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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걸린 단백질 실험, 이제 몇 분이면 끝난다…노벨상 수상 이끈 알파폴드, 5살 맞아 성과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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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도 쓸 수 있는 무료 AI, 50년 동안 못 푼 문제를 5년 만에 해결
∙3~5년 걸린 신약 개발을 몇 개월로 단축, 제약업계가 주목하는 구조 예측 혁명
∙데미스 허사비스·존 점퍼, 2024년 노벨 화학상 수상으로 AI 과학 도구 입증

 

단백질 하나의 3차원 구조를 밝혀내는 일은 오랫동안 구조생물학자들의 몫이었다. X선 결정학이나 핵자기공명분광법으로 구조를 결정하려면 수개월에서 수년이 소요됐고, 실패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2020년 12월에 세상에 나온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폴드 2는 이 과정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아미노산 서열만 입력하면 몇 분 안에 원자 수준의 3차원 구조를 예측하는 이 인공지능 시스템은, 그 동안 눈부신 성과를 이뤄내며 5살을 맞이했다.

 

 

| 50년 난제의 해법과 노벨상


1972년 크리스찬 안핀센이 노벨 화학상을 받으며 공식화된 단백질 폴딩 문제는 반세기 동안 과학계의 난제였다. 단백질은 수백에서 수천 개의 아미노산이 특정 순서로 연결된 선형 사슬이 복잡하게 접혀 특정 3차원 형태를 만드는데, 이 형태가 단백질의 기능을 결정한다. 알파폴드 2는 2020년 CASP14에서 실험적 방법과 경쟁할 수 있는 원자 수준 정확도를 달성하며 이 문제를 사실상 해결했다. 2024년 10월, 데미스 허사비스와 존 점퍼는 알파폴드 개발 공로로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 노벨상 위원회는 ‘알파폴드 2를 통해 연구자들이 확인한 거의 모든 2억 개의 단백질 구조를 예측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5년이 지난 지금, 알파폴드는 190개국 200만 명 이상의 연구자가 사용하며, 35,000편 이상의 논문에서 인용됐다.


| 연구 생산성의 패러다임 전환


알파폴드가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연구 속도다. 네이처의 분석에 따르면, 알파폴드 사용자는 비사용자보다 단백질 데이터뱅크에 약 50% 더 많은 구조를 제출했다. 다른 최첨단 AI 방법이나 구조생물학 기법을 사용한 연구자들과 비교해도 알파폴드 사용자의 제출률이 현저히 높았다. 연구팀은 알파폴드를 활용해 정자 단백질 복합체에서 TM81이 바운서의 결합 포켓을 만드는 구조를 예측했고, 실험으로 이를 검증했다. 가설 검증 주기는 수년에서 수주로 압축됐다. 네이처는 이를 ’과일을 따는 것에서 씨앗을 찾는 것으로 연구 트랙이 변화했다‘고 표현했다. 터키의 두 대학생이 알파폴드를 활용해 15건의 구조 연구를 완료한 사례는 과학 연구의 민주화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 신약 개발의 새로운 가능성


2024년 화학과학에 발표된 연구는 알파폴드를 활용한 첫 신약 발견 사례를 보고했다. 연구팀은 결정 구조가 알려지지 않은 CDK20이라는 간암 표적에 대해 알파폴드 예측 구조를 기반으로 AI 약물 발견 플랫폼 파마닷에이아이를 적용해, 나노몰 수준의 IC50 값을 보이는 강력한 저해제를 발견했다. 전통적으로 표적 발굴부터 리드 화합물 발견까지 3~5년이 걸렸지만, 알파폴드와 AI 플랫폼을 결합하면 몇 개월로 압축할 수 있다. 알파폴드 3은 단백질뿐 아니라 DNA, RNA를 포함한 분자 복합체를 예측하며, 약물-표적 상호작용 예측 정확도를 전통적 방법보다 50% 향상했다. DNDi는 샤가스병과 리슈마니아증 같은 소외질환 치료제 개발에 알파폴드를 활용하고 있으며, SARS-CoV-2의 NSP6 단백질 저해제 후보물질 발굴에도 적용됐다. 항체 치료제 개발에서도 알파폴드는 항체-항원 복합체를 예측해 항체 최적화를 가이드하며, 결합력과 특이성을 개선하는 합리적 설계가 가능하다.


| 생태계 보존에서 기후과학까지


유럽 과학자들은 알파폴드를 사용해 꿀벌의 핵심 면역 단백질인 비텔로제닌의 구조를 규명했다. 2021년 연구는 알파폴드와 전자현미경을 결합해 꿀벌 비텔로제닌의 전체 길이 단백질 구조를 처음으로 기술했고, 칼슘 결합 부위와 이황화 결합이 종들 사이에서 고도로 보존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이 구조적 통찰은 현재 멸종 위기 꿀벌 개체군 보존 노력과 AI 지원 육종 프로그램 개발에 적용되고 있다. 플라스틱 분해 효소 연구에서도 알파폴드는 PET아제 같은 효소의 구조를 밝혀, 활성을 높이는 단백질 공학에 기여한다. 박테리오파지 치료법 개발에서는 파지 수용체 결합 단백질의 구조를 예측해 효과적인 파지를 선별하고, 엔도라이신 같은 파지 유래 효소로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를 공격하는 새로운 전략을 제시한다. 식물의 광수용체, 호르몬 수용체, 병원체 저항성 단백질 연구도 알파폴드로 가속화되며, 기후변화 시대에 작물의 회복력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 구조생물학의 두 번째 르네상스


유럽분자생물학연구소의 자넷 손튼은 알파폴드의 등장을 ‘구조생물학의 두 번째 도래’라고 표현했다. 첫 번째 도래는 1950년대 X선 결정학의 발전으로 단백질 구조를 처음 볼 수 있게 된 시기를 가리킨다. 알파폴드 데이터베이스는 2022년 100만 개에서 2억 개 이상으로 확장되며, 과학계에 알려진 거의 모든 단백질의 구조를 포괄하게 됐다. 구글 클라우드에서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으며, 유니프롯 같은 단백질 카탈로그 웹사이트에도 통합됐다. 구조생물학의 연구 문화도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구조 결정 자체가 주요 목표였고, 구조를 발표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구조가 출발점이 됐다. 구조를 알고 나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어떤 새로운 실험을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졌다.


💡의사결정을 위한 인사이트

알파폴드의 진정한 가치는 단백질 구조 예측 자체가 아니라, 과학적 가설 검증 주기를 수년에서 수주로 압축시킨 점에 있다. 이는 생명과학 연구가 '결과를 얻는' 단계에서 '질문을 던지는' 단계로 초점이 이동했음을 의미한다. 기업과 연구기관은 이제 AI 기반 구조 예측을 전제로 연구 파이프라인을 재설계해야 하며, 특히 신약 개발 분야에서는 초기 발견 단계의 소요 시간과 비용 구조를 재평가해야 한다. 향후 경쟁 우위는 AI 도구 자체가 아니라, 이를 활용한 독창적 가설 설정과 실험 설계 역량, 그리고 다학제 통합 능력에서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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