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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INE•INSPIRE/ESSAY

[懇] 유머를 잃으면 건강을 잃는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 "사는 게 팍팍하다" 할 때의 그 '팍팍'이, 낱말에서 갑자기 넝쿨이 됐다. 문장 속에 활자로 묻혀있던 낱말이, 마음속에 살아있는 넝쿨이 됐다. 언제인지 모르는 그때에, 기억나지 않는 어느 날, 그렇게 뿌리를 내렸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어떤 것은 사실 안 해도 그만인 것이라는 것,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대부분은 정말 꼭 해야 하는 것, 그런 것이고 그래야 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은 아마 그 무렵이다. 나이가 드는 것을 늙는다고 한다면, 늙기도 전에 그것을 알았다. 나이에 맞는 생각이 나이에 맞는 삶을 만든다. 너무 일찍 그 길을 들어가도 마냥 좋은 것은 아니고, 너무 늦게 그 길을 찾았어도 굳이 흉볼 일이 아니다. 그렇더라도 좀 더 나이 들어 알게 되면 좋은 것이 있다. 그때가 어긋나.. 2020. 10. 24. 더보기
[格] 말은 말이어야 하고, 글은 글이어야 한다 말은 말이고, 글은 글이다. 말이 글이 될 수 없고, 글이 말이 될 수 없다. 말을 글처럼 사용하면, 감정이 곡해된다. 글을 말처럼 사용하면, 진심이 왜곡된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도를 넘으면 그렇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선을 건너면 그렇다. 말은 바람 같다. 살랑거리며 지나가는 바람은 그 얼굴에 미소를 짓게 한다. 요통 치는 바람은 그 얼굴에 공포를 각인한다. 사방에서 오는 바람은, 사방으로 갈 수 있다. 어느 곳에서나 오는 바람은, 어느 곳으로든 갈 수 있다. 자유롭게 오갈 수 있지만, 머물 수는 없는 것이 바람이다. 그것이 이치고, 그것이 순리다. 움직이지 않으면 더는 바람이 아니다. 움직이지 못하는 순간, 바람도 사라진다. 사라진 바람은 잊히지만 갇혀버린 바람은 흉기가 되기 쉽다... 2020. 9. 3. 더보기
[念] 노안(老眼)이 오면 함께 오는 것, 그때서야 알게 되는 것 몸의 존재를 순간마다 각성하게 된다. 스마트폰 시대가 되면서 더 그렇다. 메시지가 올 때마다, 전화가 올 때마다, 확인하고 깨닫고 한숨 짓는다. 행여 마스크를 쓰고 있거나, 장갑이라고 끼고 있으면, 더욱 불편해진다. 콧등으로 안경을 추어올리는 그 단순한 행동조차, 마스크와 장갑이 방해하는 까닭이다. 근시라서 안경을 쓰는데, 노안까지 찾아오면, 정말 곤욕이다. 안경을 벗으면 먼 것이 안 보이고, 안경을 쓰면 가까운 것이 희미하다. 안경을 벗어 가까운 것을 볼 수 있을 때는 그래도 낫다. 언제부터인가는 안경을 벗어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이른바 진짜 돋보기가 필요한 시점일지도 모른다. 몹값이 몇 배나 비싼 다초점 렌즈로 안경을 만들어서 쓰던 날. 나는 그날 인정하고 깨닫고 받아들였다. 알고 있었지만 이해할.. 2020. 1. 16. 더보기
[生] 병과 싸울 수는 없다. 다만, 견딜 뿐이다. 7년이라는 세월은 머리로 가늠할 수 있는 것보다 길다. 만약 짧다고 기억하고 있다면, 그 시간이 최소한 살만 했다는 뜻이다. 물리적으로 동일한 시간의 길이가, 다르게 체화되는 경우는 둘 중 하나다. 빛의 속도로 여행을 했던가, 시간의 흐름을 세포의 영역에서 경험했을 때다. 빛은 사람의 영역이 아니니 일어날 수 없는 일이고, 세포는 생명의 줄기인 만큼 누구나 겪을 수 있다. 물리적인 고통, 통증이라는 것은, 존재하지만 설명하기가 힘들다. 수많은 너의 문제가 아니라, 오직 나의 문제인 까닭이다. 물론 옆에서 지켜보고 함께 생활해야 하는 가족의 힘겨움도 결코 작지 않다. 그러나 지켜보는 것과 겪어야 하는 것은 다르다. 세포가 몇 개인지 짐작할 수 있을 만큼, 뼈마디가 몇 개인지 헤아릴 수 있을 만큼, 눈물샘이.. 2019. 6. 22. 더보기
[想] 그리움의 단상(斷想) ; 그리움은 과거가 아닌 미래로부터 오는 메시지. #1 뜬금없이 누군가 그리울 때가 있다. 그렇게 그리움이 몰려오기 시작하면 한동안은 대책이 없다. 몇 날 며칠을 머리에서 맴돌고 마음 한구석에서 집요하게 따라붙는다. 그립다 한들 모두가 같은 그리움일까. 그리움에도 종류가 있고, 강약이 있고, 색깔이 있다. 그것은 이유 없이 찾아왔다 어느 순간 조용히 자취를 감출 뿐이다. 거의 일주일을 꼬박 앓아누워 있어야 했다. 병은 마음에서 온다고 했던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마음이 지치니 몸이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나 보다. 몇 년째 고생하게 만들고 있는 지병(持病)도 그렇고, 여기저기서 좀 쉬어야겠다고 난리 치는 몸의 구석구석들이 드디어 들고 일어났다. 덩그러니 방 안에 혼자 누워 있으면 틈을 주지 않고 찾아 든다. 아픔이 커지면 커지는 대로, 잠시 잦아들면 그.. 2019. 6. 18. 더보기
