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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 2007 MOSU] 초고속 인터넷, 그대가 그리웠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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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 2007 모바일 서밋] 초고속 인터넷, 그대가 그리웠다네
HP 2007 모바일 서밋 취재 후기

지난주에 HP에서 주최한 모바일 서밋 2007을 취재하기 위해 3박 4일 일정으로 중국 상하이에 다녀왔습니다. 올해로 세 번째 열리는 HP의 2007 모바일 서밋(HP 2007 Mobility Summit)에서는 모바일 관련 제품, 기술, 서비스 등 다양한 모빌리티 솔루션들이 선보였습니다.

지난해에 비해 이슈도 많고, 규모도 커졌습니다. 전세계 40여 개국에서 약 300명 이상의 기자들이 모바일 서밋을 취재하기 위해 상하이를 찾아왔습니다. 관련 업체 방문자들까지 합하면 약 400명 정도가 이번 행사에 참여했다고 합니다. 행사 규모나 내용만 보아도 HP가 모바일 시장에 대해 얼마나 적극적인지를 한 눈에 가늠할 수 있는 그런 행사였습니다.

9일과 10일 이틀 동안 주제별로 나누어진 10개의 세션과 중간 중간에 마련된 그룹인터뷰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숨 가쁘게 이어졌습니다. 원래 이런 행사의 스케줄이 만만치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생각 보다 훨씬 녹록치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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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 2007 모바일 서밋 2007이 열린 상하이 르 로얄 메르디앙 호텔

기자와 블로거로서 현지 소식을 빠르고 생생하게 전해보겠다고 다짐을 하고 떠나온 터라 의욕은 넘쳐나는데 몸이 따라가지를 못했습니다. 기자의 눈으로 보는 이슈들과 블로거의 입장에서 눈길을 주지 않을 수 없는 것들이 곳곳에 있으니 마음은 급했습니다.

점심도 거의 거르고 이리저리 옮겨 다니면서 사진 찍고, 취재해야 하는 상황. 캠코더로 동영상까지 촬영해 보겠다는 야무진 꿈은 일찌감치 접어야했습니다. 그리고 행사 시작과 함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습니다. 몇 개의 세션을 포기하고 기사를 보낼 것인지, 기사를 올리는 것은 나중으로 미루고 가능하면 많은 것을 보고 들을 것인지.

결국 마감 시간에 쫓겨야 하는 기자 모드를 버리고, 꼼꼼하게 살펴보고 좀 더 깊이 있는 글로 소개할 수 있는 블로거 모드를 선택했습니다. 그러니까 이 글은 HP 2007 모빌리티 서밋의 취재 후기가 되는 셈입니다. 덕분에 상하이에서 담아온 이야기보따리가 작지 않습니다. 앞으로 시간 날 때 마다 하나씩 풀어 놓도록 하겠습니다.

함께 취재를 갔던 칫솔(www.chitsol.com)님도 저와 같은 내용의 취재 후기를 이미 블로그에 올렸군요. 일단 이번 행사의 주요 이슈와 핵심 내용들은 현지에서 ‘모빌리티 세상의 중심은 사람’이라는 제목으로 올렸으니 참조하시길 바랍니다.

오늘은 인터넷 접속환경이 국내와는 너무 달라서 쇼(Show)한 내용을 풀어 놓을까 합니다. HP 관계자들은 물론이고 전세계 취재들의 관심거리가 되기도 했던 웹TV의 실시간 인터넷 생중계에 대한 이야기도 짤막하게 들려 드리겠습니다.

행사 장소인 르 로얄 메르디앙(Le Royal Meridien)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노트북부터 꺼내 놓고 인터넷 연결을 시도했습니다. 객실에서 무선랜은 되지 않더군요. 유선랜으로 연결하고 브라우저를 띄우니 인터넷 사용방법에 대한 안내 페이지가 열렸습니다. 인터넷 연결이나 사용 방법은 어느 호텔이나 거의 비슷비슷하기 때문에 그곳에서도 크게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지은 지 얼마 되지 않는 호텔이라 시설도 좋고, 서비스도 좋았습니다. 자연스럽게 인터넷 환경도 국내와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그 믿음은 곧 실망으로 바뀌었고, 몇 시간의 쇼를 한 뒤에는 포기 모드로 옷을 갈아입어야 했습니다.

블로그 접속은 안 되고, 파일 보내고 받는 것도 수시로 끊어지고, 인터넷 전화 연결도 수월하지가 않았습니다. 인터넷 전화는 스카이프를 사용했는데, PC에서 PC로 연결할 경우는 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집으로 전화할 때는 스카이프 아웃 서비스를 이용해, PC에서 집전화로 직접 전화를 거는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이 경우는 문제가 없었습니다.

스카이프와는 달리 MSN 메신저의 음성 통화 기능은 제대로 동작하더군요. 그 덕분에 아이볼(eyeball.bloter.net)님과는 제법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음성 통화가 되니 화상 통화도 가능하겠다 싶어 가지고 간 웹캠을 꺼냈습니다. 그런데 웹캠용 드라이버를 미리 설치해 두는 것을 깜박했습니다.

