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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

[志] 살아낸 시간이 살아갈 시간에게 보내는 편지 외국 사람을 눈앞에서 생생하게 본 것은 외삼촌 생신 잔치 때였다. 미군 부대 군무원이던 외삼촌은 해마다 생신이 돌아오면 생일잔치를 했다. 가족, 친구, 부대에 근무하는 동료나 미군들까지, 아는 사람과 그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까지, 모두 초대해 그렇게 생일잔치를 했다. 하루를 넘겨 이틀이나 사흘 동안 그렇게 잔치는 이어졌다.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에 그런 모습을 처음 봤고, 해마다 그런 모습을 보며 나이가 들었다. 외삼촌의 생신은 경이로운 연중 이벤트였고, 꼬맹이의 버킷리스트 첫 번째 목록에 올리기에 충분했다. "나중에 나도 어른이 되면, 가족, 친척, 친구들과 함께 멋진 생일잔치를 해야지..." 하지만 여전히 그것은 버킷 리스트에 올라 있고, 현실이 되지 못한 채 소망 리스트에 유배되어 있다. 형제, .. 2021. 1. 9. 더보기
[想] 슬럼프에 빠졌을 때, 오랜 병중에 있을 때, 지켜야 할 한 가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숨 쉬는 것조차 버거울 정도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살다 보면 살아가다 보면, 살아있는 사람이라 그럴 때가 있다. 그럴 땐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바위처럼 모든 것으로부터 둔해지고 단단해지는 것이 최선이다. 하지만, 그런 상태가 마냥 길어지면, 삶 자체마저 부정하고 싶어지는 순간을, 어쩌면 만날 수 있다. 사실 '어쩌면'이라고 쓰지만, 마음은 ‘반드시’라고 말하고 있다. 좋은 약도 너무 오래 많이 먹으면 독이 되는 법이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면, 끝을 정해 놓고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꾸준하고 규칙적으로 하는 일 한가지는 만들어 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에 빠져야.. 2020. 11. 29.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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