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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전잡] 고품질, 저전력, 다기능 블루투스...블루투스 SIG, 'LE 오디오'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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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하나 있고 없고의 차이가, ‘삶’의 방식과 습관을 바꾼다. 선에 매여 있으면, 불편하고 갑갑하다. 선이 없어 지면, 편리하고 자유롭다. 그렇게 막상 선이 없는 세계에 들어가면 모든 것이 끝날 것 같다. 하지만 산을 넘으면 깊은 계곡이 있듯, 선을 벗어 던지면 새로운 불편을 만나게 된다. 무선 오디오 시스템과 무선 헤드폰에게 선 없는 자유를 허락한 ‘블루투스’에 관한 얘기다. 

 

잊을만 하면 배터리를 충전해야 한다. 전력 소모량이 생각보다 클 때가 있기 때문이다. 장치와 장치의 연결(Pairing)은 한 번에 하나밖에 할 수 없다. 그래서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에 담긴 좋은 음악을, 친구나 애인과 함께 블루투스 이어폰이나 헤드폰으로 ‘동시에’ 감상할 수 없다. 두 명이 같은 오디오 소스를 공유할 수 없으니, 그보다 더 많은 장치와 페어링 하는 것은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다. 보청기를 착용해야 하는 사람은, 블루투스 오디오가 주는 편리함을 온전하게 누릴 수가 없다.

 

블루투스 LE 오디오가 지원하는 멀티채널과 브로드캐스팅 기능을 이용하면, 하나의 오디오 소스 장치에 여러 명이 동시에 연결해서, 사운드를 공유할 수 있다. 전력 소모량은 적으면서 고품질 오디오 재생이 가능한 코덱을 채용하고, 블루투스를 지원하는 보청기를 제작할 수 있게 된 것도 블루투스 LE의 특징이다. (화면:블루투스 SIG 영상 캡처)

 

블루투스 SIG(Special Interest Group)가 기존 블루투스 오디오가 가진 단점을 개선한, 차세대 블루투스 오디오 규격을 공개했다. 이름은 '블루투스 LE 오디오(Bluetooth LE Audio)’다. 새로운 블루투스 오디오를 정의하는 사양은, 2020년 상반기에 발표할 예정이다. 블루투스 LE 오디오가 공개되면서, 이제 블루투스 오디오 규격을 부르는 이름은 두 갈래도 나뉜다. 지금까지 사용된 것은 ‘클래식 오디오(Classic Audio)’, 이번에 공개한 것은 ‘LE 오디오’로 구분한다.

 

블루투스 LE 오디오의 등장은 많은 것들을 바꿔 놓을 전망이다. 블루투스 클래식 오디오 클래식의 가진 단점을 대폭 개선했기 때문이다. LE 오디오가 갖는 특징은 크게 다섯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저전력, 둘째는 고품질, 셋째는 멀티 스트림, 넷째는 방송 기능, 다섯째는 보청기 지원이다. 이렇게 블루투스 오디오가 한 단계 진화하면 무선 오디오 시장의 성장에도 더욱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첫 번째 저전력과 두 번째 고품질은  LC3(Low Complexity Communications Codec)라는 코덱을 채택하면서 가능해졌다. LC3는 낮은 데이터 전송속도에서도 고품질의 오디오를 제공하면서, 전력 소모량은 낮춘 것이 특징이다. ‘LE 오디오’에서 LE(Low Energ)는 저전력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블루투스 클래식 오디오는 BR(Basic Rate)이나 EDR(Enhanced Data Rate), LE 오디오는 LE(Low Energy)로 동작한다.

 

LC3는 전력 소모량을 줄이면서, 낮은 데이터 전송속도에서, 고품질 오디오 전송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진 코덱이다. 실제 LC3에 대한 음질 테스트를 보면 이러한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클래식 오디오에서 사용되는 SBC(SubBand Codec) 코덱과 비교할 때, 데이터 전송 속도(비트 전송률;bit rate)가 50% 낮은 상태에서도, 음질은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블루투스 SIG는 밝혔다.