인터넷으로 드라이버를 다운로드 받기로 했습니다. 파일 용량은 117MB, 뭐 별로 크지 않은 용량이니 가뿐하게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집으로 착각한 것이죠. 파일 다운로드를 시도하면 중간에 끊어지더군요. 끊어지면 다시 받기 시작하고, 이런 과정을 수 십 번 반복하다가 결국은 포기했습니다.

117MB 용량의 파일을 그 곳에서 인터넷으로 받으려고 했던 것이 얼마나 무모했는지는 앞에서 언급한 ‘모빌리티 세상의 중심은 사람’이라는 글을 올릴 때 더욱 절실하게 깨달았습니다. 사진 크기가 조금만 크거나 개수가 많으면 연결이 끊어지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결국 최대한 사진 크기와 개수를 줄여서 우여곡절 끝에 보낼 수 있었습니다.

웹페이지 하나를 보려고 해도 제대로 뜨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티스토리에 만들어둔 블로그는 아예 접속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개인 블로그(www.zoominlife.com)는 접속은 되는데, 포스팅할 때 마다 에러가 나는 바람에 결국 포기했습니다.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시작된 인터넷과의 싸움은 결국 행사 둘째 날을 앞둔 새벽 5시 반이 되어서야 중국 인(忍)터넷에 제가 손을 드는 것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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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기간 동안 휴식과 기사 송고를 할 수 있도록 마련된 미디어 라운지. 각각의 세션이 진행되는 미팅 룸을 연결해 주는 허브 역할을 하는 장소로도 활용됐다.

HP에서는 기자들이 기사를 송고할 수 있도록 미디어 라운지를 운영했습니다. 이곳에서는 무선랜 접속이 가능했고, 객실 보다 상황이 좀 나은 듯 했습니다. 하지만 초고속 인터넷 환경이 잘 되어 있는 곳에서 온 외국 기자들에게는 이곳 역시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특히 인터넷을 통해 HP 2007 모빌리티 서밋을 생중계하기로 했던 웹TV(www.iwebtv.co.kr)팀은 인터넷 때문에 더욱 고생을 했습니다. 개인 인터넷 방송 서비스인 아프리카를 통해 행사 전체를 실시간으로 생중계하려던 계획은 번번이 인터넷 때문에 발목이 잡히는 듯 했습니다.

그래도 웹TV 팀은 포기하지 않고 호텔 인터넷 관리자와 계속 접촉을 하면서 방법을 찾는 것 같았습니다. 실시간이 안 될 경우에는 녹화해서 보내는 방법으로 인터넷 방송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웹TV팀은 인터넷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는 한국에서 온 취재진답게 여러 사람의 관심과 주목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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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TV는 인터넷을 이용해 실시간 또는 녹화 방송으로 HP 2007 모바일 서밋을 중계해 전세계 기자들과 HP 관계자들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디지털 캠코더나 방송용 카메라를 가지고 온 취재진은 많았습니다. 하지만 현장 상황을 카메라에 담아서 인터넷으로 바로 보내는 팀은 우리나라의 웹TV 밖에 없었습니다. 자연스럽게 행사 진행을 맡은 HP 관계자들이나 외국 취재진에게 또 하나의 볼거리를 제공한 셈입니다.

겨우 며칠 동안 한 곳에서 인터넷을 사용해 본 것을 가지고 중국의 인터넷 상황이 우리 보다 ‘열악’하다고 단정하는 것이 눈 감고 코끼리 뒷다리 만지는 얘기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상하이에 있는 동안 머물렀던 호텔에서 만큼은 집에서 쓰던 초고속 인터넷의 고마움을 절실하게 느껴야했습니다.

이번 HP 2007 모빌리티 서밋의 핵심 키워드는 이동성(Mobility)과 연결성(Connectivity)이었습니다. 노트북, 포켓PC, 스마트폰 등의 모바일 제품들을 이동전화, 무선랜, 와이맥스 등과 같은 무선 통신 네트워크와 연결해 언제 어디서나 정보를 주고받도록 하겠다는 것이 HP가 강조하는 모빌리티 전략이었습니다.

센 말로니(Sean Maloney) 인텔 마케팅영업 총괄 수석부사장은 첫째 날 있었던 기조연설에서 와이맥스와 같은 초고속 무선 인터넷이 열악한 유선 인터넷 네트워크를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밝혔습니다.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유선은 시간과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인터넷 사용이 쉽지 않은 곳에서 며칠을 고생하다 보니 HP의 모빌리티 전략이나 인텔이 강조하는 무선 인터넷 인프라의 필요성에 대해 좀 더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아울러 아무런 불편 없이 블로거를 운영하고, UCC 열풍까지 일으킬 수 있도록 해준 우리나라의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가 새삼 대견스럽고 고맙게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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