[心] 눈으로 노래하는 아이 눈으로 노래하는 아이. 나는 작은 아이를 그렇게 부른다. 그 아이의 두 눈은 경이롭다. 크고 투명한 두 눈으로 보는 세상이 아름답다. 적당히 세상에 타협하고, 가장이라는 자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묵인하고 사는 것에 대해 녀석의 눈은 냉정하기까지 하다. 아이의 눈은 늘 노래한다. 무엇이든 눈으로 들어온 빛을 그대로 묻어 버리는 법이 없다. 나는 가만히 녀석의 노래를 듣고 있을 뿐이다. 조용히 세상을 바라보는 큰아이와 달리 작은 아이는 눈으로 본 것을 늘 입으로 노래처럼 읊조린다. 세상에 나올 때 몹시도 컸던 울음소리만큼이나 크게 외치며 노래한다. 분만실에서 나올 때 녀석은 쭈글쭈글한 얼굴에 꼭 감은 눈으로 아빠의 목소리만 들어야 했다. 녀석의 작은 손바닥에 검지를 넣고 세상에서 가장 뜻깊은 악수를 했다... 2019. 6. 15. 더보기
[心] 눈으로 詩를 쓰는 아이 눈으로 시를 쓰는 아이. 나는 큰아이를 그렇게 부른다. 그 아이의 두 눈은 특별하다. 깊고 맑고 큰 두 눈을 보면 마음이 늘 일렁인다. 아빠로서 부족함이 없는지. 아빠로서 바람막이가 잘 되고 있는지. 아빠로서 세상을 제대로 보는 눈높이에 자리 잡게 해주고 있는지. 아이의 눈은 늘 말하고 있다. 무엇인가에 대해 쉴 새 없이 말하고 있다. 난 다만 조용히 눈이 말하는 것을 들을 뿐이다. 그 아이의 눈을 볼 때면 어느 때 보다 긴장하고 집중할 수밖에 없다. 결코 잊을 수 없었던 그 눈 맞춤 때문이다. 분만실에서 나올 때.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아빠를 올려보며, 동그랗게 빛나던 두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눈물이 나려고 한다. 갓난아기는 얼굴도 쪼글쪼글, 눈도 못 뜬다고 알았었다... 2019. 6. 15. 더보기
[感] 빨래 예찬, 노동과 힐링 사이 햇살이 기세 등등할 때가 제격이다. 푹푹 찌는 찜통 공기까지 더해지면 녀석들에게 더욱 좋다. 거기에 상큼한 바람까지 넉넉하게 불어주면 금상첨화, 그것 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온갖 더러움을 말끔하게 걷어냈다. 이제 구름 몇 점 떠 있는 파아란 하늘을 보며, 줄 하나에 몸을 걸고 햇살 따라 바람 따라 일광욕을 즐기면 된다. 그 순간 만큼은 귀천이 없다. 그저 맑은 물로 함께 몸을 씻어낸 처지인 만큼, 허물없는 친구이자 부끄러울 것 없는 동무다. 빨래질 당한 녀석들은 누군가의 삶의 한 자락에서, 오늘의 한 조각을 만들어낸 오브제가 된다. 그렇게 팔짜 좋게 늘어지게 햇살이나 바람을 느끼면 된다. 녀석들의 주인은 빨래라는 노동을 통해 힐링의 순간을 만끽한다. 하긴 세탁기가 빨래해 주는 세상에, 빨래는 더 이상 .. 2014. 8. 2. 더보기
[感] 라디오가 있는 풍경, 라디오와 함께 가는 세상 라디오가 있는 풍경 (1)라디오가 있는 풍경 하나, 지구. 아침의 라디오는 텃밭에서 갓 따서 담아온 싱싱한 야채 바구니와 같다. 경쾌한 음악과 밤 새 일어난 온갖 새로운 소식이 넘친다. 새벽 이슬을 온몸 가득 머금고 아침상에 오르는 싱싱한 채소처럼 늘 신선하다. 상큼하거나 힘 있는 목소리가 언제나 햇살처럼 흘러나오는 아침의 라디오는 그래서 늘 새롭다. 일하러 가야 하는 모든 사람들을 차 안에서 맞이해 주는 라디오는 원두 커피 한 잔과 같다. 잠을 깨우고, 몸을 펴게 하는 그 소리로 사람들은 하루의 이쪽에서 저쪽으로 나아간다. 하지만 너무 진한 커피가 속을 쓰리게 하듯, 듣고 싶지 않는 녀석의 외침을 강재로 들어야 하는 것은 힘겨운 일이다. 점심의 라디오는 삶은 계란의 노른자와 같다. 적당히 부드러우면서 .. 2014. 7. 25. 더보기
[感] 샌프란시스코, 그리고 디지로그 엽서 샌프란시스코, 그리고 디지로그 엽서 아날로그와 디지털 엽서의 만남 파란 하늘을 가르고 비행기가 지나간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 혹시, 샌프란시스코? 비행기를 볼 때 마다, 비행기를 탈 때 마다 머리 속에는 샌프란시스코가 맴돈다. 부다페스트, 로마, 취리히, 동경……. 그 곳에 있을 때도 마음은 샌프란시스코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까까머리 고등학생일 때 ‘샌프란시스코’를 알았다. 아니 들었다. 스캇 매켄지(Scott Mackenzie)가 노래한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를 처음 듣는 순간, 샌프란시스코는 마음속으로 들어와 영원히 지지 않을 것 같은 꽃이 되었다. 그 후로 20년 하고도 몇 년이 흘렀다. 아직 샌프란시스코는 마음에만 있는 꽃이고, 몸은 그곳을 그리워한다. 이유는 모른다. 한번도 가.. 2007. 5. 6.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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