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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수면 상태를 스마트하게 분석한다, 슬립 트래커 센스(Sen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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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보약이라 했다. 먹지 않고도 몇 주 정도는 버틸 수 있지만 자지 못하면 며칠을 견디는 것도 어렵다. 돈 한 푼들이지 않아도 되는 '자는' 보약이 없으면, 아무리 비싼 '먹는' 보약을 수도 없이 챙겨도 소용없다. 쉽게 잠들지 못하거나 자더라도 제대로 자지 못하는, 불면과 수면의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지구촌에 넘쳐난다.


수면클리닉이 등장한 것도 그런 이유때문이고, 온갖 종류의 수면 도우미들이 시장에 나와 있는 것도 바로 '잠' 때문이다. 그런데 생각만큼 효과를 보았다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다양한 도구들의 능력을 빌려 보지지만 밤마다 보이지도 않는 별을 세야하는 잠에 고픈 사람들이 지천이다.


헬로(Hello Inc.)센스(Sense)라는 수면 도우미를 세상에 내 놓으려고 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좀 더 알면, 좀 더 맛있게 잘 수 있다(Know More, Sleep Better). 센스가 내 세우는 세상에 나오는 이유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는 손자병법을 떠올리게 한다. '잠'을 적으로 삼아야할 만큼 무서운 존재 여겨야 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눈여겨보아야 하는 '물건'이다.



  센서, 네트워크, 앱으로 구성된 수면 모니터링 시스템


센스는 킥스타터에서 진행 중인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다. 오늘(2014.08.04) 기준으로 18일 정도 프로젝트 기간이 남았는데, 이미 대박 조짐이 보인다. 목표 금액은 이미 오래전에 달성했고, 과연 최종기록이 얼마가 될지 궁금한 상황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뒤에 다시 얘기하기로 하고, 우선 센스의 정체와 능력부터 살펴보자.


센스는 작지만 시스템이다. 그리고 규모는 작지만 빅데이터를 다룬다. 잠자는 동안 일어나는 여러 가지 형태의 비정형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수면 컨트롤 시스템이다. 그래서 수면상태를 모니터하는 슬립 필(Sleep Pill) 센서, 다양한 센서와 스위치 그리고 네트워크와 연결되는 센스(Sense) 본체, 수집한  데이터를 저장하고 분석하고 보여주는 스마트폰 앱으로 구성된다.



센스는 다양한 종류의 센서와 무선 네트워크 그리고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앱으로 구성된다. 


주인이 잠자는 동안 그 곳에서 일어난 '수면'과 관계된 데이터는 모두 센서들을 통해 감시되고 수집된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 스마트폰 앱으로 센서가 수행한 지난밤의 미션을 돌아보면, '꿀잠'을 잤는지 아니면 '독약'을 마셨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분석된 수면 상태는 슬립 스코어(Sleep Score)를 통해 100점 만점의 점수로 확인할 수 있다. 참고로 잠자는 동안 수집되는 모든 데이터는 암호화되어 센스 웹서버에 저장한다.


  다양한 센서와 슬립 필이 침실 상태와 주인의 잠버릇을 체크한다


센스는 공처럼 생긴 본체와 작은 플라스틱 원반인 슬립 필 그리고 스마트폰에 설치해서 사용하는 앱으로 구성된다. 센스 본체는 전체 시스템의 심장과 같은 역할을 한다.  이 안에는 모두 네 가지 종류의 센서가 들어가 있다.  우선 주변광센서(Ambient Light Sensor)는 침실의 밝기를 측정한다. 최적의 수면은 완벽한 어둠 속에서 가능해진다. 스마트폰 충전기에서 나오는 작은 불빛이나 창문으로 들어오는 자동차 헤드라이트 불빛도 질 좋은 수면을 방해하는 요소다. 


아울러 고감도 마이크는 모든 소리를 밤을 새며 꼼꼼하게 체크한다. 수면 중에 일어나는 다양한 소리와 소음은, 모든 것이 수면을 방해하는 요소인 만큼 수면의 질에 절대적인 영향을 준다. 따라서 밖에서 자동차가 지나가는 소리, 옆집에서 떠드는 소리, 본인이나 옆에서 자는 사람이 코고는 소리 등을 모두 모니터한다.



