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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블로그] 블로그 마케팅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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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블로그] 블로그 마케팅에 대한 단상
블로그를 알면 마케팅 방법이 보인다

여론 조사 전문기관인 AC 닐슨 글로벌이 얼마 전 의미 있는 설문조사 결과를 내놨다. 인터넷을 이용해 전 세계 47개국의 소비자들을 조사한 결과 광고 보다는 다른 소비자들의 추천을 가장 신뢰한다는 것이다. 즉, 입소문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도가 전통매체, 검색 엔진, 온라인 배너, 휴대 전화 광고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입소문’에 대한 의존도가 가장 높은 나라로는 홍콩(93%)이 꼽혔으며, 한국은 5위(87%)를 기록했다. 특히 한국은 블로그와 같은 온라인을 통해 접한 소비자 의견에 대해 81%가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나 온라인 소비자 의견을 가장 신뢰하는 1위 국가로 기록됐다.

AC 닐슨 글로벌의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입소문 마케팅의 효과와 중요성을 쉽게 가늠해 볼 수 있다. 이러한 점을 일찌감치 간파한 기업들에서는 최근 들어 블로거들을 대상으로 한 적극적인 블로그 마케팅을 펼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증가하는 기업들의 블로그 마케팅 사례

최근 1-2년 사이 일부 기업에서 시작된 블로거들을 대상으로 한 입소문 마케팅은 올해 들면서 눈에 띄게 증가했다. 지난 해 MP3 플레이어인 T9 시리즈를 출시하면서 블로거들을 대상으로 제품 설명회를 개최했던 삼성전자는 올해 9월 P2 모델을 출시할 때도 블로거들을 초대해 제품을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한국HP도 올해 2월에 터치&트위스트라는 주제로 블로거들을 대상으로 한 파빌리온 tx1000 제품 발표회를 개최했다. 또한 10월 24일에는 역시 블로거들을 초청해 20.1인치 액정을 탑재한 파빌리온 HDX 시리즈, 컨버터블 태블릿 PC인 2710p, 인텔 코어 2 쿼드 프로세서를 내장한 프리미엄 테스크톱 PC인 파빌리온 m9000을 공개하기도 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국HP가 지난 10월 24일 삼성동 베일리 하우스에서 블로거들을 초청해 개최한 신제품 발표회 모습.

네이버나 다음 같은 포털 사이트가 블로그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은 블로거들에게는 이미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LG전자도 얼마 전 XNOTE S900 시리즈에 대한 블로그 마케팅을 진행했는가 하면, 엑스캔버스를 알리기 위한 제품 블로그(www.xcanvasblog.com)까지 별로도 운영하고 있다.

블로그와 블로거들을 적극적인 마케팅 대상으로 삼는 것은 대기업뿐만 아니다. 옥션스카이프나 BTC 정보통신 같은 중견중소기업들도 블로거를 대상으로 한 제품 평가나 의견 수렴에 적극적이다. 비공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블로그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이벤트나 마케팅이 적지 않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블로거를 특별한 고객으로 생각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감지할 수 있다.

기업들이 블로그를 홍보나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는 방법으로는 우선 브랜드나 기업 블로그를 만들어서 운영하거나 블로그를 대상으로 한 공모전이나 이벤트를 운영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현재 국내 기업들이 선호하는 블로그 마케팅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기업들이 선호하는 블로그 마케팅 방법

첫 번째는 인지도가 높은 소위 파워블로그를 선별한 후 개별적으로 접촉해, 제품 설명회에 초대하거나 체험단을 운영하는 방법이다. 주로 전문적인 지식이나 경험이 요구되는 제품이나 서비스 등을 입소문을 통해 알리고자 할 때 선택하는 방법이다. 전문적인 지식이 없더라도 방문자 수가 많은 유명 블로거라면 블로그 마케팅 대상 리스트에 오르기도 한다.

