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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볼 수 없는 소망, 볼 수 있는 소망 낮에 별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밤에 해를 볼 수 있는 사람도 아무도 없지요. 그러나 아무도 하늘 위에 해가 지나는 것을, 하늘 위에 별들이 모여 있는 것을 의심하지는 않지요. 물론 낮에 해를 보았기 때문에, 밤에 별을 보았기 때문에, 볼 수 없는 시간에도 그것들의 존재를 의심하지 않는 것이지요. 그런데 세상에 태어나 한 번도 해나 별을 본 적이 없다면 어떨까요? 그런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믿을 수 있을까요? 누군가 해주는 이야기만 듣고, 책 속에 쓰여 있는 글만 보고, 그것을 믿을 수 있을까요?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확률이라는 잣대를 종종 이야기하죠. 그런데 그 확률이라는 것이 어떤 사건이 일어나기 전 이쪽 편에서 판단하는 것이죠. 만약 그 사건이 일어난 뒤에 본다면 확률은 의미.. 2019. 6. 14. 더보기
남겨진 마음과 떠나는 마음 엮어주는 애절함이라는 실 간절함이라는 배가 시간이라는 강물을 따라 흘러갑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배는 그저 흘러갈 수밖에 없지요. 빠른 물살에 이리저리 흔들리고, 얇은 여울에서는 돌덩이에 부딪히고, 때로는 이름 없는 작은 섬에 걸리기도 하지요. 간절함이 그렇게 시간의 강을 따라 표류하면 결국 애절함이라는 바다에 닿게 되지요. 바다의 모습을 하고 있는 애절함은 실상은 거대한 실타래입니다. 남겨진 마음과 떠나는 마음을 엮어주는 실. 심장이 그것을 기억할 수 있다면, 세월이라는 물살 속에 있어도 늙지 않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생각이 현실이 되지 않는 것처럼, 우리의 삶이 바람대로 되지는 않지요. 간절함은 절박함의 다른 말인 것 같지만, 사실 뿌리가 다르고 방향이 같지 않지요. 그러나 결국 애절함에 언젠가는 다다르고, 그렇게 끝을 .. 2019. 6. 13. 더보기
'후회'는 오직 사람만 할 수 있지요. 우리는 사람입니다. 이성적으로 납득할 수 있다면, 그건 신앙이 아니라 논리지요. 논리는 인간의 영역이고, 신앙은 논리 너머에 있지요. 신앙은 믿음에서 시작해 진리를 보고, 논리는 증거를 모아 믿음에 도달하려 하지요. 생각하기 싫다고 피하고, 어렵다고 피하고, 귀찮다고 피하면. 결국 후회만 남을 텐데, '후회'가 무엇인지 우리는 알까요? 당신의 마음속에 ‘후회’라며 떠오르는 지금 그 느낌은 어쩌면 '후회'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살아있는 그 누구도 '후회'의 진짜 모습을 본 사람은 없지요. '후회'는 저세상에서 이 세상을 돌아볼 때 발현되는 상태니까요. 안타깝게도 당신의 '생로병사'는 이성이 아니라 신앙의 영역이네요. 더 안타깝게도 살아서 꼭 후회할 것들이 있는데, 그것을 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이 있네요. 모든 것은.. 2019. 6. 13. 더보기
