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반응형

PHOTO

[志] 삶.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키는 것 하늘 아래 몸을 두고, 시간 위를 걷고 산다. 어떤 하늘 아래 사는 것은 중요하다. 어느 시간 위를 걷는지도 중요하다. 하지만 살아있다는 그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의미있는 삶을 산다는 것은 보람된 일이다. 의미있는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것은 칭찬받을 일이다. 그렇게 살 수 있다면 웃을 수 있다. 지금, 아무 의미도 없는 것 같은, 웃지 못하는 삶을 산다고 해도. 그것조차 소중한 것이. 살아있는 삶이다. 살아가는 날들 속에 살아있는 하루는,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키는’ 것이다. 잊지말기를. 누군가 당신을 위해, ‘기도한다’는 것을... 더보기
[格] 말은 말이어야 하고, 글은 글이어야 한다 말은 말이고, 글은 글이다. 말이 글이 될 수 없고, 글이 말이 될 수 없다. 말을 글처럼 사용하면, 감정이 곡해된다. 글을 말처럼 사용하면, 진심이 왜곡된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도를 넘으면 그렇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선을 건너면 그렇다. 말은 바람 같다. 살랑거리며 지나가는 바람은 그 얼굴에 미소를 짓게 한다. 요통 치는 바람은 그 얼굴에 공포를 각인한다. 사방에서 오는 바람은, 사방으로 갈 수 있다. 어느 곳에서나 오는 바람은, 어느 곳으로든 갈 수 있다. 자유롭게 오갈 수 있지만, 머물 수는 없는 것이 바람이다. 그것이 이치고, 그것이 순리다. 움직이지 않으면 더는 바람이 아니다. 움직이지 못하는 순간, 바람도 사라진다. 사라진 바람은 잊히지만 갇혀버린 바람은 흉기가 되기 쉽다... 더보기
[念] 노안(老眼)이 오면 함께 오는 것, 그때서야 알게 되는 것 몸의 존재를 순간마다 각성하게 된다. 스마트폰 시대가 되면서 더 그렇다. 메시지가 올 때마다, 전화가 올 때마다, 확인하고 깨닫고 한숨 짓는다. 행여 마스크를 쓰고 있거나, 장갑이라고 끼고 있으면, 더욱 불편해진다. 콧등으로 안경을 추어올리는 그 단순한 행동조차, 마스크와 장갑이 방해하는 까닭이다. 근시라서 안경을 쓰는데, 노안까지 찾아오면, 정말 곤욕이다. 안경을 벗으면 먼 것이 안 보이고, 안경을 쓰면 가까운 것이 희미하다. 안경을 벗어 가까운 것을 볼 수 있을 때는 그래도 낫다. 언제부터인가는 안경을 벗어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이른바 진짜 돋보기가 필요한 시점일지도 모른다. 몹값이 몇 배나 비싼 다초점 렌즈로 안경을 만들어서 쓰던 날. 나는 그날 인정하고 깨닫고 받아들였다. 알고 있었지만 이해할.. 더보기
[感] 나무처럼 살아간다는 것 이른 여름의 시작은 가장 몸이 즐거운 시간이다. 그 무렵 커다란 산 앞에 서는 것, 그 시간 깊은 계곡에 드는 것, 그즈음 숲길을 따라 걷는 것을 사랑한다. 나뭇잎의 변화는 멈추지 않는 바람이고, 시간을 타고 바람처럼 움직인다. 푸른 숲의 상쾌함은 그치지 않는 강물이고, 햇빛과 함께 강물처럼 흘러간다. 색은 생명이 없지만, 잎은 생명이 있다. 초록이 녹색이 색으로 존재하면 명사지만, 초록이 녹색이 잎 속에 살아가면 동사가 된다. 반짝이는 초록, 흔들리는 녹색, 시원한 그린, 상큼한 청록이 되어, 하늘로 땅으로 모든 곳으로 날아가고 흘러간다. 햇빛과 함께하면 반짝이고, 달빛 아래서는 흔들린다. 그 반짝임과 그 흔들림 앞에서 서면, 심장이 잠시 생각을 멈춘다. 머리로부터 오는 모든 신호를 차단하고, 머리가 .. 더보기
[想] 분분한 낙화, 절절한 낙엽 꽃이 지는 것은 슬프지 않다. 열매를 남기고 떠나는 까닭이다. 나뭇잎이 지는 것은 슬픔이다. 남긴 것 없이 사라지는 까닭이다. 형형색색 물든 낙엽은, 한 맺힌 그것의 피눈물이다. 흰눈이 내릴 것이다. 슬프지 않은 열매를 지키기 위해서다. 얼음이 얼 것이다. 슬픔의 눈물로 사라져간 낙엽을 가리기 위해서다. 꽃은 다시 피는 것이 아니고, 나뭇잎도 다시 나는 것이 아니다. 살아있어 살아가는 모든 것들의 삶 속에, ‘다시’ 돌아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반복되는 것이 아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다. 모든 새로운 시작이 멈추면, 아무것도 반복되지 않는 진정한 ‘끝’이다. 끝은 시작의 열매다. 시작 없이 끝이 있을 수 없고, 끝이 없는데 시작이 있을 수는 없다. 기쁨과 행복은 영원한 것이 아니고, 고통과 절망도 .. 더보기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닙니다 ‘끝’은 언제를 말할까요? ‘끝’을 결정하는 것은 누구일까요? 