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플래시 메모리를 하드디스크처럼 쓴다?

반응형
플래시 메모리를 하드디스크처럼 쓴다?
SSD & CF to IDE 어댑터

느려터진 PC, 발로 한대 차고 집어 던지고 싶을 때가 있다. 마음 같아서는 최신형 프로세서에 대용량 메모리로 속을 모두 바꿔버리고 싶지만 얇은 주머니 사정이 발목을 잡는다. 그래도 부팅 과정만 끝나면 그런대로 쓸만한 PC인데, 윈도XP처럼 덩치 큰 운영체제를 사용하려면 좋든 싫든 꾹 참고 살아야 한다.

시원시원하게 돌아가는 PC가 되려면 프로세서의 처리 속도, 빠르고 넉넉한 메모리 용량도 중요하지만 하드디스크의 성능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특히 전원 스위치를 넣고 하드디스크가 돌아가는 소리와 깜박이는 램프를 듣고 보면서, 한 참을 기다리게 만드는 부팅 시간을 줄이려면 하드디스크의 속도가 더 빨라져야 한다.

예전과 비교하면 하드디스크의 성능도 비약적으로 향상되었지만 자기디스크를 기계적으로 구동시켜 데이터를 읽고 써야 하는 하드디스크의 한계는 여전히 해결해야할 숙제다. 그래서 최근에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플래시 메모리와 같은 반도체를 이용하는 SSD(Solid State Disk)다.

솔리드 스테이트는 반도체를 의미하고, SSD에는 말 그대로 반도체로 만든 저장장치라는 뜻이다. 2006년 5월 삼성전자가 낸드플래시 기반의 SSD 개발을 발표하고, 이를 탑재한 노트북과 울트라 모바일 PC를 출시하면서 더욱 관심이 높아졌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삼성전자가 낸드 플래시(NAND FLASH) 메모리 기술을 이용해 개발한 솔리드 스테이트 디스크(사진:삼성전자)

하지만 SSD는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하고 있었고, 사용해 오던 저장장치다. 자기기록 방식의 하드디스크에 비해 읽기와 쓰기 속도가 빠르고, 소음과 발열이 적으면서, 충격과 진동에도 강하며, 작고 가볍다는 것이 장점이다. 그래서 그 동안은 일반적인 하드디스크를 사용할 수 없는 열악한 환경에 있는 산업용 컴퓨터에 주로 활용되어 왔다.

그 동안 SSD를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일반적인 PC에서 사용할 수 없었던 이유는 천문학적으로 비싼 가격 때문이다. 플래시 메모리 가격이 지금은 많이 내려갔다고 하지만 보통 사람들이 사용하기에는 아직까지 가격 장벽이 너무 높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하드디스크는 320GB 용량의 제품 가격이 약 10만원 전후. 1GB 당 가격이 약 300원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플래시 메모리를 기반으로 한 SSD의 가격은 이러한 하드디스크와 비교 하는 것이 의미가 없을 만큼 가격이 비싸다.

그 나마 삼성전자가 개발한 32GB 용량의 SSD가 센스Q30+와 센스Q1에 탑재되면서 SSD는 그림의 떡이 아니라 먹을 수 있는 떡에 한발 더 가까워졌다. 하드디스크를 구입해 직접 PC에 설치하듯 SSD를 구입해 사용할 수 있는 날이 그리 멀지 않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것 역시 아직 높은 가격이라는 장벽은 넘지 못했다.

일반 PC나 노트북 시장을 겨냥한 SSD가 본격적인 시장을 형성하기 시작하면 PC를 사용하는 데 가장 불편한 점으로 꼽을 수 있는 부팅 시간을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속도가 빠른 SSD는 운영체제를 설치해서 구동하는 디스크로 활용하고, 데이터는 하드디스크에 저장하는 방식을 병행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만약 당장이라도 플래시 메모리를 하드디스크 대용으로 사용하고 싶다면 컴팩트 플래시 메모리를 PC의 IDE 커넥터에 연결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변환 어댑터가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변환 어댑터들은 이미 다양한 제품들이 나와 있고,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다.