라디오 스타와 웹 2.0 충청남도 서산시 대산읍에서 강원도 동해시를 이어주는 38번국도. 서쪽에서 동쪽, 동쪽에서 서쪽을 이어주는 그 길이 지나는 곳에 영월이 있다. 이쪽을 보면 산, 저쪽을 보아도 산. 산을 돌면 물길이 나타나고, 물길을 따라 가노라며 산이 이어지는 곳. 영월에서 그 길을 따라 서쪽으로 가면 제천이고, 동쪽으로 가면 정선이나 태백이다. 하늘을 머리에 이고, 산과 물을 이리저리 돌아가는 그 길을 따라 마을이 있고 사람이 산다. 여기저기 산자락과 물가를 따라 많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 그곳을 38번 국도가 지나간다. 2006년 여름, 그 길을 따라 두 남자가 서울에서 내려온다. 3개월 뒤면 원주 방송국에 통폐합 될 MBS 방송국 영월지국이 그들의 목적지다. 88년도 가수왕 최곤과 그의 매니저 박민수. 사람.. 2019. 6. 10. 더보기
[感] 빨래 예찬, 노동과 힐링 사이 햇살이 기세 등등할 때가 제격이다. 푹푹 찌는 찜통 공기까지 더해지면 녀석들에게 더욱 좋다. 거기에 상큼한 바람까지 넉넉하게 불어주면 금상첨화, 그것 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온갖 더러움을 말끔하게 걷어냈다. 이제 구름 몇 점 떠 있는 파아란 하늘을 보며, 줄 하나에 몸을 걸고 햇살 따라 바람 따라 일광욕을 즐기면 된다. 그 순간 만큼은 귀천이 없다. 그저 맑은 물로 함께 몸을 씻어낸 처지인 만큼, 허물없는 친구이자 부끄러울 것 없는 동무다. 빨래질 당한 녀석들은 누군가의 삶의 한 자락에서, 오늘의 한 조각을 만들어낸 오브제가 된다. 그렇게 팔짜 좋게 늘어지게 햇살이나 바람을 느끼면 된다. 녀석들의 주인은 빨래라는 노동을 통해 힐링의 순간을 만끽한다. 하긴 세탁기가 빨래해 주는 세상에, 빨래는 더 이상 .. 2014. 8. 2. 더보기
[詩] 신발의 의미, 아직 이편에서 걷는다는 것 몸에 옷이라는 것을 걸치고, 발에 신발이라는 것을 신는다. 태고부터 엉겁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오직 인간만이 옷과 신발을 갖게 됐다. 그뿐인가. 머리에는 모자라는 것을 얹고, 손에는 장갑을 낀다. 자연으로부터 몸둥이를 보호하려고 한다지만 어쩌면 몸둥이를 자연과 격리시키고 싶은 불안때문인지 모른다. 원죄때문이다. 신발에 흙 묻힐 없이 사는 도회지 사람들에게 그것은 생존 경쟁의 상징이다. 이리저리 밀리는 버스 안에서, 숨막히는 지하철 안에서, 누군가의 신발을 진지하게 바라 본 적이 있는가? 시장을 누비는 지게꾼, 좌판에서 나물을 파는 노파, 어깨에 가족을 메고 사는 아버지, 언제나 자식이 먼저인 어머니, 잰걸음으로 세상을 누비는 아이들. 나의 신발이 있다는 것은, 나는 살아있다와 동의어. 제 각각 다른 가.. 2014. 8. 2. 더보기
[詩] 존재하지 않으면, 인연은 없다 이런 사람을 그런 곳에서 만날 때가 있다. 저런 사람을 이런 곳에서 만날 때도 있다. 어쩌면 산다는 것은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과 동의어일지 모른다. 살아 있으니까 만나는 것이고, 만났으니 살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만남이라는 것이 어디 뜻대로만 되던가. 인생이라는 것이 생각되로 되지 않는 길을 가는 것 아니던가. '저런 사람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괜찮은 사람, '이런 인간 정말 있네' 하고 깨닫게 하는 질나쁜 인간. 저런 사람, 이런 인간, 그 속에 나. 그렇게 섞이고 얽히고 엮이는 것이, 인생, 사람이 산다는 것 아니겠나. 다만, 안타까운 것은 언제나 내가 가는 그 길 위에는 '저런 사람' 보다는 '이런 인간'들을 마주치게 된다는 것. 그나마 다행인 것은 모든 사람에게 주어진 인연의 양과 질은 공평한.. 2014. 8. 1. 더보기
