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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2. 31. 08:34

당장 내일부터 하루에 하나씩 글을 써보는 것은 어떨까? 여기서 내일은 새해의 시작 1월 1일의 의미가 아니라, 오늘의 다음 날 내일이다. 글쓰기가 새해 결심이 되면, 작심삼일이 되기에 십상이다. 글쓰기가 계속 이어지려면 그런 부담부터 덜어야 한다.

 

글을 쓰는 것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들여다보고, 정리하고 분류하고 소통하는 일이다. 말과 글은 같은 소통의 도구지만 향과 결이 다른 수단이기도 하다. 그래서 두 가지를 자유롭고 기품있게 구사할 수 있다면,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훨씬 다채롭고 역동적으로 이어갈 수 있다.

 

읽기와 쓰기는 비행기의 날개와 같다. 읽지 않으면 쓰기 힘들고, 쓰지 않으면 읽지도 않는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대부분 그렇다. 그래서 글쓰기가 힘들다면 맛있는 글, 재미있는 글, 조리 있는 글을 많이 읽어야 한다. 글을 읽고 나면 글에 대한 평을 써보거나 요약하는 것도 방법이다.

 

글을 쓰기로 작정하고 결심하고 각오를 단단히 했다면, 이제부터 바로 쓰기만 하면 된다? 그렇지 않다. 쓰겠다고 마음먹는다고 될 일 있었으면, 당신은 지금 유명 작가가 되어있을지도 모른다. 어떻게 시작하고 무엇을 담아야 할 지 처음에는 막막하다. 그럴 때는 다음 세 가지를 기준으로 시작하면 훨씬 수월하다.

 

첫째는 읽을 대상을 명확하게 한다. 독자가 범위가 넓어지면 그만큼 글쓰기가 힘들어진다. 아예 읽을 대상을 정하지 않으면, 글 쓰는 것 자체를 출발할 수 없다. 가족에게 말할 때와 청중들 앞에서 연설할 때, 어법과 어휘가 달라져야 하는 것처럼, 글 역시 대상이 정해지면 시작하기가 쉽다.

 

그래서 독자층이 넓을수록 글 쓰는 것이 힘들다. 예를 들어 신문 기사를 논문처럼 쓴다면, 그 신문은 논문을 자주 접하는 사람도 피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일기가 중요하다. 남에게 보여줄 필요 없는 일기는, 글쓰기 부담을 가장 적게 하면서, 글쓰기를 가장 부담없이 시작하는 지름길이다.

 

누군가 대상을 한 명 정해놓고, 편지 형식으로 글을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 사람이 앞에 두고 대화한다는 마음으로 담담하게 써 내려가면 된다. 이렇게 편지처럼 쓴 글은 다른 사람이 보기에도 큰 무리가 없다. 혹시라도 너무 어렵거나 전문적인 단어들을 사용했다면, 그 부분만 조금 손보면 무난해진다.

 

둘째는 아무리 짧은 글이라도 제목을 정하고 시작한다. 글쓰기가 어렵다고 호소하는 대부분의 사람은 무턱대고 글을 쓰려고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제목을 정하는 것은, 목표를 정하는 일이다. 건축에 비유하면 스케치나 기초 설계에 해당한다.

 

목표가 정해지지 않았으니, 당연히 시작이 어렵다. 설계도가 없으니, 무엇부터 손대야 할지 난감하다. 제목은 짧고 간결할수록 좋다. 사실 제목 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제목 정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신문 기사를 보고 제목을 다시 달아 보거나, 평소에 시(詩)를 가까이하면 도움이 된다.

 

제목은 등대와 같다. 지금 쓰고 있는 글의 방향과 주제를 항상 알려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중간에 글을 쓰다가 막힐 때, 자꾸 다른 길로 빠질 때, 생각이 정리되지 않을 때. 그때 마다 제목을 보면 된다. 그렇게 글을 쓰다 보면 제목도 더 명확하게 다듬어진다. 하고 싶은 말, 쓰고 싶은 글이, 점점 명료해지기 때문이다.

 

셋째는 형용사, 부사 등 꾸미는 말은 최대한 줄이고, 접속사도 가능하면 생략한다. 맛있는 글은 대부분 담백하다. 이것저것 온갖 양념을 가미한 음식은, 맛있지만 쉽게 질릴 수 있다. 재료가 가진 본연의 맛과 향을 최대한 살리는 것, 그것은 요리의 기본이다. 글쓰기라고 다르지 않다. 화려함보다 간결함이 우선이다.

 

어떤 글은 한 문단 나가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있다. 온갖 형용사와 부사를 동원해 꾸미고 치장한 문장 때문에, 이리저리 눈길과 감정이 걸려서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사공이 많아지면 배가 산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아예 출발하지도 못한다. 글도 마찬가지, 깔끔해야 앞으로 쭉쭉 나아간다.

 

업무와 관련해 작성하는 글 중에도 그런 글이 많다. 예를 들면 홍보 또는 보도자료, 제안서에 있는 회사 소개, 자기소개서나 포트폴리오 중에 그런 문장을 적지 않게 본다. 지금 쓰고 있는 글의 용도와 목적을 잊거나 아예 고려하지 않는 습관이 배어 있다면, 평생 자신이 그렇게 글을 쓰고 있는지도 모르고 산다.

 

생각나는 대로 단어를 나열하는 것도 글쓰기의 시작이다. 그것이 문장이 되면 메모가 된다. 짧은 시간에 빠르게 메모하는 습관이 몸에 배면, 복잡한 생각을 하나의 문장으로 정리하는 것도 익숙해진다. 그것이 제목이 되고, 그 제목을 등대 삼아 글을 쓰면 된다.

 

남과 다른 나를 만들려 하지 말고, 전과 다른 나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인공지능이 밥그릇을 위협하는 시대에서 살아남는, 가장 중요하면서 유일한 생존의 법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