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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으로 만든 '식자재' 족보…IBM, ‘푸드 트러스트’ 활용 사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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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으로 고치지 못하는 병은 약으로도 고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먹는 것의 중요성을 가장 잘 표현한 말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것의 중요성에 대해 둔감하다. 잘 먹을지는 모르지만 좋은 것을 먹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아예 먹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경우도 흔하다. 지금 몸을 이루고 있는 모든 것은, 언젠가 먹은 음식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족보 없는 식품, 근본 없는 재료 그리고 오염된 먹거리가 만든 몸이 건강할 수는 없다. 

 

IBM의 '푸드 트러스트(Food Trust)' 플랫폼은 식자재가 음식이 되어 사람의 몸으로 들어갈 때까지, 그것이 지나온 모든 여정을 디지털 기록으로 남긴다. 식탁 위에 놓여 있는 푸짐한 음식 이면에, 수많은 데이터와 기록이 함께 하는 것이다. 엄격하게 관리하지 않는 데이터는 변조, 위조, 탈취에 취약하다. 푸드 트러스트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식품의 이력을 기록하고 관리하고 추적한다.

 

푸드 트러스트는 모듈형으로 된 클라우드 방식의 플랫폼으로, 기업 규모나 용도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무엇보다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하기 때문에 데이터에 대한 위조나 변조가 불가능해 투명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림:IBM)

 

관리되는 데이터는 식품 재배자부터 시작해서 중간 유통과 최종 소매점까지의 모든 이력이 기록된다. 약 2년간의 테스트 기간을 2019년부터 서비스에 들어간 푸드 트러스트는 식품의 안전성과 신선도를 향상하고, 효율성을 제공하며, 음식물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통해 생산 및 유통 비용을 절감한 브랜드는, 이미지를 개선하고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재배업자, 가공업체, 도매업체, 유통업체, 제조업체, 소매업체 등으로 구성된 협업 네트워크이기도 하다. 블록체인으로 관리되는 식품 출처, 거래 데이터, 처리 정보 등에 대한 데이터를 통해, 관련 있는 기업들이 서로 데이터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연어라는 식자재가 있다면, 해당 상품과 관련된 모든 조직과 사람 그리고 과정이, 투명하게 서로 공유되는 네트워크가 만들어진다고 할 수 있다. 

 

푸드 트러스트는 모듈형 클라우드 서비스 플랫폼으로 제공된다. 특히, 기업 규모에 따라 소규모,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구분해 솔루션을 선택할 수 있다. 선택한 솔루션에 따라 기능과 가격이 달라지는데, 한 달 사용료를 기준으로 중소기업은 약 13만 원, 중견기업은 약 130만 원부터 시작한다. 대기업의 경우는 별도로 협의를 해야 한다.

 

IBM은 현재 전 세계에 약 200개 이상의 회사가 푸드 트러스트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다고 밝히고, 가정에서 경험할 수 있는 푸드 트러스트 활용 방법을, 연말 휴가 시즌에 맞춘 식사 테이블을 예로 들어 설명하는 자료를 공개했다. 휴일 식탁 위에 자주 오르는 대표적인 음식들을 목록을 구성하고, 각각의 음식이 식자재일 때부터 어떻게 관리되었는지를 소개하는 내용이다. 

 

IBM의 푸트 트러스트(Food Trust) 플랫폼을 활용하면 식탁 위에 놓인 음식이 어떤 과정을 거쳐 생산된 재료로 만들어진 것인지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그림:IBM)

 

식탁 위에는 계란, 치킨, 연어, 가리비, 새우, 그린 샐러드, 으깬 감자, 파스타, 사과 파이가 올라와 있다. 데빌드 에그(Deviled Eggs)로 변신한 계란은 어떤 환경에서 자란 닭이 낳은 것인지, 항생제를 먹여 키운 것인지, 사료는 유기농 사료를 사용한 것인지 등 다양한 생산 환경이 품질을 좌우한다. 이탈리아업체인 쿱 이탈리아(Coop Italia)는 IBM의 블록체인 플랫폼을 통해, 2백만 마리의 암탉이 낳은 2억 개 이상의 유기농 계란을 추적 관리한다. 