[感] 라디오가 있는 풍경, 라디오와 함께 가는 세상 라디오가 있는 풍경 (1)라디오가 있는 풍경 하나, 지구. 아침의 라디오는 텃밭에서 갓 따서 담아온 싱싱한 야채 바구니와 같다. 경쾌한 음악과 밤 새 일어난 온갖 새로운 소식이 넘친다. 새벽 이슬을 온몸 가득 머금고 아침상에 오르는 싱싱한 채소처럼 늘 신선하다. 상큼하거나 힘 있는 목소리가 언제나 햇살처럼 흘러나오는 아침의 라디오는 그래서 늘 새롭다. 일하러 가야 하는 모든 사람들을 차 안에서 맞이해 주는 라디오는 원두 커피 한 잔과 같다. 잠을 깨우고, 몸을 펴게 하는 그 소리로 사람들은 하루의 이쪽에서 저쪽으로 나아간다. 하지만 너무 진한 커피가 속을 쓰리게 하듯, 듣고 싶지 않는 녀석의 외침을 강재로 들어야 하는 것은 힘겨운 일이다. 점심의 라디오는 삶은 계란의 노른자와 같다. 적당히 부드러우면서 .. 2014. 7. 25. 더보기
[想] 산다는 것은, 날갯짓을 멈출 수 없다는 것 이런 분, 저런 놈, 그런 년. 수적으로는 밤하늘의 별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적다. 그런데 행동 또는 작태를 보노라면 그야말로 '별의별'이란 수식어를 붙이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이 인간 세상이고, 세상에 사는 인간들이 그렇다. 좋은 분 같았는데, 알고 보니 사기꾼이다. 나쁜 놈 같았는데, 겪어보니 그런 천사가 따로 없다. 어수룩해 보여 은근히 무시했는데, 나중에 보니 올려다보지도 못할 나무더라. 말도 말고, 탈도 많고, 사연도 많고, 웃음도 많고, 눈물도 넘쳐난다. 사람 사는 세상이 그렇고, 세상을 산다는 것이 그렇다. 그렇게 모여 있어서 '사람 사는 세상'이 된다. 함께 사는 세상은 불편하고 번거롭고 서글프고 위험할 때가 많다. 늘 벗어나고 싶고 늘 도망가고 싶어한다. 그래서 마음 돌리고 신발까.. 2014. 7. 24. 더보기
[詩] 아빠 어렸을 적에, 그때 그랬지 15년은 넘었고 20년은 채 되지 않았다. 천상병 시인의 찻집 귀천을 들렀다가, 인사동 골목에서 만났던 찻집 '아빠 어릴적에'. 그 후로 인사동을 지나칠 때 마다, 이사간 옛집을 찾아가듯 한번 씩 들러 눈 인사를 나누던 곳. 처음 봤을 때는 세상을 떠나신 아버지를 생각했고, 어느날 부터는 아들의 아빠가된 나를 돌아 보았었다. 정리하던 사진 속에서 만난 필름, 잊고 살던 친구처럼 반갑다. 아련한 시간 냄새가 머릿속 저 깊은데서 밀려온다. 난 여전히 필름이 좋다. 필름의 그 불편한 기다림이 주는 설렘, 필름마다 조금씩 다른 미묘한 색감이 만들어 내는 흥분. 가마에 불을 지피고 도자기를 기다리는 장인의 마음까지는 아니더라도, 셔터를 누를 때 마다 잘 담아낼 수 있기를 바라는 간절함. 찍고, 보고, 마음에 안 .. 2014. 7. 22. 더보기
[感] 우리의 시간 속에서, On & Off 살아가다 보면, 살아 있는 것이 무엇인지 잊고 있을 때가 있다. 하늘 한번 못 보고 몇 달을 그렇게 숨쉬고 있을 때가 있다. 어제 그랬던 것 처럼 밥을 먹고, 어제 그랬던 것처럼 잠을 자고, 어제 그랬던 것처럼 옷을 입고, 어제 그랬던 것처럼 신발 신고 집을 나선다. 앞에서 잡아 당기고, 뒤에서 밀어부치며, 숨 고르기 한번 못하게 하는 그런 시간이 있다. 살아지다 보면, 사는 것이 사는 게 아니라고 누군가 말할 때 마다 가슴이 미어질 때가 있다. 말하는 그이나 말 못하고 버티는 이몸이나, 힘겨운 세상살이 입타령이라도 하지 않으면 어떻게 견디겠는가. 잔인하지만 이몸 보다 못한 이를 보며 때로는 위안을 삼고, 비굴하지만 너무도 부러운 저쪽편 사람들을 보면서 시간이 한없이 원망스러울 때가 있다. 살려하다 보면.. 2014. 7. 21. 더보기