수많은 끝을 포괄하는 진정한 ‘끝’은 무엇일까요? 그 ‘언제’는 알 수도 있고 알 수 없을 수도 있어요. 시간 위에서 삶이라는 바퀴를 굴리다 보면, 수없이 많은 ‘끝’을 만나게 되지요. 때로는 그 끝을 사람이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있고, 어떨 땐 사람이 결정할 수 없는 것이 있지요. 의지로 되는 것과 의지와 무관한 끝이 있어요. 끝이 없는 것도 있을 수 있지요, 이를테면 ‘시간’이 그렇지요. 물론 다른 관점에서 보면, ‘시간’에도 끝이 있지요. 어쨌거나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정말 중요한 ‘끝’이 하나 존재하지요. 바로 죽음입니다. 살아 있는, 살아가는, 살아 내는. 이 모든 과정이 종료되는 진정한 끝이 바로, 생명을 잃는 일이 아닐까요? 살.. 더보기
[筆] 즐거운 편지, 그렇게 편지는 쓰여졌다 #나의 첫 편지는 하늘에서 시작됐다. 눈동자를 타고 들어와 마음을 온통 파랗게 물들이던 파랑. 검푸른 여름 바다의 파랑이 아니고, 시퍼런 겨울 호수의 파랑도 아니다. 세상의 모든 파랑을 모으고 꼭꼭 눌러, 그리움만을 짜내서 만든 것 같은, 코발트블루의 하늘에서 시작됐다. 그런 하늘이 찾아오는 날이면 편지를 썼다. 편지를 쓰고 싶은 날이면 그런 하늘을 생각했다. 너에게 그렇게 첫 편지를 띄웠다. 언제나 만년필에 파란 잉크를 채웠다. 언제나 종이 대신 노트를 준비했다. 노트에 쓰인 편지는, 편지가 아니라 단편이 됐다. 단편의 수필, 단편의 소설, 단편의 시집. 편지를 쓰는 시간은 완벽하게 너를 만나는 시간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깊은 산속, 세상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 세상에서 가장 넓은 호수. 너에게 편지를.. 더보기
[詩] 버린다는 것, 버림받았다는 것 수인선 철도가 있었다. 수원에서 인천, 정확하게는 수원과 송도를 오갔다. 폭이 좁은 협궤열차였다. 1937년 3월 1일 기차가 처음 달렸다. 1995년 12월 31일 기차는 달리는 것을 멈췄다. 철로의 폭이 좁으니, 기차의 폭도 좁았다. 양쪽 자리에 앉아 팔을 뻗으면, 앞에 앉은 사람과 손을 잡을 수 있었다. 감성의 편에서 보면 낭만이 있었고, 감정의 편에서 보면 불편했다. 그 기차가 지나는 곳에 소래포구가 있다. 기차가 달리는 것을 멈췄어도, 한동안 철로는 완전히 끊기지 않았다. 군데군데 살아남아서 검붉은 녹을 입으며 나이를 먹어 갔다. 2003년 그렇게 세월을 몸으로 견디고 있는, 협궤열차의 한 자락을 찾아 소래포구를 찾았었다. 철로가 지나던 다리를 기차 대신 사람이 건너다녔다. 협궤가 놓인 다리는 .. 더보기
'뜻과 '때'를 분별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생각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지요. 생각이 어떤 결실을 보려면 행동이 필요합니다. 생각을 현실로 만드는 것은 생각만으로 되지 않습니다. 행동으로 옮긴다고 원하는 결과를 항상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전혀 다른 결과를 얻게 되기도 하지요. 어떨 때는 오히려 생각했던 것과 정반대의 일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그럴 때 사람들은 말합니다. “참, 뜻대로 안된다. 하는 일마다 안된다.” 이렇게 말합니다. 어떤 사람은 평생 그 말을 입에 담고 살아가기도 합니다. ‘뜻’이란 무엇일까요? 이루고자 하는 목표일 것입니다. 도달하고 싶은 경지일 것입니다. 간절하게 품은 소망일 것입니다. 그런데 ‘뜻’이 혹시 잘못된 것은 아닐까요? 방향을 잘 못 잡았거나, 도리에 어긋나거나, 선한 것이 아니거나. 뜻이라고 말하.. 더보기
[江] 다뉴브강, 아무리 슬퍼도 강물은 바라보기만 해야한다 1995년 3월, 그 곳에 있었다. 개발되기 이전의 한강처럼 황량했고, 잿빛 물살은 이국적 낭만과는 거리가 멀었다. 강물을 거스르는 배는 거의 없었다. 가끔 화물을 실은 배가 물살을 갈랐다. 강변은 적막했지만, 인적은 있었다. 걷는 사람 보다 앉아 있는 사람이 많았다. 동행 없이 혼자 강가에 있는 ‘그’를 그곳에서 만났다. 오후에서 저녁으로 가는 시간의 길목이었다. 강물을 바라보며 우두커니 앉아 있던, 50대 남자의 어깨는 한없이 무거워 보였다. 카메라를 들고 한참을 망설였다. 셔터를 눌러야 하나, 그냥 지나쳐야 하나. 망원 렌즈로 본 그의 뒷모습은, 강물보다 깊은 절망 속에 빠져 있는 듯했다.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기로 했다. 셔터를 누르지 않고, 반대편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강물을 따라 걸었다. .. 더보기

반응형