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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5. 6. 04:50

샌프란시스코, 그리고 디지로그 엽서
아날로그와 디지털 엽서의 만남


파란 하늘을 가르고 비행기가 지나간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 혹시, 샌프란시스코? 비행기를 볼 때 마다, 비행기를 탈 때 마다 머리 속에는 샌프란시스코가 맴돈다. 부다페스트, 로마, 취리히, 동경……. 그 곳에 있을 때도 마음은 샌프란시스코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까까머리 고등학생일 때 ‘샌프란시스코’를 알았다. 아니 들었다. 스캇 매켄지(Scott Mackenzie)가 노래한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를 처음 듣는 순간, 샌프란시스코는 마음속으로 들어와 영원히 지지 않을 것 같은 꽃이 되었다.

그 후로 20년 하고도 몇 년이 흘렀다. 아직 샌프란시스코는 마음에만 있는 꽃이고, 몸은 그곳을 그리워한다. 이유는 모른다. 한번도 가보지 못한 곳을 동경하며 향수병 비슷한 증상이 종종 나타난다. 샌프란시스코를 간다는 그 또는 그녀의 얘기를 들을 때, 샌프란시스코에 다녀왔다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마다 증상은 더 심해진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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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그(eyeball)는 샌프란시스코에 있었다. 그가 샌프란시스코에 머무는 이틀 동안 스캇 매켄지의 노래를 귀 아프게 들으며 그를 부러워했다. 아니, 샌프란시스코를 그리워했다. 메신저로, 스카이프로 그에게 졸라댔다. 오는 길에 엽서 한 장 꼭 가져다 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했다.

그가 돌아온 지난 월요일 이른 아침, 문자 메시지가 하나가 찾아들었다. ‘샌프란시스코 사진 가득한 CD 사 왔음.’ 이윽고 전화 통화가 이어졌다. 엽서는 구할 수가 없고, 사진이 들어있는 CD를 팔고 있어 그걸 사왔단다.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었지만 며칠을 기다려, 물 건너온 샌프란시스코를 만났다.

앞면엔 골든 브리지(Golden Gate Bridge)의 야경 사진이, 뒷면엔 평범한 엽서처럼 짤막한 글과 주소를 적는 곳이 마련되어 있었다. 겉모양은 보통 엽서와 다를 게 없어 보이는데, 이 물건엔 알맹이가 있다. 뒷면에 있는 절취선을 조심스럽게 떼어내니 CD 한 장이 나온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CD-ROM 드라이브에 그 녀석을 넣었다. 샌프란시스코의 이곳저곳을 담아낸 사진 250장이 모니터 앞에 펼쳐진다. 음악과 함께 슬라이드 쇼로 샌프란시스코를 보여준다. 그 중에는 8x10인치 크기로 확대해서 인쇄할 수 있는 고화질 사진 48장도 포함되어 있다.

골든 브리지, 앨커트래즈(Alcatraz Island), 골든 게이트 파크(Golden Gate Park) 등 샌프란시스코의 명소가 한 장 한 장의 사진으로 녹아들어 있다. 저작권 때문에 블로그에 올릴 수 없는 것이 아쉽지만, 아날로그 엽서로 포장한 디지털 사진은 샌프란시스코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사진 한 장 한 장을 맛깔스럽게 음미한다. 향수병 아닌 향수병이 좀 진정되는 듯 하더니 이내 더 심해진다. 복합기도 사진을 찍어 내느라 바쁘다. 밋밋한 도배지로 덮여 있던 벽면이 어느 새 샌프란시스코의 사진들로 메워진다. 좋다, 그리고 가고 싶다.

샌프란시스코에 가게 되면 잊지 말고 머리에 꽃을 꽂도록 하세요. 샌프란시스코에 가게 되면 친절한 사람들을 만나게 될 거예요……. 스캇 매켄지의 노래는 계속되고, 사진으로 만나는 샌프란시스코는 보고 또 보아도 질리지 않는다.

그 순간 문득 떠오르는 이외수의 엽서(葉書)라는 시(詩) 하나. ‘울기 위해서 태어난 것이 아니다 / 더 높이 날수록 더 멀리 있는 그리움을 보는 눈 / 해 마다 겨울이면 내 방 창가로 날아와 / 오스스 떨고 있는 기억(記憶)의 새 한 마리’

디지털 시대와 엽서는 어울리지 않을지 모른다. 마우스 클릭 몇 번이면 순식간에 지구 저편에 있는 사람에게 온라인 엽서를 보낼 수 있는 시대에 종이 몸을 가진 엽서는 너무 진부하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래서 아날로그 엽서 안에 담아낸 디지털 엽서는 좀 더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변해가는 세상, 변해가는 대로 내버려 두지 않은 변신이 신선하다. 누구나 다 생각할 수 있었을 만큼 별 것 아닌 것을 현실에 맞는 그릇에 담아낸 것도 눈 여겨 보고 싶어진다. 어떤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가끔씩은 기억의 새가 되어 떨고 있을 그 곳을, 디지털 그릇에 담고 종이로 포장한 엽서로 받아본 느낌이 참으로 포근하다.

샌프란시스코 디지털 픽처 포스트 카드는 샤프레절루션(www.sharpresolution.com)에서 만들었다. 가격은 9.99달러, 뉴욕(New York), 뉴 올리언스(New Orleans) 등의 도시를 담은 디지털 엽서도 팔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서울, 이 땅의 산하를 산뜻하게 담아낸 디지로그 엽서도 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