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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자 74%가 "공정하지 않다"...AI 채용이 만든 신뢰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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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트너 조사, 구직자 4명 중 3명이 AI 평가 시스템 불신
・ 2028년까지 가짜 구직자 프로필 25% 예상, 채용 사기 급증
・ 고용주와 구직자 간 상호 불신의 악순환, 신뢰 회복이 관건

 

기술이 발달할수록 인간의 마음은 더욱 복잡해진다는 옛말이 있다. 인공지능(AI)이 채용 시장에 도입되면서 고용주와 구직자 사이에 깊은 불신의 골이 파이고 있다. 가트너(Gartner)가 최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구직자의 26%만이 AI가 자신을 공정하게 평가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답했다.

| AI 평가 시스템에 대한 구직자들의 깊어진 불신

가트너가 2025년 1분기에 실시한 조사에서 2,918명의 구직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응답자의 52%가 AI가 자신의 지원서 정보를 심사한다고 믿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AI의 공정성을 신뢰하는 비율은 26%에 그쳤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32%의 구직자가 AI로 인해 자신의 지원서가 부당하게 탈락할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25%의 구직자가 고용주가 AI를 사용해 자신의 정보를 평가한다면 해당 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이는 AI 기술 도입이 오히려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구직자들은 AI 시스템이 자신의 역량과 개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것이라는 근본적인 불안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구직자 중 절반만이 자신이 지원하는 일자리의 진정성을 신뢰한다고 답했다. 이는 채용 시장 전반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가트너 HR 연구 부문의 선임 연구 디렉터 제이미 콘(Jamie Kohn)은 "고용주들이 지원자의 진정한 능력을 평가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그들의 신원조차 의심스러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 구직자들도 AI를 활용하는 이중적 현실
흥미롭게도 구직자들이 AI에 대한 불신을 표하면서도, 동시에 자신들의 취업 활동에서는 적극적으로 AI를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트너가 2024년 4분기에 실시한 3,290명 대상 조사에서는 39%의 구직자가 지원 과정에서 AI를 사용했다고 답했다. 이들은 주로 이력서나 CV 작성(54%), 자기소개서 작성(50%), 작문 샘플 생성(36%), 평가 질문 답변 작성(29%) 등에 AI를 활용했다.

이러한 현상은 구직자들이 AI 기술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사용하는 AI 시스템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즉,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에서의 AI 사용은 받아들이지만, 타인이 자신을 평가하는 AI 시스템에 대해서는 경계심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러한 이중적 태도는 현재 채용 시장의 복잡한 역학관계를 잘 보여준다. 구직자들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AI 도구를 사용하면서도, 동시에 기업의 AI 채용 시스템에 대해서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이는 채용 과정에서 AI 기술의 역할과 한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 가짜 프로필과 채용 사기의 급속한 확산
가트너의 또 다른 충격적인 예측은 2028년까지 전 세계 구직자 프로필의 25%가 가짜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2025년 2분기에 실시된 3,000명 대상 조사에서는 6%의 구직자가 면접 사기에 참여했다고 인정했다. 이들은 다른 사람으로 가장하거나 대리인을 세워 면접에 참여하는 등의 부정행위를 저질렀다.


채용 사기의 형태는 점점 정교해지고 있다. AI 기술의 발달로 인해 가짜 이력서 작성, 대리 면접, 허위 추천서 등이 더욱 용이해졌기 때문이다. 제이미 콘 연구 디렉터는 "지원자 사기는 단순히 잘못된 채용을 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한 사이버 보안 위험을 야기한다"고 경고했다. 가짜 신원으로 기업에 침투할 경우, 내부 정보 유출이나 시스템 해킹 등의 심각한 보안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채용 사기의 증가는 고용주들로 하여금 더욱 엄격한 검증 시스템을 도입하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선량한 구직자들에게는 더 복잡하고 까다로운 채용 과정을 경험하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결국 채용 사기를 방지하려는 노력이 오히려 구직자들의 불편함을 가중시키는 악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 구직자 선택권 강화와 수용률 급락 현상
AI에 대한 불신은 구직자들의 행동 패턴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가트너 조사에 따르면 2025년 2분기 기준으로 51%의 구직자만이 최근 지원 과정에서 채용 제안을 수락했다고 답했다. 이는 2023년 2분기의 74%와 비교해 23%포인트나 급락한 수치다.


이러한 수용률 하락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우선 구직자들이 AI 기반 채용 과정에 대한 의구심으로 인해 더욱 신중한 선택을 하고 있다. 또한 채용 시장의 투명성 부족으로 인해 구직자들이 기업에 대한 신뢰를 쉽게 갖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흥미롭게도 가트너 조사에서는 62%의 구직자가 대면 면접을 요구하는 기업에 지원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답했다. 이는 구직자들이 여전히 인간 대 인간의 직접적인 소통을 선호하며, AI나 온라인 시스템보다는 전통적인 채용 방식에 더 큰 신뢰를 보내고 있음을 의미한다. 기업들은 이러한 구직자들의 선호도를 고려해 채용 전략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 신뢰 회복을 위한 다층적 접근 전략
가트너는 채용 사기를 방지하고 구직자의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다층적 사기 완화 전략을 제시했다. 첫째, 명확한 기대치 설정과 채용 기준 소통이다. 고용주들은 구직자에게 AI 사용에 대한 허용 범위를 명확히 설명하고, 사기 탐지 노력과 부정행위 적발 시 법적 결과에 대해 강조해야 한다.

둘째, 평가 과정을 통한 사기 탐지 강화다. 채용 담당자들은 회피적 행동을 감지하는 방법을 알아야 하며, 평가 도구에는 대면 면접과 같은 부정행위 방지 장치가 포함되어야 한다. 셋째, 지원자 평가 전반에 걸친 평가 방법 개선이 필요하다. 사기 방지는 초기 채용 단계를 넘어서 지속되어야 하며, 개별 감시보다는 시스템 차원의 검증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신원 확인 강화, 위험 기반 데이터 모니터링 사용, 채용 시스템에 신원 인증 및 이상 징후 알림과 같은 탐지 도구 내장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종합적 접근을 통해 채용 과정의 무결성을 보장하면서도 구직자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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