈’이다. 무엇인가를 해낼 수 있는 ‘의지'가 필요할 때, 그것을 자라게 하는 것은 ‘감성’이다. 이 겨울 눈 속에서 나의 윤희에게 편지를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