PC에서 사용하는 3.5인치 하드디스크 대신 사용할 수 있는 어댑터가 있는가 하면 노트북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2.5인치 하드디스크 크기에 맞도록 만든 제품들도 있다. 어떤 제품이든 컴팩트 플래시 메모리 카드를 꽂을 수 있는 슬롯과 IDE 케이블과 연결하는 커넥터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은 공통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컴팩트 플래시 메모리를 PC의 IDE 케이블에 연결해 하드디스크처럼 활용할 수 있는 ‘CF to IDE' 변환 어댑터.(사진:Evergreen)

일본 에버그린(www.donya.jp)에서 판매하는 PACF1이라는 제품을 예로 들어 보자. PACF1의 컴팩트 플래시 메모리 슬롯에 메모리를 꽂고, 40핀 IDE 커넥터를 케이블로 메인보드와 연결하면 마치 하드디스크처럼 사용할 수 있다. 전원은 플로피디스크 드라이브를 연결할 때 사용하는 4핀 전원 커넥터를 통해 공급한다. 구조도 단순하고, 가격도 999엔(약 8,000원)으로 부담스러울 것이 없다.

이베이(www.ebay.com)를 방문해 검색창에 'CF to IDE'라는 키워드를 입력하면 얼마나 많은 종류의 변환 어댑터가 판매되고 있는 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같은 방법으로 옥션(www.auction.co.kr)에서 키워드로 검색해보면 국내에서 판매하는 컴팩트 플래시 메모리를 사용할 수 있는 IDE 변환 어댑터를 찾아볼 수 있다.

파워유저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변환 어댑터를 사용해 미니PC나 카PC를 만들거나, 소음이 적은 노트북으로 개조해 사용하는 것은 이미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다만, 컴팩트 플래시의 가격이 비쌀 때는 넉넉한 용량의 메모리를 구입하는 것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는 것이 여의치 않았다.

하지만 요즘에는 관심이 있다면 한번 쯤 시도해 볼만큼 플래시 메모리의 가격이 저렴해졌다. 2GB 용량의 컴팩트 플래시 메모리는 5-6만원 정도면 구입이 가능하다. 이 정도면 윈도98이나 군살 뺀 윈도XP 라이트 버전을 설치하고 꼭 필요한 워드 프로세서나 인터넷 정도를 사용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다.

주머니 사정이 여유가 있거나 특별한 용도로 좀 더 용량이 큰 메모리가 필요하다면 4GB나 8GB 용량의 플래시 메모리를 사용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컴팩트 플래시 메모리는 4GB 용량이 약 10만원, 8GB 용량은 15-20만원 정도면 구입할 수 있다.

저가형 제품 중에는 이 보다 저렴한 제품도 간혹 눈에 띈다. 8GB 정도의 용량이라면 데이터 저장용으로 사용하는 데는 부족하지만 하드디스크를 대신해 작업용 공간으로 꽤나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는 용량이다. 집에서 놀고 있는 구형 노트북이 있다면 이러한 방법을 이용해 맞춤형 노트북으로 개조해 보는 것도 해 볼만한 일이다.

다만 일반적인 플래시 메모리는 기록 횟수가 제한적이라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플래시 메모리에 저장된 데이터를 삭제하고 기록하는 횟수가 약 10만~30만 번 정도라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컴팩트 플래시를 하드디스크처럼 활용하려고 한다면 이러한 점도 알아 두어야 한다.

휴대용 디지털 기기에서 플래시 메모리를 사용하는 경우는 이러한 한계점에 도달하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데이터 기록과 삭제가 수시로 반복되는 PC에서라면 체감 수명이 훨씬 짧아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업계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이나 새로운 형태의 메모리를 개발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