마케팅 대상으로 지목할 블로거를 선별하는 과정은 비공개로 진행되거나 소위 파워블로거들의 인맥이 활용된다. 또한 요즘 들어 증가하고 있는 전문성을 갖춘 팀블로그가 섭외 대상이 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올블로그와 같은 메타블로그에서 인지도가 높은 블로거가 마케팅 대상 리스트에 오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두 번째는 온라인 광고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블로그 마케팅 대상을 모집한 후 이들을 통해 제품이나 서비스를 알리거나 평가를 받는 방법이 있다. 블로그의 성격이나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블로거들도 관심만 있다면 응모해서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은 블로거를 입소문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또한 지원자 모집과 등록부터 모든 것이 공개된 상태로 진행되기 때문에 비공개로 진행되는 블로그 마케팅에 대해 일반 고객이나 행사에 참여하지 못한 블로거들이 가질 수 있는 거부감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도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블로그 마케팅, 성공하려면 블로거부터 알아야한다

하지만 블로그 마케팅을 개최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곳곳에서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다. 블로거를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데 필요한 경험과 데이터가 부족한 탓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블로그 마케팅을 담당하는 기업의 실무자가 블로그를 운영해 본 경험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블로그는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고 블로거들 사이에서 오가는 모든 정보와 대화는 하나의 생태계와도 같다는 것을, 블로그가 모이는 메타블로그는 마치 다양한 종류의 동식물이 공존하는 정글과 같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면 인정하는 열린 마음부터 가져야 한다.

마치 생태계와도 같은 사이버 공간에서의 블로그가 어떻게 돌아가고 어떤 문화를 갖고 있는지에 대해 알지 못한다면 환상적으로 보이는 블로그 마케팅의 현실은 쓰라린 경험만을 안겨줄 가능성이 크다. 그런 사전 지식과 마음의 준비가 없는 경우라면 십중팔구는 ‘실패’한 블로그 마케팅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블로그와 마케팅이 만나는 접점에서 많은 기업들이 잘 못 생각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면 언론매체를 통해 소개되는 ‘기사’와 블로거의 입을 통해 전달되는 ‘의견’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기사는 가능하면 객관적인 ‘사실’을 전달하는데 초점을 맞추지만 블로거들은 지극히 주관적인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다. 블로거 본인이 고객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자신이 생산한 콘텐츠를 다른 블로그에 제공한다는 점에서 보면 그 역시 고객(다른 블로거)을 상대하는 특수한 위치에 있게 된다.

그래서 블로거들의 평가는 냉정하고, 이 부분에 대한 마음의 준비와 위험을 감수할 자세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우리 제품과 서비스는 좋으니까 당연히 블로거의 평가도 좋을 것이라는 것은 그야말로 ‘착각’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남들이 한다고 해서 아무 생각과 준비도 없이 묻지마식 블로그 마케팅을 하겠다고 덤벼드는 것은 참으로 무모한 발상이다.

이것 보다 더 경계해야 할 것은 기업이 의도한 결과를 얻기 위해 블로거들을 어떤 방법으로든 통재하거나 그들의 의견에 개입하려한다면 치명적인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이다. 블로그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 블로거의 성향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블로그 마케팅을 하려는 기업들에서 적지 않게 보게 되는 일이다.

또한 블로거 마케팅의 결과가 눈에 보이는 성과를 보여주는 데는 생각 보다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블로그 마케팅을 수행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을 고려하면 그 효과가 나타나는 데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물론 항상 그렇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블로그 마케팅을 하려 한다면 그런 점을 고려해 다음 두 가지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첫 번째는 기업이나 제품 등의 인지도를 높이는 장기적인 브랜드 전략의 맥락에서 접근해야 한다. 단숨에 제품 판매량을 늘이거나 광고나 홍보 수단만으로 블로거들의 입을 빌리고자 한다면 들어간 비용에 비해 돌아오는 결과는 초라할 수가 있다. 숨을 고르고 길게 보는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블로그 마케팅에 접근하는 자세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뜻이다.

