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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想] 사랑, '이벤트' 인플레이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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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물쇠라는 쇳덩이에 사랑이라는 마음을 가져다 엮을 줄 누가 알았을까. 얽기설기 얽힌 그것들 속에서 빈틈을 찾기가 힘들다.  다른 이들의 언약의 흔적 속에서, 궁색하게 빈틈을 찾아야 한다. 그렇게 사랑을 이야기하며, 영원한 사랑을 감격해 하며, 족쇄 하나에 사랑의 언약을 얽어맨다.

저쪽에는 그냥 재미다, 그냥 추억이다. 그렇게 스스로의 이벤트를 희석하는 그들이 있다. 이쪽에는 오직 너만을 위한 사랑을, 비장함으로 맹서하는 의식을 행하는 이들이 있다. 마음에 담아둔 사랑 한 자락, 매일매일 실타래 풀듯이 풀어내어 보여주어야 하는 세상. 보지 않으면 믿으려 하지 않고, 믿고 싶어서 없는 것도 보여달라고 조르는 세상.

자물쇠 하나 걸어두는 것으로 사랑을 이야기할 수 있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누가 알았을까. 그 자물쇠 하나로 그와 그녀의 사랑이, 끝이 처음같고 처음이 끝과 같을 수 있다면, 사랑할 수 있기때문에 행복하고, 행복하기때문에 사랑도 할 수 있을게다.

차라리 의미가 아닌 놀이였으면 좋겠다. 저런 것들 하나하나에 의미를 담아 내기에는, 버거운 것들이 너무 많다. 마음 속에 가득찬 것을 꺼내 보여줄 수 없는 빈손이 버겁고, 바닥 드러낸 마음에 스스로 채울 수 없는 먹먹함도 버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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