 

소비자는 포장지에 인쇄된 QR 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해서, 지금 구매하고자 하는 계란에 대한 모든 이력을 조회할 수 있다. 단순하게 생산자와 생산 날짜 정도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알을 낳은 암탉이 태어난 이큐베이터부터, 계란이 부화하고, 판매점 선반에 도착한 날짜 등이 기록된다. 단지, 막연한 믿음을 가지고 좋은 품질의 계란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데이터로 브랜드와 상품을 신뢰하도록 하는 것이다.

 

구운 치킨은 까르푸(Carefour)를 예로 들었다. 유럽에 있는 까르푸 식료품 매장에서는 계란, 우유, 오렌지, 돼지고기, 치즈 그리고 닭고기를 푸드 트러스트를 통해 이력을 추적한다. 언제 태어났는지, 영상 상태는 어떠했는지, 도축되고 포장된 날짜는 언제인지 등의 정보를, 역시 QR 코드를 스캔하면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내년에는 이렇게 까르푸에서 관리하는 식품 수가 100개 이상이 될 것이라고 IBM은 밝혔다. 

 

 

해산물이라고 다르지 않다. 오히려 양식되는 해산물은 소비자들에게 더욱 신뢰를 줄 수 있어야 한다. 에콰도르에서는 새우를 양식하는 SSP(Sustainable Shrimp Partnership)가, 매사추세츠에서는 가리비를, 연어 양식 회사인 세르막(Cermaq)과 훈제 연어 생산 업체인 라베리(Labeyrie)가 푸트 트러스트 고객이다. 미국 국립어업연구소(National Fisheries Institute)도 해산물을 푸드 트러스트로 관리하고 있다. 

 

2018년 가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재배된 로메인 상추에서 O157 대장균이 검출되는 사건이 있었고, 이에 대해 미국 질병 통제 및 예방센터(CDC)와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역학조사를 벌였다. 유통과정을 역추적하고 생산 농장에서 샘플을 채취해 검사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결국 조사를 통해 원인이 밝혀졌지만, 미국식품의약국은 보고서를 통해 ‘잎채소 재배, 배송, 구매자가 실시간으로 수확 날짜와 재배 정보를 추적할 수 있도록 하라’고 권고했다.

 

IBM은 그린 샐러드를 예로 들며 잎채소 관리에 푸드 트러스트 플랫폼이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설명했다. 샐러드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잎채소는 깨끗하고 오염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편견을 갖기 쉽다. 앞에서 언급한 사고 역시 그런 편견이 만들어낸 결과이기도 하다. 이력을 관리하지 않는 잎채소는 문제가 생겼을 경우 출처를 조사하는데 며칠이 걸릴 수도 있다. 하지만 블록체인을 사용하면 몇 초 만에 추적이 가능하다. 문제가 생긴 식품을 빠르게 수거해 폐기할 수 있는 것이다. 

 

으깬 감자가 제조되고 유통되는 과정은 스위스에 본사가 있는 네슬레, 프랑스 체인점인 까르푸를 예로 들었다. 이들 업체는 푸드 트러스트를 통해 파트너 관계를 맺고 재배한 감자의 품종, 감자 재배 지역, 식품점 판매대에 오르기 전에 저장되었던 장소와 날짜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으깬 감자는 본래 재료의 원형이 사라지고 이미 한번 조리된 인스턴트 식품인 만큼 이러한 이력 추적이 더욱 중요하다. 

 

이탈리아의 그루포 그리지(Gruppo Grigi)는 알리베리(Aliveris) 파스타가 유기농 이탈리아 밀과 GMO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푸드 트러스트를 사용한다. IBM의 플랫폼을 사용해 유기농 듀럼 밀 종자부터 밀을 재배하는 농장과 생산자, 운송 과정까지 조회할 수 있다. 칠레의 아크리콤(Agricom)은 아보카도, 오렌지, 레몬, 사과 등 칠레의 6개 농장에서 생산된 과일의 생산 이력을 투명하게 고객에게 제공한다.

 

푸드 트러스트는 종류에 상관없이 ‘모든 것’을 생산, 유통, 가공하는 기업에 유용한 플랫폼이다. 데이터를 이용한 상품 및 식품 이력 관리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블록체인’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만하다. 누구나 데이터에 쉽게 접근하고 공유할 수 있으며, 블록체인에서는 데이터를 분산해서 보관하고 변경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믿고 신뢰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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