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사람이 '갑자기'의 의미를, '동시에' 공동으로 체험하고 있다. 사전적 의미와 개별적 경험으로 존재하던 '갑자기'는, 어느 날 정말로 모두에게 '갑자기' 찾아왔다. '예외적' 이었던 것들이 '일상적'으로 불리기 시작했고, '현재 진행형'을 문법이 아닌 '살아있는 삶'으로 배우고 있다.
집에서 일하라고 하니 당황하는 척하면서, 온 마음으로 반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학교에 가지 않는다고 하니, 미칠 듯이 기쁜 철부지들이 많았다. 일상의 알고리즘이었던 '머리를 감을까? 어떤 옷을 입을까? 무엇을 먹을까?'하던 선택의 갈등은, 한동안 기억 속에 유배되었다가 어느 순간 더 치열한 결정 장애가 되어 돌아왔다.
에이오키에서 선보인 재택근무를 위한 '파자마 수트'. 집에서 일하며 입는 비즈니스 웨어이면서 편하게 쉴 수도 있는 홈 웨어이기도 하다. 정장처럼 입고 화상 회의를 하다가, 쉬는 시간에 소파에 누울 수도 있는 편안한 옷이다. (사진:aoki-style.com)
에이오키에서 선보인 파자마 수트(Pajamas Suit)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갑작스러운 일상이, 찾아오지 않았거나 일찍 끝났다면 세상에 나오지 않았을 '물건'이다. 굳이 우리말로 옮기자면 '잠옷 정장'이라는 어색한 이름이 되는 파자마 수트는, 재택 근무자를 위한 아이디어 제품이다.
에이오키는 정장부터 비즈니스웨어까지 다양한 종류의 비즈니스룩이나 캐주얼 웨어를 만드는 오래된 의류 브랜드다. 출퇴근하는 여성과 남성들이 주요 고객이고, 입어서 멋스럽고 일하기는 편한, 그러면서도 실용적인 스타일의 의류와 소품을 판매한다.
파자마 수트는 이런 브랜드 정체성이 있었기에 탄생한 제품이다. 집에서 입는 홈 웨어이면서, 일하면서 입는 비즈니스 웨어를 겸한다. 재택근무를 하다 보면 화상 통화나 회의를 하는 것이, 피할 수 없는 중요한 업무의 일부이면서 수단이 된다.
집이라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나를 보여줘야 하는 시간'이 찾아오는 것이다. 이럴 때 회사에서처럼 정장이나 비즈니스 웨어를 입고 있자니 불편하고, 그렇다고 마냥 편한 복장을 하고 업무를 보는 것도 어색하다. 파자마 수트는 그런 순간을 위해 만들어진 옷이다.
파자마 수트는 카디건(Cardigan) 스타일의 재킷과 저지(Jersey) 스타일의 팬츠로 구성된 일상복이다. 집에서 일하거나 휴식할 때, 가까운 거리에 외출할 때 입으면 된다. 하지만 자세히 보지 않으면 정장이나 비즈니스 캐주얼 같은 느낌이 난다. 파자마 수트의 포인트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잠옷만큼 편하고 수트처럼 격식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카디건이나 저지라는 이름 대신 '파자마 수트'라는 이름을 만들었다. 아이디어 돋보이는 이런 이름은 듣거나 보는 것만으로, 명확하게 존재 의미를 전달하는 데 성공한 듯하다.
화상 통화를 할 때는 마치 정장을 차려입은 것처럼 보이고, 집안에서 일하는 동안 옷 때문에 불편할 일이 없다. 때로는 누워서 쉬기도 하고, 잠깐씩 산책이나 외출을 나갈 때도 옷을 갈아입을 필요가 없다. 이렇게 입고 생활 수 있도록, 탄력 있는 니트와 집에서 세탁기로 그냥 빨라도 되는 소재로 만들었다.
가격도 4,990엔(약 5만 3,000원)으로 제법 착하다. 코로나 펜데믹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겨냥해 파나소닉이 출시했던 '코모루'라는 DIY 큐비클과 비교하면 훨씬 현실적이고 실용적이다. 이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세상을 살다 보니, 이전에 들어보지 못한 상품, 이전에 받아본 적 없는 서비스를 만나게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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