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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8. 2. 09:01

햇살이 기세 등등할 때가 제격이다. 푹푹 찌는 찜통 공기까지 더해지면 녀석들에게 더욱 좋다. 거기에 상큼한 바람까지 넉넉하게 불어주면 금상첨화, 그것 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온갖 더러움을 말끔하게 걷어냈다. 이제 구름 몇 점 떠 있는 파아란 하늘을 보며, 줄 하나에 몸을 걸고 햇살 따라 바람 따라 일광욕을 즐기면 된다.


그 순간 만큼은 귀천이 없다. 그저 맑은 물로 함께 몸을 씻어낸 처지인 만큼, 허물없는 친구이자 부끄러울 것 없는 동무다. 빨래질 당한 녀석들은 누군가의 삶의 한 자락에서, 오늘의 한 조각을 만들어낸 오브제가 된다. 그렇게 팔짜 좋게 늘어지게 햇살이나 바람을 느끼면 된다. 녀석들의 주인은 빨래라는 노동을 통해 힐링의 순간을 만끽한다. 하긴 세탁기가 빨래해 주는 세상에, 빨래는 더 이상 노동이 아닐지도 모른다.


혹시라도 햇살이 폭포수보다 더 강하게 쏟아지는 아득한 햇빛을 맞으며, 매미소리 온몸을 감아도는 개울가에서 빨래를 해 보았는가? 찬물 속으로 손이 들어갔다 나올 때 마다 느껴지는, 햇살 머금은 시원한 물의 감촉이 손끝에서 작은 쾌감을 전달한다. 이마에 땀이 흘러 내린다 싶으면 두 손으로 첨벙 물벼락을 얼굴에 뿌려주면 미소가 사르르 온몸을 감아돈다.


폭염 주의보가 내려진 오늘 같은 날, 이런 날이 개울 빨래하기에 제격이다. 더위 먹은 개 혓바닥처럼 축 늘어진 버드나무 그늘 아래 자리를 잡고, 두발을 물속에 텀벙 담그고 열심히 빨리질을 해댄다. 그늘이 있으니 힘들지 않고 물이 있으니 즐길 수 있는 순간이다. 얇고 넓으면서 하얀색을 가진 녀석들이 빨래질에서 오는 힐링을 제대로 누릴 수 있게 해준다. 이를테면 이불 호청 같은 것 말이다.


마침내 마당에 걸린 긴 빨래줄에 녀석들을 잠 재우고 나면 모든 것이 끝이다. 그렇게 한 바탕 빨래를 해 치우고 나면, 마음 속에 멍울져 있던 감정의 덩어리들이 스스르 풀어져 바람 따라 하늘로 날아가 버린다. 오랜 세월 단단하게 맺힌 돌뿌리 같은 멍우리는 택도 없겠지만 살다보면 겪게 되는 소소한 감정의 실타래는 그렇게 풀고 널고 말리면 그만이다. 오늘 같은 날은 세탁기 대신 손빨래가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