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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6. 15. 15:29

눈으로 노래하는 아이. 나는 작은 아이를 그렇게 부른다. 그 아이의 두 눈은 경이롭다. 크고 투명한 두 눈으로 보는 세상이 아름답다. 적당히 세상에 타협하고, 가장이라는 자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묵인하고 사는 것에 대해 녀석의 눈은 냉정하기까지 하다.

 

아이의 눈은 늘 노래한다. 무엇이든 눈으로 들어온 빛을 그대로 묻어 버리는 법이 없다. 나는  가만히 녀석의 노래를 듣고 있을 뿐이다. 조용히 세상을 바라보는 큰아이와 달리 작은 아이는 눈으로 본 것을 늘 입으로 노래처럼 읊조린다. 세상에 나올 때 몹시도 컸던 울음소리만큼이나 크게 외치며 노래한다.

 

분만실에서 나올 때 녀석은 쭈글쭈글한 얼굴에 꼭 감은 눈으로 아빠의 목소리만 들어야 했다. 녀석의 작은 손바닥에 검지를 넣고 세상에서 가장 뜻깊은 악수를 했다. 녀석은 그때 작은 소리를 냈고, 슬며시 웃었다. 그것이 아빠의 환상일지라도 나는 분명 보았다.

 

은혜롭고 기쁜 일이다. 아빠가 되는 순간을 간직할 수 있다는 것은. 그렇게 세상에서의 첫인사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하나님께 감사해야 할 또 하나의 축복을 받은 셈이다. 작은 발바닥이 시릴까 봐 손으로 한번 감싸줄 때의 그 뿌듯함을 감사한다. 내 인생 어떤 것도 그때 처럼 날 들뜨게 해주지는 못했었다.

 

역시 녀석이 백일이 지나자마자 이번엔 누나와 함께 바다를 데려갔다. 말없이 바다를 바라보고, 바람을 몸으로 받는 눈으로 시를 쓰는 아이. 그 옆에 작은 녀석이 무엇인가 아는 것이라도 있는 것처럼 옹알거린다. 녀석의 바다 앞에서의 노래도 늘 마음속에서 생생하다.

 

그 뒤로 녀석은 차를 타고 어디론가 갈 때면 눈으로 세상을 빨아들인다. 그리고 낮은 소리로 혼자 이야기를 시작한다. 노래처럼 강약이 있고, 높고 낮음이 있는 목소리로 속삭인다. ‘눈으로 노래하는 아이'는 그렇게 붙여준 이름이다.

 

녀석은 특히나 산에 데려갔을 때 눈으로 노래를 많이 한다. 신기할 만큼 밝은 목소리로 모든 것을 풀어내는 녀석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에서 바람이 인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미풍 같은 바람이 지나간다. 지치고 힘겨울 때 녀석에게 노래를 부탁하면 거절하는 법이 없다.

 

행여나 너무 어려운 주문에는 '아빠 사랑해요'라고 노래해준다. 눈으로 시를 쓰는 아이는 옆에서 미소를 짓고, 눈으로 노래하는 녀석은 똑똑 떨어지는 빗방울처럼 그렇게 곁에서 지켜준다. 유난히 궁금한 것이 많은 녀석, 아빠의 진지한 답변에 감탄하고 놀라고 노래하는 녀석.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못 한들 무슨 상관인가. 내 꿈을 접어야 한다 한들 그 또한 어떤가. 눈으로 시를 쓰고, 눈으로 노래하는 이 두 아이의 하고 싶은 것을 하게 해주고. 이루고 싶은 꿈을 이뤄주는 데 힘이 되어주면 그것으로 족한 것을.

 

20051230_0152

 

>> 눈으로 詩를 쓰는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