[詩] 지나는 길에 스쳤을 뿐이다. 인연이다. 아이들은 어른이 되는 것을 기다리지 않는다. 다만, 지금을 살아낼 뿐이다. 기다림으로 미래를 향해가는 것이 아니라, 버텨내는 것으로 지금을 밟고 나아가는 것이다. 언젠가는 알게되겠지만 살아낸다는 것, 지금을 버틴다는 것은 참으로 힘겨운 일이다. 잔인하고 처절할 때가 있고, 기쁨이나 행복도 함께하는 친구인 경우도 있다. 우리 아이도 당신의 아이도, 작은 세상에서 넓은 세계로 나아간다. 부모는 아이를 창조한 존재가 아니라, 아이가 세상에 나오는 길이 되어 주었을 뿐이다. 그것을 잊는 순간부터 아이는 양육이 아닌 사육되는 존재가 되어 버린다. 보살핌의 대상이 아니라 길들임의 대상이 된다. 20년이 흘렀다. 헝가리에서 만났던 두 아이를 본 것이. 형제처럼 다정했지만 친구였는지 모른다, 어쩌면 친구처럼 편안한 형.. 2014. 7. 10. 더보기
[想] 사랑, '이벤트' 인플레이션 시대 자물쇠라는 쇳덩이에 사랑이라는 마음을 가져다 엮을 줄 누가 알았을까. 얽기설기 얽힌 그것들 속에서 빈틈을 찾기가 힘들다. 다른 이들의 언약의 흔적 속에서, 궁색하게 빈틈을 찾아야 한다. 그렇게 사랑을 이야기하며, 영원한 사랑을 감격해 하며, 족쇄 하나에 사랑의 언약을 얽어맨다. 저쪽에는 그냥 재미다, 그냥 추억이다. 그렇게 스스로의 이벤트를 희석하는 그들이 있다. 이쪽에는 오직 너만을 위한 사랑을, 비장함으로 맹서하는 의식을 행하는 이들이 있다. 마음에 담아둔 사랑 한 자락, 매일매일 실타래 풀듯이 풀어내어 보여주어야 하는 세상. 보지 않으면 믿으려 하지 않고, 믿고 싶어서 없는 것도 보여달라고 조르는 세상. 자물쇠 하나 걸어두는 것으로 사랑을 이야기할 수 있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누가 알았을까. 그 자.. 2014. 6. 30. 더보기
[詩] 평안, 그것을 소망하다 바람 잘 날이 있기는 있는 것일까? 우리의 삶 속에서, 그대의 인생 속에서. 가끔은 잊고 살 때가 있기는 하다. 바람이 있다는 것을, 그 바람이 내 곁을 돌아 어디론가 가고 있다는 것을. 까맣게 잊지는 못한다. 다만, 배 채우러 식당에 갔다가 몇 걸음 걸어 나오는 길, 깜박 잊고온 옷자락 가지러 돌아가는 시간 만큼 그것을 느끼지 못할 때가 있다. 그대는 어떠한가? 당신의 삶은 바람 없이, 아니 순한 바람만 있는 그런 길인가? 부럽다. 부러워서 가슴이 저리다. 그만큼 간절하다. 평안을 가져다 주는 바람, 평안을 위해 아예 오지 않는 바람이. 세상은 결코 공평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이 있다. 그 순간 우리는 대개 알게된다. 그대와 내가 거친 바람 속에 있다는 것을. 바람을 피할 수 없듯이, 사는 것.. 2014. 5. 3. 더보기
[感] 샌프란시스코, 그리고 디지로그 엽서 샌프란시스코, 그리고 디지로그 엽서 아날로그와 디지털 엽서의 만남 파란 하늘을 가르고 비행기가 지나간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 혹시, 샌프란시스코? 비행기를 볼 때 마다, 비행기를 탈 때 마다 머리 속에는 샌프란시스코가 맴돈다. 부다페스트, 로마, 취리히, 동경……. 그 곳에 있을 때도 마음은 샌프란시스코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까까머리 고등학생일 때 ‘샌프란시스코’를 알았다. 아니 들었다. 스캇 매켄지(Scott Mackenzie)가 노래한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를 처음 듣는 순간, 샌프란시스코는 마음속으로 들어와 영원히 지지 않을 것 같은 꽃이 되었다. 그 후로 20년 하고도 몇 년이 흘렀다. 아직 샌프란시스코는 마음에만 있는 꽃이고, 몸은 그곳을 그리워한다. 이유는 모른다. 한번도 가.. 2007. 5. 6.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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