 

세 번째부터 다섯 번째까지는 ‘기능’의 진화를 가져온 부분으로, 이전까지는 불가능했던 것들이 가능하도록 해준다. 우선 멀티 스트림 기능은 하나의 오디오 소스 장치에 하나 이상의 오디오 장치를, 독립적으로 동기화해 여러 개의 오디오 스트림을 전송할 수 있다. 좌우가 분리된 완전 무선 이어폰(TWS;True Wireless Stereo)처럼, 스마트폰에 두 개의 무선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연결해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러한 변화는 현재 판매되고 있는 완전 무선 이어폰 시장에 가장 큰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인다. 지금 시장에 나와 있는 대부분의 완전 무선 이어폰은, 하나의 이어피스(earpiece)에서 오디오 신호를 수신하고, 이를 다시 다른 채널의 이어피스로 전송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배터리 크기에 대한 제약이 매우 큰 무선 이어폰에서, 이러한 전송 방식은 배터리를 빨리 소모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네 번째 이러한 멀티 스트림 오디오를 더욱 확장해, 블루투스를 이용한 방송(Broadcast Audio) 기능을 지원하게 된다. 이론적으로는 하나의 오디오 장치에 무제한의 블루투스 헤드폰이나 이어폰을 연결해서, 마치 방송을 듣는 것처럼 수 많은 사람이, 무선으로 전송된 사운드를 들을 수 있다. 이를테면 동시통역으로 진행되는 회의장에서 별도의 수신 장치 대신 블루투스 헤드폰을 사용할 수도 있고, 마이크를 사용하면 잘 들리지 않는 곳에서는 역시 블루투스 헤드폰을 사용할 수 있다.

 

팟캐스트나 스트리밍 음악을 듣는 것처럼 카페에 있는 오디오 시스템에 블루투스로 연결해, 연결된 오디오에서 들려주는 서로 다른 음악을 여러 사람이 동시에 듣는 것도 가능하다. 극단적으로는 클럽, 극장, 콘서트에서 모두가 헤드폰이나 이어폰을 착용한 채 음악, 영화, 춤을 즐기는 것도 가능해진다. 당연히 개인 스마트폰이나 휴대용 오디오 플레이에서 LE 오디오를 지원한다면, 친구나 가족끼리 음악을 공유해서 들을 수도 있다. 

 

다섯 번째는 블루투스 보청기 개발을 가능하게 하므로, 귀가 불편한 사람들도 블루투스가 주는 편리함을 경험할 수 있게 된다. 집에서 TV를 보거나, 스마트폰으로 통화를 할 때, 극장에서 영화를 볼 때. 오디오를 전송하는 쪽과 보청기 모두 LE 오디오를 지원한다면, 보청기가 바로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변신한다는 뜻이다. 블루투스 LE 오디오가 제공하는 다양한 기능을 청각장애 때문에 보청기를 착용하는 사람들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기능적인 변화는 생활 속에서 많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공공장소에 설치된 TV에 블루투스 LE 오디오를 적용하면, 개인이 착용한 블루투스 이어폰이나 헤드폰으로 듣고 싶은 사람만 들을 수 있다. 자기가 가지고 다니는 것은 그냥 사용할 수도 있고, 없는 사람에게는 빌려주는 방식의 서비스도 가능하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는 작품 설명을 블루투스 장치로 내보내고, 강의실에서는 먼 거리에서도 또렷하게 강의 내용을 듣는 것이 가능해진다. 

 

블루투스 LE 오디오는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다. 상세한 사양과 표준을 정해야 하고, 이를 반영한 제품들을 기업들이 개발해야 한다. 그리고 다양한 곳에서 이를 채택하고 적용한 시스템으로 발전 시켜 나가야 한다. 블루투스는 1994년 에릭슨이 처음 개발했고, 1998년에 블루투스 SIG가 설립됐다. 수 많은 기술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와중에도, 끈질기게 생존했고 서서히 진화해 왔다. ‘LE 오디오’의 탄생 소식은 그래서 더욱더 반갑고, 새로운 재주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 보다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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