베개 속에 들어가는 슬립 필(Sleep Pill) 센서는 가속도와 자이로스코프 센서가 내장되어 있어서, 수면 중 일어나는 모든 움직임을 감지해 무선으로 전송한다


온도와 습도도 꿀잠을 자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센스는 이것을 체크해 어떻게 하면 쾌적한 침실을 만들어 맛있는 잠을 잘 수 있는지 알려준다. 미세 먼지나 꽃가루 역시 수면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는 요소인 만큼, 이 녀석들에 대한 감시 기능을 수행하는 입자 센서(Particulate Sensor)도 들어가 있다.


작은 원반처럼 생긴 슬립 필은 베게 속에 넣어서 사용하는 센서다. 보기에는 단순해 보이지만 녀석의 몸속에는 꽤나 정밀한 6축 가속도 센서(6-axis accelerometer)와 자이로스코프(gyroscope)가 들어가 있다. 잠자는 동안 주인이 얼마나 뒤척이는지, 잠버릇이 얼마나 험한지, 주인이 수면 중에 벌이는 액션을 모두 모니터링 한다. 


  심플하고 단순한 디자인, 무선랜과 블루투스로 연결되는 시스템


21세기 디자인 트렌드는 미니멀리즘이다. 센스 역시 이를 잘 반영한 몸매를 가졌다. 디자인 코드는 밋밋하지 않으면서 세련된 심플함이다. 공처럼 둥글게 생긴 센스 본체는 폴리카보네이트로 만들어졌다. 색상은 코튼(cotton)과 차콜(charcoal) 두 가지가 있다.


단조로울 수 있는 밋밋함은 표면에 메시(mesh) 디자인을 입혀, 세련된 껍질을 가진 뭔가 있어 보이는 녀석 느낌을 잘 살려냈다. Hello(헬로)라는 회사 이름이 새겨진 슬립 필은 아이스하키에서 사용하는 퍽과 비슷하지만 모서리 부분을 곡선으로 처리해 훨씬 부드럽게 보인다.


센스나 슬립 필은 최신 전자공학기술의 집약체지만  겉모양만 보아서는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더구나 녀석들 끼리는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일단 두 녀석은 앤트(ANT)라는 무선 통신 기능으로 연결되어 있다. 슬립 필이 수집하는 움직임 정보는 실시간으로 센스에 전달된다.



공처럼 생긴 센스 본체 안에는 다양한 센서와 무선랜 모듈이 들어가 있다. 수집한 데이터는 무선랜을 통해 인터넷에 연결된 웹서버로 전송한다. 심플하고 깔끔한 디자인도 매력 포인트다.


앤트는 의료나 피트니스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센서를 연결하는 무선 네트워크 프로토콜이다. 이를테면 걷거나 달릴 때 심장 박동을 모니터해서 시계나 스마트폰으로 전달해주는 심박센서 등에서 사용한다. 전원으로는 동전처럼 생긴 코인-셀(coin-cell)을 사용하며, 충전하거나 자주 갈아주어야 하는 불편함은 겪지 않아도 된다. 앤트는  가까운 거리에서 무선으로 데이터를 전송하기 때문에 전력 소모량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슬립 필은 베게에 넣어두고 사용하는 물건이다 보니, 간혹 주인이 베개를 세탁할 때 그대로 세탁기 안에 던져 넣을 수 있다. 그래도 걱정할 것 없다. 헬로의 엔지니어들이 그럴 가능성까지 생각해서 문제가 없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방수 기능을 적용했다는 뜻이다.


  작동과 알람, 모두 스마트하게 움직인다


세상에는 다양한 종류의 슬립 트래커들이 나와 있다. 시계 속에 들어간 녀석도 있고, 탁상시계의 몸을 빌린 물건도 있다. 스마트폰과 결합한 도우미도 넘쳐난다. 하지만 이것들이 가진 하나같은 공통점은 '불편함'이다. '나 지금부터 자러간다 '거나 '나 지금 잠든다'라고 일일이 주인이 알려줘야 하는 것들이 적지 않다. 맛있는 잠자려다 스트레스 받기 십상이다.


