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어른이 되는 것을 기다리지 않는다. 다만, 지금을 살아낼 뿐이다. 기다림으로 미래를 향해가는 것이 아니라, 버텨내는 것으로 지금을 밟고 나아가는 것이다. 언젠가는 알게되겠지만 살아낸다는 것, 지금을 버틴다는 것은 참으로 힘겨운 일이다. 잔인하고 처절할 때가 있고, 기쁨이나 행복도 함께하는 친구인 경우도 있다.
우리 아이도 당신의 아이도, 작은 세상에서 넓은 세계로 나아간다. 부모는 아이를 창조한 존재가 아니라, 아이가 세상에 나오는 길이 되어 주었을 뿐이다. 그것을 잊는 순간부터 아이는 양육이 아닌 사육되는 존재가 되어 버린다. 보살핌의 대상이 아니라 길들임의 대상이 된다.
20년이 흘렀다. 헝가리에서 만났던 두 아이를 본 것이. 형제처럼 다정했지만 친구였는지 모른다, 어쩌면 친구처럼 편안한 형제였을지도 모른다. 저 아이들 모습을 눈과 기억 속에 진하게 담고 싶어, 바닥에 쪼그려 앉은 채 카메라 셔터 조차도 누르지 않고 기다리던 순간이 지금도 생생하다.
아이들과 함께 세상을 살아내다 보면, 수도 없이 부딪힌다. 이렇게 살아야 하는 것인지, 왜 살아야 하는 것인지, 녀석들은 왜 생각을 다른 세상에서 가져 오는지, 피하고 싶어 마음이 저릿할 때가 있다. 그럴 때 사진 속의 친구들을 찾아 물끄러미 바라본다. 잠깐 보고 돌아설 때가 있지만 어느 날은 하염없이 바라보기도 한다.
인연
지나는 길에 스쳤을 뿐이다
그 하늘, 그 시간 속에서
같은 바람을 느꼈을 뿐이다
이 만큼의 거리에서
우리가 잠시 함께 했다는 것
그것을 ‘기억’할 수 있을 때
그렇게 존재했던 것을 알게 되는 순간을,
나는 인연이라고 부른다.
부타페스트에 가면 그때의 인연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스쳐가는 인연은 오래된 필름에 담아낸 사진 한 컷처럼 그렇게 흘려보내며 살아야 하겠지.
바람을 손으로 잡으려 하지 않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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