물론 AC 닐슨의 조사 결과에서처럼 우리나라 고객들은 온라인에서 접한 다른 고객들의 의견에 대한 신뢰도가 높기 때문에 매출 증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도 한다. 이는 바꾸어 말하면 제품에 대한 평판이나 의견이 좋지 않을 경우에는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 번째는 고객을 대하는 마음가짐과 시스템을 먼저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점이다. 고객들의 칭찬에 겸손할 줄 알고, 쓴 소리를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겸허하게 이를 수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고객들의 의견과 생각을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는 시스템과 열린 마음이 없다면 블로그 마케팅은 지극히 위험한 마케팅 수단으로 얼굴을 바꿀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블로거 마케팅을 기획하고 추진하는 실무 담당자가 블로거가 되어야 한다. 블로그를 운영해 보지도 않고 블로거들이 서로의 어떤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어떤 방법을 소통하는지를 알지 못한 상태에서 블로그 마케팅을 계획하는 것은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웹 2.0 시대를 대표하는 개방, 참여, 공유의 의미를 사전적인 의미로만 알고 있다면 블로그 마케팅은 새로운 마케팅 수단이 아니라 실패가 보장된 마케팅 수단으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적어도 블로그 시대에서는 손자병법에 나오는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내가 블로거가 되고, 아군이 될 수 있는 블로거를 알아야 백전백승이라는 말로 바뀌어야 한다.

이 보다 한발 더 나아간다면 입을 빌리고자 하는 접근 방식도 달라져야할 필요가 있다. 이미 만들어 놓고 고객들의 평가를 받고 입소문에 의지할 생각을 하기 보다는, 고객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귀를 기울여 이를 반영한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보다 적극적인 접근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철저한 준비와 열린 마음이 필요한 마케팅

이제 막 첫발을 내딛고 두 번째 발을 떼고 있는 단계에 있는 블로그 마케팅에 대해 콕 집어 정답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많은 사람들이 블로그 마케팅을 정의하고, 새로운 사업 모델로 열심히 그림을 그려내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게 보아왔다.

입소문이 고객들의 마음을 좌지우지 하는 것은 분명하고, 블로그 마케팅은 입소문 마케팅의 가장 핵심에 있다는 것도 의심할 여지가 없다. 다만, 지난해부터 블로그 마케팅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여러 가지 모습으로 발을 들여놓고 부딪쳐서 얻은 경험에서 얻은 한 가지 결론은 기업이나 블로거 모두 환상을 버리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블로그 마케팅이라는 것이 단순하게 블로거를 동원해 제품이나 서비스 홍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간편한 수단으로 생각한다면 대단한 착각이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블로그와 블로거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해 효과를 볼 수 있으려면 치밀한 전략과 준비 그리고 발상의 전환과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또한 내부 직원들이 모르는 결점이나 한계를 블로거들이 판단해 주고 지적해주는 파트너로서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보다 더 좋은 방법은 블로그 마케팅 모델은 제품 개발이나 상품 기획 단계에서 그것을 사용하게 될 고객인 블로거들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는 것이다. 프로슈머로서의 블로거의 능력과 아이디어를 활용하라는 얘기다.

어쨌거나 아직은 블로그와 마케팅이 만나는 접점에는 현실 보다 환상에 대한 기대가 너무 크다는 간격이 존재한다. 기업은 고객인 블로거를 너무 모른다. 블로거들 중에는 블로거 마케팅을 하고자 하는 기업에 대해 너무 큰 것을 바라거나,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하지만 요즘 블로그 마케팅에 시선과 마음을 집중하고 있는 양쪽을 보고 있노라면 숟가락 한 술로 단번에 배를 채우고 싶어 하는 경우가 없지 않은 듯 하다. 욕심 보다 절제, 목표만큼이나 과정을 중요하게 여길 수 있는 건전한 블로그 에코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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