센스는 대부분의 기능이 스스로 알아서 돌아가도록 설계해 이러한 불편을 최소화 했다는 것이 헬로의 설명이다. 이를테면 베게 속에 넣어둔 슬립 필은 주인이 가서 누우면 그때부터 본체와 자동으로 연결되어 데이터를 전송한다. 알람을 끌 때는 센스 위로 손을 지나가기만 하면 된다. 몸속에 내장한 근접센서가 이를 감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센스와 스마트폰은 저전력 블루투스(Bluetooth LE)로 연결되는데, 알람 시간을 설정하거나 빠르게 변경할 때 사용한다. 아울러 본체에는 발광다이오드(LED)를 탑재해 은은하게 빛을 낼 수도 있고, 알람 소리를 내주는 스피커와 네트워크에 연결하는 무선랜 모듈이 본체에 들어가 있다.


알람 기능도 똑똑하다. 사람의 수면 패턴은 얕은 단계와 깊은 단계의 수면을 반복한다. 만약 깊은 수면을 취하고 있을 때 알람이 울리면, 일어나기도 쉽지 않고 몸도 더 피곤하다. 하지만 센스는 잠에서 깨기 가장 좋은 상태일 때 알람을 울려주기 때문에 좀 더 가뿐하게 일어날 수가 있다.


예를 들어 아침 8시에 알람을 설정했다고 하자. 그런데 수면 패턴을 모니터하던 센스가  7시 45분이 가장 일어나기 좋은 타이밍이라고 판단하면, 그 시간에 알람을 울려 잠에서 쉽게 깰 수 있도록 돕는다. 실제로 얼마나 똑똑하게 이러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는 모르지만 아침잠과 싸워야 하는 힘겨움에 벗어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귀가 솔깃해질 만한 소식이다.  


  목표 금액은 이미 달성, 제품은 11월에 배송 


센스 프로젝트는 펀딩 목표 금액이 10만 달러(약 1억 300만 원)였지만 이미 목표는 한참 초과해 165만 달러(약 17억 원)를 달리고 있다. 펀딩에 참여한 사람만 약 1만 3,000여명이다. 8월 4일 기준으로 그렇고 앞으로 18일이나 펀딩 기간이 더 남아있다. 관심이 높다는 것은 그 만큼 '잠을 잘 자는 것에 대한 요구'가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로 헬로에서 센스를 만들며 설문 조사를 실시했는데, 응답자의 2/3 이상이 잠을 충분하게 자지 못한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그 만큼 잘 자고 싶은데 못자는 사람들이 많으니, 센스 같은 똑똑한 수면 도우미가 간절하다는 뜻이다. 




펀딩 금액은 센스와 슬립 필로 구성된 기본 제품이 99달러, 센스 하나에 슬립 필 두개로 구성된 패키지는 129달러다. 참고로 슬립 필은 같은 침실에서 사용하더라도 사용자에 따라 자동으로 구분해서 인식하기 때문에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다. 5개의 센스와 슬립 필로 구성된 패밀리 패키지는 399달러다. 


센스는 정식 제품으로 출시해도 인기 만점일 가능성이 높은 제품이다. 실제 사용해 보면 아쉬운 점이 발견될 수도 있다. 하지만 프로젝트 설명에 소개된 내용만 보면 구매욕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목적이 분명하고, 다양한 기능과 기술을 채용했으면서도 사용하기 편리하기 때문이다.


이런 물건이 전혀 필요 없는, 머리만 대면 잠드는 사람이 오늘 따라 무척 부럽다. 이 기사 역시 불면증의 산물이라 더욱 그렇다. 얼마나 잘 잤는지 체크하는 도우미 보다, 눕기만 하면 단잠에 빠져들게 해주는 도우미는 언제 세상에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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